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도시' 탐방하기
텔아비브-야포를 떠나 우리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하이파 (Haifa). 이스라엘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는 이스라엘의 북부의 중심지이다. 가장 먼저 우리가 방문한 곳은 올드 자파에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차로 약 1시간 거리를 달리면 나오는 가이사랴 (Caesarea). 가이사랴는 당시 로마 행정의 중심 도시로 헤롯 대왕이 로마 황제에게 바치기 위해 건설한 곳으로 예수님이 계시던 당시 번성했던 항구도시라고 한다. 성경적으로는 베드로가 환상을 본 후 욥바를 떠나 백부장 고넬료를 만난 곳, 그리고 사도 바울의 변론이 있었던 중요한 장소로 바울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로마로 향했다.
가이사랴에 도착해 우리가 향한 곳은 가이사랴 국립공원 (Ceasarea National Park). 로마 시대의 유적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곳은 로마 시대부터 중세 시대까지 오랜 역사가 남아있는 곳이다. 로마 제국의 위엄이 빛나던 이곳은 이후 성지를 탈환하러 온 십자군들에 의해 점령당한 후 요새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가이사랴 국립공원 포토존에 서서 바라보는 거대한 가이사랴. 저 멀리 보이는 전차 경기장에서는 5년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기리는 성대한 경기를 열었던 곳으로 약 3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때 당시 로마 제국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이사랴 국립공원 안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헤롯 대왕의 해수 궁전 (Promontory Palace). 이곳에는 헤롯 대왕이 사용하던 목욕탕과 수영장 유적이 남아있던 곳이었는데, 헤롯 대왕은 지중해 바다 위 암석에 궁전을 세우고 유럽에서 가져온 대리석으로 꾸며놓은 수영장에 민물을 채워서 사용했다고 한다. 코 앞이 바다인데 굳이 수영장을 만들다니, 이스라엘의 황톳빛 사암으로 만든 건물과 유럽에서 온 하얗고 매끄러운 대리석이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 곳. 해수 궁전 외에도 로마 원형극장, 전차 경기장, 인공 항구까지 다 헤롯 대왕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니 가이사랴 국립공원 안 유적들에서 그의 사치스러움과 권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극장들 가운데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로마 원형극장(Roman Theater). 헤롯 시대에 만들어진 극장은 그때 당시 약 4,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곳으로 이후 수백 년간 사용이 되기도 했고, 현재도 복원 과정을 거쳐 사용이 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본디오 빌라도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석판이 발견되었다는 사실. 헤롯 대왕은 무대 뒤편으로 지중해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극장을 만들어서 그의 권력을 한껏 과시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그의 손자 헤롯 아그립바 1세가 연설 후 영광을 하나님이 아닌 본인에게 돌리다 벌을 받아 충이를 먹고 죽게 된다.
헤롯 대왕의 건축물부터 십자군 시대의 건축물까지 가이사랴 국립공원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가이사랴 항구에서 맑개 개인 하늘과 푸른빛의 지중해를 만날 수 있었다. 가이사랴 항구는 2,000년 전 세계 최초의 대규모 인공 항구이자 이스라엘에서 로마로 가는 배가 떠나던 주요 항구였다고 한다. 그리고 사도바울이 이곳에서 배를 타고 로마로 향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가 담겨있는 가이사랴 유적 안에서 에메랄드 빛의 지중해를 바라보며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지중해식 해물요리로 배를 채우는 것으로 가이사랴 국립공원 방문을 마무리했다.
바쁘디 바쁜 우리들의 이스라엘 탐방은 가이사랴 국립공원을 떠나 갈멜산으로 이어졌다.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차로 한 40분 거리에 있는 다음 탐방 장소는 엘리야 기념교회 (Discalced Carmelite Order Muhraqa Monastery). 이곳은 엘리야가 850명의 바알과 아세라 거짓 선지자들과 대결하여 하나님의 불이 제단에 내려오는 기적을 보였던 엄청난 장소이다. 엘리야 기념교회의 Muhraqa의 뜻이 바로 '불의 제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엘리아 기념교회 뜰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칼을 들고 거짓 선지자들을 처단하는 엘리야의 위엄 넘치는 동상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동상 앞에서 사진을 남긴 후 기념교회로 입장.
엘리야 기념교회 내부로 들어가니 소박한 느낌의 예배당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예배당 안에는 12개의 돌로 만들어진 제대가 있었는데, 거짓 선지자들과의 대결 당시 엘리야가 쌓았던 제단을 상징한다고 한다. 예배당의 양쪽 벽에는 히브리어와 아랍어 등으로 기록된 성경 구절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엘리야의 기도 내용이 담긴 성경 구절들을 새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예배당을 둘러본 후 짧게 감사기도를 드린 우리들은 옥상 전망대로 향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갈멜산 사건들이 조각되어 있어 어떤 장면들이 담겨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가니 금방 옥상 전망대에 도착했다.
엘리야 기념교회 옥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이스르엘 평원(Jezreel Valley)의 풍경. 저 멀리 지중해와 사마리아 산지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눈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옥상 전망대의 바닥에는 나침판 모양의 방위표시판이 새겨져 있어 어느 방향에 중요한 지형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엘리야가 비를 기다리며 바라본 바다의 방향이 어디였는지, 또 사울왕이 전사한 길보아 산이 어딘지 등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성경탐험까지 마무리한 후, 엘리야 기념교회 구경을 마무리하며 하이파 일정 끝. 이렇게 하이파를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2일 차가 끝나야 자연스럽지만, 바쁘디 바빴던 우리들의 일정은 바로 나사렛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남겨보며 하이파 탐방기는 우선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