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수영, 맨발 걷기
넘어지고, 숨이 차고, 땅을 딛는 순간들.
그것들이 오늘도 나를 버티게 한다.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안 무너지고 버티고 있는 걸까.
이리저리 흔들리고, 마음은 쉽게 지치고,
문득문득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무너질 듯 위태로웠던 나를 붙잡아준 것들이 있다.
유도, 수영, 맨발 걷기.
내 삶의 축이 되어준, 아주 단순하고도 명확한 세 가지.
1. 유도 – 힘을 빼고 다시 일어서는 일
유도는 참 좋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도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머릿속에서 온갖 핑계를 만들어낸다.
‘오늘은 좀 피곤한데’,
‘내일 일도 많은데 굳이 오늘 가야 하나’,
‘다음 주부터 다시 열심히 하지 뭐.’
이런 말들을 되뇌며 결국 도복을 챙긴다.
도착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고,
몸을 풀다 보면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굳히기나 자유 대련에 들어가면 또 긴장이 밀려온다.
특히 자유 대련과 낙법은 아직도 무섭다.
누가 나를 어떻게 매칠지,
어떤 기술이 들어올지 모르는 그 예측 불가능한 순간이.
그래서 나는 종종,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틴다.
어제도 그랬다.
관장님이 나를 매치려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관장님의 어깨를 꽉 잡아버렸다.
넘어지는 게 두려워서, 본능처럼.
“이렇게 잡으시면, 오히려 더 크게 다칠 수 있어요.”
관장님의 말에 아차 싶었지만,
이미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힘을 빼세요.’
익숙한 말이다.
귀로는 늘 듣지만, 몸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낙법 할 때마다 들리는 쿵 소리.
그건 내 긴장이 만든 소리다.
떨어지는 순간조차도 힘을 놓지 못하는 나의 몸.
그게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내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수업이 끝나고 도장을 나설 땐 마음이 조금 다르다.
무거웠던 생각들도 함께 쏟아져나간 느낌.
매트 위에서 넘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다시 일어나는 동작이라는 걸 몸이 기억해 낸다.
내 몸이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그 순간,
나는 매번 조금씩 나를 회복한다.
이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유도는 내 안의 체념을 밀어내고,
움츠렸던 마음에 다시 열기를 불어넣는다.
땀이 쏟아진 만큼, 나는 조금 더 강해진다.
2. 수영 – 생각을 잠재우는 시간
물속은 조용하다.
수영은 그 조용한 세계 속에서 나 혼자만의 리듬을 찾는 일이다.
팔을 젓고, 숨을 참고, 물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 순간,
잡생각이 멈춘다.
과거도, 미래도 사라지고
그저 ‘지금’이라는 시간만이 존재한다.
호흡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어지럽던 마음이 가라앉고
복잡했던 감정들이 물속 어딘가로 흘러가버린다.
수영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올 때면
어느새 내 마음도 정리돼 있다.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나답게 숨 쉬는 법을 배운다.
3. 맨발 걷기 – 땅이 주는 위로
맨발로 흙을 밟는 일.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처음엔 그저 건강에 좋다니까 시작했던 걷기였는데,
이젠 내 마음을 다독이는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맨발로 딛는 흙의 감촉,
바닥의 온도,
바람이 발등을 스치는 느낌까지.
모든 감각이 나를 지금 여기로 데려다 놓는다.
생각이 복잡하고 감정이 어지러울 때
신발을 벗고 흙길을 걷는다.
땅이, 자연이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괜찮다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조금씩 진정된다.
사람들은 내게 운동을 참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운동이 아니라 생존이다.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방법이다.
이 세 가지가 있어서,
나는 오늘도 다시 걷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매트 위에 선다.
무너지고 싶을 때마다
내 몸은 땀을 흘리고,
내 마음은 다시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나는 살아간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마음이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