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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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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풍뎅이 시인 Dec 16. 2016

복직+4

돈이 또 흔든다.

월요일에 회사로 복직했다. 아직 입학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일단 회사를 다니기로 했다. 이런 유동성이 팀원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도 있어 복직을 망설였으나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된다는 충고들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넌 그러다 눌러앉을 거야. 


출렁이는 대양에서 모험을 즐기다 다시 작은 항구로 돌아온 기분이다. 폭풍우에 배가 뒤집힐 뻔하였다고, 집채만 한 파도를 넘었다고, 어떤 날은 범고래와 나란히 항해했다고 떠들어 볼 뿐이다. 조용하고 평온한 이 작은 마을에서 이런 모험담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사실 없다. 이들에게는 그 존재마저 의심스러운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나조차도 꿈을 꾸었던 것인가 싶고 의심을 품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가? 

옳은 길이 있을 것만 같아 자꾸 답을 구하게 된다. 


무급휴직으로 회사를 쉰 1년 동안 돈이라는 것이 너무 소중해졌다. 당분간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카페에 들어가는 것도, 스웨터를 하나 사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 이러한 소비들을 감당하는 걸까, 새삼 궁금하여 쳐다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런 것들은 필요 없기도 하다.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더 줄여도 좋을 것이다. 나에게는 오직 작은 여유만이 필요하지만 주변 사람에게 베풀 수 없는 것이 걱정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나 식사, 친구에게 주는 작은 선물도 못하게 될 것이 걱정이다. 그러다 큰 일이라도 생겼을 때 벌지 못한 돈을 아쉬워하게 될 것이 걱정이다. 작은 여유조차도 충분한 돈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 살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태초에 노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저주를 받았으니 저주에서 보람과 성장을 찾는다는 것이 애당초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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