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시면 아침밥을 먹으려고 깨어나는 다인이. 아빠는 다인이를 데리고 와 엄마를 깨우며 아침인사를 나누고 간밤의 일을 전해줘. 어제 이유식에 철분제를 섞어 먹인 덕분인지 딱 한번 깼는데 쪽쪽이를 물렸더니 큰 저항 없이 잠들어서 아빠도 잘 잤다는 이야기가 무척 반가웠어.
아침밥을 먹고 나면 엄마와 잠시 놀다 함께 짧은 아침잠을 자고 일어나 첫 이유식을 먹어. 이유식을 소분해서 먹을 만큼을 덜어내는 일을 하는데 아침잠에서 깨어난 아빠가 휘청거리며 방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어. 이 시간에 잘 일어나지 않는데. 어젯밤엔 정말 둘 다 푹 잠든 모양이구나.
하지만 평화는 그리 길지 않았어. 밥을 먹고 조금 지난 후부터 너의 칭얼거림이 시작되었거든. 평소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마음에 안 들고, 벽을 잡고 걷는 일도 재밌지 않은지 계속해서 인상을 쓰고 큰 소리를 내며 불편함을 토로했어. 밥, 기저귀, 잠을 모두 해결했는데도 짜증이 이어지는 걸 보니 이제 윗니가 날 때가 되었나 봐. 이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라 그저 널 안아줄 수밖에. 혹은 영상통화를 하거나.
TV나 영상은 다인이가 돌 지날 때까지 보여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영상통화는 예외가 되어버렸어. TV와 다른점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상호작용이니까 생각하며 면죄부를 가져본다. 영상통화를 걸면 처음엔 화면에 다인이의 모습이 한가득 비치는데 그때가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인가 봐. 거울 보는 것도 좋아하고. 공주님이야, 공주님. 띠롱띠롱 음악이 나오다 화면이 바뀌면서 외할머니의 모습이 나타나자 다인이는 입을 헤 벌리고 귀엽게 웃었어. 외할머니는 그 모습에 혀 꼬인 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셨어. 본인의 딸에게는 그리 무던하셨던 분이 손주를 대하는 모습이 참 낯설어.
다인이는 할머니 보는 앞에서 벽 잡고 일어서기도 하고 다리를 세워 네발로 기는 모습도 보여드렸어. 그러더니 풀썩 주저앉아 장난감을 잠시 가지고 놀았지.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신나서 잘한다 잘한다~ 흥얼거리셨는데 그 박자에 맞춰 다인이가 팔을 바둥바둥 움직였어. 마치 박수를 치는 것처럼. 이 모습을 본 외할머니와 엄마는 또 한 번 흥분했어. 박수를 친다고! 세상에 이렇게나 뭔가 빨리 자라는 거냐고! 이번에도 두 번은 안 하더라. 전화를 마치고 아빠에게 가서 박수를 쳐보라고 했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고.
팔을 휘두르다 우연히 두 손이 마주치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박수라고 부르는 동작이 돼. 이때 함박웃음으로 잘했다고 응원하고 함께 박수를 치면 너의 행동은 한 발 더 강화가 되어 다음번에 같은 행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겠지. 엄마도 누군가의 칭찬과 격려로 지금의 내가 되었듯이 우리 다인이도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하루하루 성장해나갈 거라 생각하니 엄마의 책임감이 한 층 짙어지는구나. 하지만 이렇게도 하루 종일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칭얼대고 안아주면 잠도 안 자고 칭얼대고 하면 엄마도 지쳐서 널 잘 돌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우리 다인이의 생후 7개월 아기 특유의 성장통도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