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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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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Feb 05. 2023

강습 첫날의 기억

'음파'가 뭐예요?

강습 첫날, 강사는 수영을 아예 처음 배워보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다. 다행히 나 말고 몇 명 더 있었다.


첫날, 발차기를 배웠다. 그냥 첨벙첨벙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다리를 구부리지 말고 곧게 펴서 허벅지까지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라고 했다. 우리 모두 물 밖으로 나와 딱딱한 수영장 바닥에 파란색 도톰한 판을 깔고 나란히 누웠다. 다리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발차기하는 법을 익혔다.


다시 물속에서 들어와 그 판을 손에 꽉 쥐고 발차며 앞으로 나가기를 했다. (그 판 이름이 '킥판'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킥판이라... 킥을 도와주는 판이란 뜻인가 보다.) 이 킥판에 대해서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정말 수영 생초보만 할 수 있는 실수일 것 같다. 킥판의 이름도 몰랐던 내가 킥판을 잡는 을 알았을 리 만무하다. 아무렇게 잡고 발차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강사가 내 킥판을 잡았다.


"회원님, 이 움푹 파인 곳이 물속으로 들어가게 잡는 거예요. 배 모양을 떠올려 보세요. 그래야 물의 저항을 덜 받고 앞으로 나가겠죠?"


멋쩍게 웃으며 킥판을 돌려 잡고 힘차게 발차기를 했다.


다음 강습에선 호흡을 배웠다.


그 말로만 듣던 ' 음~~~ 파'를 배웠다.


물속에서 음 하면서 코로 거품을 내라고 했는데 처음엔 그게 안 돼서 애를 먹었다. 그러자 강사가 '음-----'하고 진짜 소리를 내 보라고 했다. 그러면 코로 거품이 나올 거라고. 얼굴을 물속에 처박고 시킨 대로 하자 진짜 코로 거품이 나온다. 이게 된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그 '음--파--구나, 생각했다.


'음---파 음---파' 킥판을 잡고 부지런히 발차기를 하면서 호흡을 했다.


호흡에 신경 쓰다 보니 이제 발차기가 배운 대로 안 된다. 자꾸 다리가 구부러지고 이리 뒤뚱 저리 뒤뚱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이런 멀티가 안 되는구나... ' 난감하다.


수업을 마치고 강사를 둘러싸고 모든 수강생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물속에서 손을 맞잡고 섰다.

"첫 술에 배 부르지 않습니다. 수영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고 꾸준히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강사의 말에 고무된 듯 우렁찬 목소리로 다 함께

맞잡은 손을 위로 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 이건 내가 잘하는 거다.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생긴다. 이 수영이란 것..  뭐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암튼 뭔가 재밌는 일이 내 삶에 계속 벌어질 거란 기대가 된다.


#수영일기

#강습첫날

#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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