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on Stage
지난 6월 26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리사이틀, Violin on Stage가 있었습니다. 김봄소리의 이번 리사이틀은 조금은 특별합니다.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이하 DG)과 전속 계약을 맺은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앨범을 기념하여 진행된 투어로서, 국내에선 수원, 대구, 안성, 서울에서 리사이틀이 진행됐습니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공연은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것이죠.
이번 앨범의 반주는 NFM 브로츠와프 필하모닉, 즉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데, 국내에서는 리사이틀의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반주는 성신여대에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로 이뤄졌습니다.
공연의 첫 포문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으로 이뤄졌습니다. 사실 공연이 시작되기 앞서 ‘DG랑 계약한 나 김봄소리가 돌아왔다. 이번 공연은 나의 공연이다.’ 뭐 그런 상징성을 보여준 듯한 선곡이라고 억측을 해보기도 했었죠. 뭐 하여간 설명이 필요 없는 가장 대중적인 곡인데, 개인적으론 그만큼 공연장에서 쉽게 만족하기 어려운 곡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종종 노출되기는 했지만, 분명한 건 2019년에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호흡을 맞추었던 리사이틀에 비하면 표현력이 훨씬 좋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곡은 시마노프스키의 녹턴과 타란텔라를 연주했습니다. 야심한 밤과 격렬한 춤곡이 조화를 이루는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의 특색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과는 별개로 곡에 따라 기대하고 있는 포인트를 찾곤 합니다. 그래서 이 곡은 색채감은 좀 짙은 어두움이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시원하고 칼칼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연상하게끔 연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봄소리의 연주는 바이올린의 소리가 객석을 향해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지 않고, 조금 정체된 느낌이 들었지만, 곡을 풀어낼 때 느꼈던 색감은 그녀의 드레스처럼 어둡지만, 어두운 게 아닌 느낌이 들었고, 계곡 속에서 오돌토돌한 모래의 질감이 느껴졌습니다. 보통 이렇게 기대와 달랐을 때는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독특하게도 흡입력이 정말 정말 좋았기 때문에 곡에 몰두하게 돼 충분히 만족스럽게 곡을 감상했어요.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고, 이어진 세 개의 곡은 그녀가 이번에 발표한 곡을 연주했습니다.
우선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연주했는데요. 1부에서의 베토벤의 봄처럼 대중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2부의 시작을 알리는 워밍업을 위한, 기교가 많은 곡이니 만큼 손을 풀기 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비에냐프스키의 전설을 연주했고, 동일 작곡가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을 연주했습니다. 사실 이 순간부터는 무엇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았거든요!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 및 여러 특별상을 받았다는 배경에 의한 것이 아니라 표현력 때문이었습니다.
‘전설’의 경우 비에냐프스키가 사랑했던 이에게 청혼을 했으나, 상대측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절망감에 사로잡혔을 때 작곡된 곡이고,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원곡이 오페라임을 감안했을 때, 연주를 할 때 충분한 감정을 가지고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표현이 객석까지 잘 전달되어 아련함에 가슴만 적시는 연주가 아닌 눈가도 촉촉해지는 그런 감상적인 연주를 탁월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런 형태는 무려 4개의 앙코르 곡 중 3개의 앙코르곡(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Pas de deux, /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 중 정령들의 춤)까지 이어졌어요.
김봄소리는 이번 앨범에서 오페라, 발레와 같은 극장 음악이 기본 베이스가 되는 곡들을 많이 가져왔는데, 바이올린으로 노래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2019년에 진행했던 리사이틀을 떠올려보면 곡에 감성을 효과적으로 불어넣는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크만이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한국인, 일본인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노래를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연주한다며, 한국인과 일본인은 그런 DNA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해, 여론의 질타를 맞고 사과를 했는데요.
본인이 가르쳤던 학생들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훨씬 엄격해진 시대의 흐름과 마스터클래스라는 환경에서 교육자의 위치에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리사이틀을 듣고 온 상황이라,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주크만이 저런 선입견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교육방법이나 콩쿠르에 대한 인식(저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인식인데, 이 부분은 사실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페널티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생각하게 됐으며, 누군가의 의견처럼 문화가 가지고 있는 차이가 있으니, 왈츠, 랜틀러와 같은 춤곡에 대한 리듬감 재고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해보게 됐네요.
오래간만에 긴 글 써보이는데, 여전히 굉장히 주관이고, 식견이 짧은 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 주셨다면, 그 자체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김봄소리의 이번 리사이틀과 앨범에선 “생상스의 삼손과 델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최근 김봄소리의 기자 간담회에서 진행한 연주를 소개해보며, 글을 줄입니다.
https://youtu.be/5uLhYiKPVI8
※ 이미지 출처
- 김봄소리 바이올린 리사이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