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시간을 따라서
갈멜산을 떠나 향한 이스라엘 2일 차 탐방의 마지막 장소는 나사렛 (Nazareth). 기독교인들에게는 베들레헴만큼이나 의미 있는 나사렛은 이스라엘 북부 갈리리 지방에 위치한 도시로,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님의 잉태를 계시받았던 곳이자 예수님의 고향이다. 나사렛은 예수님이 어린 시절부터 공생애를 시작하신 30살까지 사셨던 곳으로, 예수님의 고향인 도시답게 이스라엘의 도시들 중에서 유독 기독교인의 비중이 높은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갈멜산에서 차로 약 50분 정도 열심히 달려 예수님의 고향에 도착했다.
나사렛에 도착한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가장 유명한 곳인 나사렛 수태고지 교회 (Church of Annunciation). 역시나 나사렛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답게 방문객들이 많았던 곳이다. 수태고지 교회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기독교 성당 중 한 곳으로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을 것이라는 음성을 들은 마리아의 집 터 위에 세워졌다고 한다. 5세기경 비잔틴 제국 시절 세워졌다는 수태고지 교회는 이후 3번 정도 파괴와 재건 과정을 거쳤고, 1969년 이탈리아의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진 현재의 모습이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교회가 여러 차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태고지 교회의 하이라이트인 지하 동굴은 보존되었다고 하니 신기.
나사렛 수태고지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교회의 뜰 안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나라 복장을 한 마리아와 예수님의 모자이크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작품답게 마리아와 예수님이 각 나라의 전통 복장을 입기도 하고 각자 그림체가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 나에게 가장 예뻤던 작품은 우리나라 작품. 우리나라 작품은 한복을 입은 마리아와 색동저고리를 입은 예수님, 그리고 주변의 무궁화로 꾸며진 모자이크 작품이었다. 수태고지 교회에 도착한 시간이 늦은 오후였기에 작품들을 빠르게 둘러본 후 바로 교회로 입장했다.
나사렛 수태고지 교회는 2층 구조로 되어있었는데, 1층은 고대 유적과 동굴이 보호되고 있으며 2층은 대성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대 동굴 유적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동굴 주변을 감싸는 형태로 건축되었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가 가장 먼저 고대 유적과 동굴을 보기 위해 1층으로 향했다. 중간의 제단을 기점으로 뒤로 보이는 곳이 바로 마리아가 거주했던 집 터로 여겨지는 장소. 동굴 주변의 돌벽은 로마 시대와 십자군 시대의 교회 유적들이 층층이 겹쳐져 있어 그곳에 쌓인 오랜 역사를 가늠하게 했다.
이곳이 바로 마리아의 방으로 전해지는 수태고지 동굴 (Grotto of the Annunciation).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님을 낳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곳인데, 내가 늘 상상했던 건 방 안 침대에 앉아있는 마리아였는데 상상 속의 방의 느낌보다는 그냥 쌩 동굴(?)의 느낌. 이런 동굴의 모습은 당시의 전형적인 주거형태로, 1세기경 나사렛 사람들은 천연 동굴을 활용해 바위를 파내거나 기존 동굴에 돌벽을 쌓아 만든 '동굴 집' 형태의 생활공간에서 지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직접 보니 성경 속 지명들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이런 재미에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1층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올라가 본 2층은 수태고지 교회의 예배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2층 예배당에서 바라본 지붕은 백합이 활짝 핀 모양으로 되어있었고, 그 모양이 예배당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가톨릭에서는 백합이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고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예배당의 바닥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있어 우리가 방금 보고 온 수태고지 동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화려하고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들이 제대 뒤부터 시작하여 예배당의 벽에 전시되어 있었다. 교회 뜰 안에 전시된 작품보다 뭔가 더 알록달록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예배당 내부의 모자이크 작품들까지 눈에 담으며 예배당 구경을 마무리했다.
수태고지 교회 내부관람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옥상으로 올라가 나사렛 마을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예수님의 어린 시절부터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장소에 와있다니.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바라보셨을 풍경 아래, 골목 이곳저곳을 뛰어다니셨을 어린 시절의 예수님을 떠올려보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가 약간 아기자기해 보여서 시간이 더 있었다면 둘러보고 싶었는데, 바쁘디 바쁜 여행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아쉬움을 가득 남기며 나사렛을 떠나 2일 차의 마지막 장소인 가나로 향했다. 가나는 나사렛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하루 일정이 빽빽해 나사렛을 떠날 때 이미 노을이 지고 있어 가나를 볼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나에서의 우리들의 목적지는 가나 혼인잔치 교회 (Wedding Church at Cana). 혼인잔치 교회는 예수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첫 기적을 기념하며 혼인잔치가 열렸다고 전해지는 터에 세워진 교회. 차에 내리자마자 교회를 향해 엄청나게 빠르게 달려갔지만, 역시 걱정했던 것처럼 교회는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교회 안에 예수님 당시에 썼던 돌항아리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문 틈으로 하염없이 교회를 바라봐야만 했다. 아쉬움을 달래며 대신 교회 외벽에 새겨져 있는 성경 말씀도 찍고, 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냥 떠나기 아쉬웠던 우리들은 마지막으로 교회 앞 기념품 샵에 들어가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길고 길었던 이스라엘 2일 차 탐방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