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라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대하여

‘김호정 기자 <더클래식> 북토크 후기’

by 이강원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감상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 같은 연주를 들어도 나의 감상과 다른 사람의 감상이 다를 때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학문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보다 분석적인 접근이 이뤄지기 때문에 연주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소위 명반이라고 불리는 음반에 길들여져서 자신만의 레퍼런스가 정답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때에는 그들이 내세우는 정답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과 비교하여 함께 들었던 연주에 대한 감상을 나누다보면 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기도 하다.


한편 나는 공연장을 자주 다닌 덕에 프리렉처 성격의 모임 운영 제안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 초심자를 대상으로 공연 관람 경험을 공유하고, 이 달의 공연과 프로그램을 해설하는 모임이었다. 하반기에 파일럿으로 세 번 진행했지만, 음악 감상을 더 효과적이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모임을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 고민이 되었다.


인사이트가 필요하던 순간. 김호정 기자 <더클래식>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람을 듣는 일


tempImageRDwbBp.heic


프레젠테이션 표지에 적힌 타이틀이었다. 한예종 김대진 총장이 언급했던 "연주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오며,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제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북토크에서도 음악에는 연주자의 평소 성향과 성격이 그대로 투영된다는 이야기가 슬라이드 중후반부에 언급되었다.


대표적으로 쇼팽 콩쿠르 우승 직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반응을 조명하며, 그가 연주한 헨델의 미뉴에트 g단조의 해석이 그의 성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소프라노 조수미의 고향과 관련된 특징을 주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일화를 들려주며, 이것이 리릭 콜로라투라의 특징으로 이어졌다는 설명도 인상 깊었다.





다름에 대하여


tempImageriru1R.heic


김호정 기자는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룸에서 손열음에게 "백건우의 연주와 손열음의 연주는 어떻게 다른가?"라고 묻는 장면을 보여주며 ‘다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3번 변주에서는 랑랑, 제레미 덴크, 베아트리체 라나의 연주를, 25번 변주에서는 안드라스 쉬프, 랑랑, 글렌 굴드의 연주를 각각 비교하며 해석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뉴욕타임스 평론가 앤서니 토마시니의 평론을 인용해 이를 정리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이어 리히터와 조성진의 연주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을 짧게 듣고 이를 비교하였으며,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단원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한편 데이비드 허위츠 같은 이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사례를 들며 음악가들이 해석하는 연주에는 찬사와 비판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 점도 인상 깊었다.




음악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아름다움


tempImageUwgQnC.heic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Op.10의 8번, 2번, 4번을 순서로 악보와 조금 다르게 풀어내는 해석을 짚어내면서 이 음악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후에는 그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의 뉴욕 타임즈 평을 보면서 피아니스트의 소리에 대한 가치관을 살펴보길 권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또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9번을 마지막으로 짧게 들어보았는데, 결과적으로 독특한 해석을 한 임윤찬 통해 음악가들의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아름답게 다가오면 결국 이게 설득력 있는 연주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받아가는 인사이트


tempImage00c1XT.heic


끝으로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사실 나는 클래식 음악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들에게 ‘표제음악’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한 곡을 들어보라고 하는 것이 좋은지, ‘절대음악’을 통해 감상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라고 하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기자님께서는 그런 분들에게 주로 어떤 음악을 추천하시느냐고 묻고 싶었다.


기회가 오지 않아 질문을 하지 못했지만 북토크 내용을 곱씹어 보면 표제음악이나 절대음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음악가들이 표현해 내는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캐치하여 서로 ‘다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이로써 음악가들이 표현하는 각자의 해석, 이를 수용하는 청자들의 서로 다른 감상. 이러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더클래식> 북토크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던 날이기도 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나의 모임을 잘 운영해 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체계적이고 균형잡힌 제임스 에네스의 베토벤 소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