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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Oct 23. 2021

엄마를 오늘도 이렇게 산다

둘째가 어제부터 몸 상태가 이상하다. 아침에는 콧물이 흐르더니 어린이집에서 돌아왔을 때는 볼과 코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감기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밤에 잠이 들 때는 아빠에게 귓속말로 말했단다. “아빠, 나 침 삼킬 때마다 목이 따끔거려요.” 아침에 남편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기 걸린 게 틀림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조금 뒤, 일어나서 나온 둘째 얼굴을 보았다. 눈이 움푹 들어간 듯했고 힘들어 보였다. 목이 아프다는 아들 먹이려고 얼른 누룽지를 끓였다. 따뜻한 것을 먹이면 조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잠시 고민했다. 어린이집에 보낼까 말까. 마음 같아서는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방학인 큰 아이와 둘째 그리고 넷째 민찬이까지 집에 있으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어린이집 쉬라는 그 말이 목에까지 차올랐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열은 나지 않았고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오늘만 다녀오면 주말이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평소와 다르게 차분히 가라앉은 아이에게 누룽지를 먹이며 꾸역꾸역 옷을 입혔다. 아이는 싫다고도 안 했다.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나도 살아야지 싶어서 그냥 보내기로 했다.

어린이집 차 올 시간이 다가오자 울어대는 넷째를 뒤로하고 서둘러 둘째와 셋째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어린이집 차가 도착했다.

그때였다. 둘째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꼼짝을 않고 서 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린이집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단다. 처음엔 금요일이니까 얼른 다녀오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셋째만 태운 어린이집 차량은 이미 출발한 뒤였다.

아무 말없이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신민혁! 얼른 와서 엘리베이터 타.”

내 말에는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

민혁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지도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엄마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4층에 도착하자 아들이 먼저 문 앞에 도착해 있다. 마음을 추슬렀다.

‘그래 어차피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안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민혁아, 그래 잘했어. 엄마도 너를 어린이집에 보낼까 보내지 말까 고민은 잠시 했었어. 네가 결정 잘했다. 엄마가 결정 못한 걸 네가 한방에 해결해 주었어. 잘했어, 아들. 어서 집에 들어가자.”

그제야 아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참으로 못난 어미다. 엄마 몸뚱이 좀 편하게 있어 보자고 또 아들 마음 아프게 하고 말았다. 결코 쉽지 않은 엄마를 오늘도 이렇게 나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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