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36. 폭력성의 유전
누나는 5학년. 키도 반에서 제일 크고 성숙한 편. 남동생은 1학년. 왜소하고 눈빛이 서늘하다.
사소한 일이었다.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도중 누나가 사용하고 있는 연필이 좋아 보였는지 동생이 그걸 달라고 했다. 누나는 옆에 있던 똑같은 연필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동생은 싫다며 누나 손에 있는 연필을 가로챘다.
“싫어!”
누나가 다시 뺏으려 하는 순간 동생의 얼굴이 굳으면서 눈빛이 차가워졌다. 누나가 움찔한다. 꽉 쥔 동생의 주먹. 연필을 내밀지만 이미 늦었다. 동생이 오른손 주먹을 뻗어 누나의 얼굴을 강타한다. “악!” 얼굴을 감싸 쥐는 누나.
“그러지마...”
얼굴을 찡그리며 겨우 한마디 하지만 동생은 연이어 누나의 가슴과 배를 친다. 말리고 어쩌고 할 새도 없다. 근처에 있던 선생님들이 달려와 떼놓으려고 하지만 동생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누나는 맞은 아랫배가 아픈지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때리게 놔두세요. 속이 풀릴 때까지 때려야 해요. 안 그러면 밤새 난리를 쳐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두고 볼 수 없어 말리려 들자 동생은 가지고 있던 핸드폰을 내민다. 112 숫자가 떴다. 신고하겠다는 거다. 나중에 알았지만 동생이 신고한 건수가 여러 차례. 집 근처 파출소의 경찰도 다 알고, 진작 손을 들었다.
핸드폰을 겨우 치우게 하자 동생이 싸늘하게, 씹어뱉듯 말한다.
“식칼...”
아이들 싸움이라는 게 폭력보다는 욕설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오누이는 말이 거의 없다. 팬터마임을 보는 것 같다. 동생은 숨소리조차 거칠어지지 않는다. 소리 없는 폭력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차라리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남매는 엄마에게 무수히 폭행을 당했다. 아무리 험악하게 싸우다가도 엄마가 등장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두 사람 모두 다정한 척한다. 엄마가 사라지면 다시 싸운다.
엄마는 두 번 이혼했고 지금은 새로 사귄 남자와 산다. 엄마가 새로 사귄 남자는 인정사정이 없단다. 손과 발을 쓴 건 물론이고 심지어 망치, 식칼까지. 화가 나면 아무 말 없이 폭력을 휘두른다고 한다.
조용한 폭력, 조용한 유전.
사람은 보면서 배운다. 좋은 것을 보면 좋은 것을 배우고 그것을 뒷사람에게 전달한다. 안 좋은 것도 그렇게 세대를 이어간다. 이들 남매의 삶이 장차 어떻게 될 거라고 미리 짐작하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이 기억은 누나나 동생 모두에게 오래갈 거다. 그리고 기억은 이들의 삶을 끊임없이 흔들리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흔들리는 삶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등짝 때릴 사람조차 찾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