29. 안 아픈 죽음은 없다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29. 안 아픈 죽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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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졸업 무렵 학교에서는 일자리를 알선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장은 너무 열악하고 안전장치라곤 하나도 구비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일하라는 것인지... 취업 학생 숫자를 늘이기 위해 현장을 보지도 않고 보낸 것 같습니다. 결국 다섯 달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방에 틀어박힌 지 1년. 매일 자살을 꿈꾸고 실제 시도도 해보았습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부모님한테는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대와 폭력을 일삼았거든요. 늘상 몽둥이, 허리띠 이런 거로 맞았습니다. 잘못했다고, 어떤 날은 자기 기분이 나쁘다고,

이로 인해 극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한꺼번에 잃어버렸습니다. 지금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도 매일 부모님으로부터 막말을 듣습니다. 잔소리의 끝은 죽으라는 것입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지만 사회 진출이 두렵습니다. 우울증에 히키코모리 기질까지. 안 아프게 죽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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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학대는 그렇다 치고, 겨우 5개월 직장 생활을 하고 사회 진출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이 친구 등짝을 쳐서는 안 된다. 5개월이 지옥보다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남 보기에 아무리 좋아보여도 본인이 아니라면 아닌 거다.

“달리는 말 등에 앉아 채찍질을 하면서도 말에게 속삭인다지. 천천히 달려다오.”

러시아 노래의 가사란다. 조급한 세상에 발맞추어 숨 가쁘게 살면서 조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현대인의 심정. 시작도 하기 전에 너남 없이 우리 모두는 잔뜩 긴장한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이 힘들고 두렵다. 그렇다고 시작도 안 해서는 안 된다.

몸을 숨기는 동굴을 파지 말고, 자기 발밑을 자꾸 파지 말고 거기서 나와야 한다. 몰라서 그렇지 동굴 밖이 동굴 안보다 더 안전하다. 동굴 안에서는 도망칠 곳이 막혔지만 바깥세상은 도망칠 곳이 있으니까.

세상엔 안 아프게 죽는 방법이 없다. 모든 죽음은 아프다. 그것만 알아도 세상 살기의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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