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상담과 복지의 차이

-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by Li Pul

38. 상담과 복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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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절실합니다.

마흔이 넘었는데 신용 불량인 데다가 사회적응력이 떨어져 가족과 떨어진 지 20년 정도 됩니다.

그동안 고시원에서 일용직으로 버텨왔어요. 사정이 여유치 않아 고시원비도 해결 못해 옷 몇 벌(노숙해보려고) 칼 한 자루(노숙도 힘들면 자살하기 위해서) 들고 나왔어요. 막상 이 지경까지 오니 너무 무서워요. 죽는 것도 무섭고 가족도 동료도 친구도 없어 너무 무서워요. 이젠 범죄를 저지를 거 같구요. 악마가 제 머리 속을 왔다 갔다 해요. 어떻게 저는 구원받을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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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배고픈 자에게 위로의 말보다는 먼저 떡 한 덩어리를 주라고 했다. 상담을 하다보면 위로와 격려의 말보다 당장 천 원 한 장이 더 급한 사람이 있다. 그럴 때는 이 사람에게 다만 얼마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하지만 상담과 복지는 다르다. 이걸 헷갈리면 상담은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상담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 사람의 지지세력 또는 장점을 찾아내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조언 < 상담 < 치료.

굳이 따지자면 상담을 이렇게 세 범주로 구분할 수 있겠다. 멘토처럼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상담이다. 치료는 말 그대로 내담자의 의식/무의식에 잘못 얽혀 있는 회로를 대화나 약물로 풀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까 상담과 치료의 큰 차이점은 치료가 약물 처방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 사람은 상담을 원하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지기관 정보를 알려주는 게 최선이다. 필요한 정보 제공도 상담의 큰 부분이다.

그건 그렇고 칼 한 자루 들고 나왔다는 것은 뭔가. 안 도와주면 사고칠지 모른다는 은근한 협박? 이런 마인드라면, 한 번 도와주면 다음에는 칼보다 더한 것을 들고 나왔다고 할지도 모른다. 등짝 맞을 일을 골라서 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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