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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쯔앙 Jan 01. 2019

신혼집에 관하여 여는 글

보금자리를 구하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결혼 준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신혼집을 구하고, 꾸미는 과정이었다. 적절한 채광에 포근함이 느껴지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허락받은 게으름이 가능한 공간! 마치 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그런 여유로운 집을 머릿속에 그렸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예산으로 주거 타입, 인테리어, 교통, 주변 환경, 편의 시설 등 여러 고려사항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이 필요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는 성격이라, 작은 것 하나 결정하는 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것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함께 알아보아야 하니 적잖은 부담이었다. 


우린 회사에서 만난 커플이라, 다행히 이견 없이 회사 근처에 집을 알아봤다. 그런데 하필 우리 회사는 위상 드높은 판교에 위치했었고, 때마침 새로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집값이 치솟았다. 철옹성 같은 판교는 차치하더라도, 회사 동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분당'은 '천당'바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을 구하는 예산은 일찌감치 초과되었지만, 올수리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진 못했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올수리', '깨끗함' 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는 집을 봐도, 눈에 차지 않았다. 이때부터 차라리 덜 비싸고 허름한 집을 찾아 예쁘게 수리해서 들어가자는 목표가 생겼다. 태어나서 집수리하는 기회가 몇 번이나 찾아온단 말인가! 예산 초과임에도 올수리를 하겠다는 것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심보와 다를 바 없었다. 이 모순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이 몇 가지 없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거나, 적절한 인테리어 수준으로 눈을 낮추거나, 로또가 되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또는 되지 않았다. 부동산 광풍이 덜 부는 지역에 2000년 대 초반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아예 낡은 집을 골라 집을 고치는 수고스러움을 사서 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자 발품을 팔아 방산시장에서 업체도 컨텍했다. 그러나 최종 계약은 하지 않았고, 동네에 있는 작은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했다. 그렇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글로 전하려 한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결정하느라, 공사는 결혼식 바로 전 날 마칠 수 있었다. 스케줄이 빡빡할수록, 심장은 쫄깃해졌다. 집수리에 큰 비용이 들다 보니, 결혼식 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일정과 예산에 치여, 평생 한번 있는 그 시간에 집중하고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결혼을 준비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예쁜 신혼집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을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그 쉽지 않은 방법 고민해보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살고 있는 지금의 집은 만족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러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꼼꼼한 컨설팅 하에 고쳐진 집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수리 비용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고, 광고에 나오는 그런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결과물이 완성될 때쯤 적용된 A를 불현듯 B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새로운 B솔루션은 왜 마감을 앞둔 이제야 머리에 스치는 것일까? 지금 고치기엔 얽히고설킨 다른 변수에 이슈가 생길게 분명하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선뜻 바꾸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키는 경우가 많다.

신혼집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분명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했는데, 돌이켜 보니 아쉬운 점이 생긴다.

그땐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으나, 지금 나에겐 그 이상의 옵션이 보인다. 그만큼 지난 몇 개월 동안 성장하면서 안목이 늘었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해본다. 처음엔 보지 못했던 많은 옵션이 이젠 적용 가능한 안으로 선명하게 보이니 말이다.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실력이 빠르게 쌓이겠지만 신혼집 공사는 실력 향상을 좇아 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은가? 대신, 지난 몇 개월 동안 체득한 내용을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실패담, 생각보다 쉽게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팁처럼,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것들에 대한 글을 이어서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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