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아이였다. 동네에 돌아다니는 강아지를 보면 무서워 엉엉 울며 지나가지 못했고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집에 가면 무서워 얼어있곤 했다. 작은 강아지도 무서웠는데 길에서만 볼 수 있는 고양이는 얼마나 무서웠던지. 성인이 되어서도 길목에 고양이가 있으면 집에 가질 못했고 자고 있는 아빠를 불러 같이 들어가는 날들이 많았다. 고양이는 무서운 존재였고 이유 없이 싫었고 쳐다보는 것도 무서웠다. 그만큼 나는 동물을 무서워했고 좋아하지 않았다.
직장에서 처음 만난 남편과는 그 당시엔 서로 별 관심 없는 존재였다. 점심을 먹을 때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면 이야기하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인데 너무 귀엽지 않냐며 사진을 보여줬다. 아기 고양이였는데 나는 영혼 없이 “아, 네. 귀엽네요.”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귀엽게 생기긴 했지만 나에겐 그냥 고양이였고 별 관심도 없었고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없었기에 ‘남자 혼자 사는데 고양이를 키우고 저렇게 좋아하네. 신기한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신기하게 생각했던 그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때 그 아기 고양이를 직접 만나게 되었고 사람이 좋아지니 고양이에게도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고양이는 무섭지만 이 고양이는 조금씩 친해지니 무섭진 않았고 그냥 귀여워하는 정도였다. 결혼을 약속했을 때도 남편에게 고양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았기에 나도 함께 키우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정이 가는 정도였던 것 같다. 결혼 전 신혼집에 먼저 들어간 남편에게 “절대 안방엔 들어가지 못하게 해!!!” 하며 남편은 결혼 전까지 거실에서 고양이와 함께 잤다고 한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고양이와 나는 하루 종일 함께하게 되었다. 처음엔 솔직히 무서웠다.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 수도 있지 않을까? 털은 어떡하지, 계속 함께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고양이와 함께 지낸 지 한 달도 안 되어 나는 안방 침대에서 함께 자고 하루종일 붙어 지내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사랑이는 내 인생에 들어왔다. 사랑이를 사랑하게 된 후로 그토록 무섭기만 했던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고 가방 속엔 항상 사료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고 유튜브와 인스타는 고양이로 채워졌고 관심도 없던 동물농장을 챙겨보게 되었으며 동물단체에 기부를 하고 평소에 잘 울지 않는데 동물 영상만 보면 우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물건에 애정을 쏟는 편도 아니고 사람에게는 더더욱 애정을 쏟는 편은 아니다. 가족들을 사랑하고 아끼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분을 사랑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정성과 애정을 표현하고 쏟는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에게만큼은 나의 모든 애정을 쏟고 매일 사랑을 표현하는데 남편에게 1순위가 내가 아닌 사랑이여도 서운하지 않다. 왜냐면 나도 1순위는 사랑이니까. 그만큼 내가 온 정성을 다하는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이런 내가 신기하다. 사랑이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고 또 마음 쓰는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바라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겐 특별한 경험이다.
가족들은 지금도 나를 보면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다고? 하며 경악을 한다. 나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렇게 믿지만 내가 이렇게 180도 변한 걸 보면 또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