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37. 빤한 인생, 빤한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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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시는 사람들. 들어보면 빤한 말만 해요. 열심히 해라, 상황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다, 그러니 감정이 무너지지 않게 하라, 지금 힘들지라도 미래를 보고 살아보자, 등등.
죽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빤한 멘트가 아닌 거 잘 알잖아요. 자살하고 싶어 죽겠다는데 한가한 말만 늘어놓다니...
뭐, 상담이라는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 빤한 대답밖에 못할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상하지요. 빤한 상담이라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말이에요. 그게 인간의 습성인가요. 알면서 다 원망스러워요.
빤한 인생, 한숨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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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한 말, 빤한 인생.
죽고 싶어 하는 사람 가운데는 빤한 인생에 대해 진저리가 쳐져서 빨리 죽고 싶다고 한다. 하기 싫은 공부를 죽어라 하고, 아등바등 노력해서 직장에 들어가고, 위아래 직원들과 티격태격하다가 은퇴하고, 결국 늙어서 병들어 죽는 것. 그런 빤한 인생을 살 바에는 차라리 지금 빨리 죽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한다. 그럴까? 인생을 그렇게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 어찌 생각하면 우리 모두 빤한 인생일지 모른다. 먹고, 자고, 싸고. 그러나 지혜가 있는 사람은 빤한 인생에서 풍요를 느낀다. 빤한 인생을 빤하지 않게 만든다.
빤한 답이 그렇게 못마땅한가? 빤한 인생이 그렇게 싫은가? 천만에! 빤한 답이야말로 우리네 삶에 가장 적당한 지침일 수 있다. 큰 병이나, 실패 같은 큰 굴곡 없이 빤하게 산 삶이야말로 다행스럽고, 복된 삶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빤한 것이 싫다고?
미국의 심리치료사 메리 파이퍼 교수는 일흔이 된 할머니다. 이분은 삶을 되돌아보며 ‘삶의 빵부스러기’가 자기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소소한 기쁨, 슬픔, 이별, 사랑, 낙심, 절망, 두려움, 기대, 질투... 이런 빵부스러기 말이다.
인생의 빵부스러기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면 오늘의 기쁨, 오늘의 슬픔이 결코 의미 없다 하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