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땅 탐방을 마무리하며
요르단 마다바에서의 둘째 날이자 요르단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이라 설렘 반 슬픔 반으로 시작한 하루. 오늘 우리가 방문할 곳은 출애굽 여정 중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인 느보산. 해발 약 817m의 산이 느보산은 출애굽 여정 중 모세가 가나안을 바라보며 숨을 거둔 장소로 알려져 있어 성경적으로 의미가 큰 곳이다. 이곳은 요르단의 중요한 종교적·역사적 문화유산으로 요르단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요르단 기독교 5대 성지 중 한 곳이다. 또한 6세기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바닥 유적이 남아있는 엄청 의미 있는 곳이라 더욱 느보산 방문이 기대가 되었다.
요르단 마인온천에서 출발해 약 한 시간 정도 차로 달려 도착한 느보산 (Mt. Nebo). 마인 온천은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고, 느보산은 고지대이기에 가는 길이 굉장히 구불구불해서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다. 느보산 입구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바로 기둥 조각상. 앞면에는 모세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얼굴 조각이 되어있었고, 뒷면에는 아랍어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적혀있었다. 기둥 조각상을 지나니 이번엔 거대한 맷돌 모양의 돌인 아부 바드 (Abu Badd)도 만날 수 있었는데, 비잔틴 시대의 수도원의 출입문을 봉쇄하던 문이라고 한다. 돌문을 보면서 나사로와 예수님의 무덤을 막았던 돌도 이렇게 생겼었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때 당시 비슷한 돌로 막아놓았다고 해서 신기했다.
그렇게 돌문을 지나고 드디어 도착한 느보산 전망대. 느보산에서 바라보는 약속의 땅 가나안과 요단강 계곡의 풍경. 날씨가 맑은 날에는 지평선 너머로 유대광야, 그리고 여리고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약간 흐리게 보여서 조금은 아쉬웠다. 왼쪽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자라 있는 곳의 이름은 아인 무사 (Ayun Musa)로,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이 솟아나게 한 곳이라 '모세의 샘'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전망대에 있는 안내판에서는 헤브론, 베들레헴, 예루살렘, 여리고 등 중요한 장소의 거리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예루살렘까지 46km라니 새삼 가까운 것이 느껴져서 더욱 신기했던 풍경이었다.
느보산에는 유명한 상징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놋뱀 기념비 (Brazen Serpent Monument). 놋뱀 기념비는 이탈리아의 조각가 지오바니 판토니가 제작한 조각품으로 구약의 '놋뱀 사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놋뱀 사건이란 광야 생활 중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자 불뱀들이 나타나 백성들을 물었고, 백성들의 간청으로 모세가 하나님께 기도 후 말씀에 따라 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달아 백성들이 치유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다. 전망대에서 약 3,500년 전 모세가 바라봤을 모압평지를 바라보며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여정과 예수님께서 공생애 기간 동안 어느 장소를 방문하셨었나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눈 후 교회를 구경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느보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바로 모세 기념교회 (Memorial Church of Moses). 모세 기념교회는 모세가 가나안을 바라보고 숨을 거둔 후 묻혔다고 전해지는 장소 위에 세어졌다고 한다. 4세기경 이집트 수도사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는 5~6세기 비잔틴 시대에 대규모 교회로 바뀌며 기독교 성지가 되었다고 한다. 16세기 이후로는 잊혔었지만 1932년 발굴과 복원작업이 시작되어 2016년도 현대식으로 재건되었고, 우리가 방문한 기념교회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모세 기념교회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6세기 비잔틴 시대에 제작된 모자이크들이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닥도 벽면도 온통 모자이크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때 당시의 모자이크들은 당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담고 있다고 한다. 여러 모자이크 작품들 중 훼손된 곳이 없이 완벽한 모습의 모자이크가 내 눈을 사로잡았는데, 모세 기념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모자이크라는 디아코니콘 세례당 모자이크 (Diakonikon-Baptistery). 서기 530년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디아코니콘 세례당 모자이크는 상단에는 동물들을 사냥하는 장면, 하단에는 목축 장면들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한다. 얼룩말, 타조, 낙타 같기도 하고 기린 같기도 한 그때 당시의 상상력 아래 그려진 동물들이 그려져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모자이크 유적이 유명한 장소답게 벽과 바닥 등에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이 들었던 모세 기념교회의 중앙 제단. 중앙의 나무의자 등받이에는 교회 밖에 있던 놋뱀 기념비가 금색으로 새겨져 있었고, 벽면과 바닥에는 또 다른 모자이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세 기념교회는 지금도 실제로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오래된 곳에서 드리는 예배는 어떤 느낌일까 그저 궁금함 뿐. 모세 기념교회 안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조각들을 눈에 담고, 예배당 구경까지 잘 마치고 밖으로 향했다.
모세 기념교회에서 나와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기념교회 옆으로는 비잔틴 시대 수도원 유적이 남아있었고 중간중간 올리브 나무가 심겨 있었다. 다시 한번 모세가 바라보았던 모압평지, 요르단 계곡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느보산을 끝으로 요르단 마다바 탐방을 마무리했다. 느보산을 요르단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올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의미 깊었던 이유가 하나 있는데, 이때 내가 받았던 말씀카드 속 구절이 신명기의 구절이었기 때문. 그때의 말씀이 선포되었던 곳을 와볼 수 있다니, 너무나도 의미 있었던 요르단 여행의 마지막 장소 느보산.
요르단을 떠나기 전 마지막 저녁은 나의 최애 음식 팔라펠과 후무스. 고소하고 담백한 후무스와 겉.바.속.촉의 팔라펠을 피타 빵이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이렇게 중동의 대표 음식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하며 요르단 여행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성서 속을 걷는듯한 시간이었던 요르단 여행. 성경에서 읽었었던 장소들에 와볼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꿈만 같았다. 벌써 다녀온 지 어언 6년 전이라 언젠가 다시 꼭 돌아가볼 수 있기를 바라보며, 뜻깊었던 요르단 여행일지를 여기서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