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장소 탐방하기
요르단 암만과 제라시 유적 구경을 첫날 마무리 하고, 실제로는 다음날 이스라엘로 넘어가 여행을 한 후에 다시 요르단으로 돌아와 여행을 했었다. 그러나 여행 이야기를 나라별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선 요르단 여행기를 계속 진행해 본다. 이스라엘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요르단으로 돌아온 우리들이 향한 곳은 요르단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인 아즐룬 (Ajloun). 아즐룬 하면 보통 12세기에 지어진 성채가 유명하지만, 우리는 목표는 성경 속 장소들을 방문하기였기에 우리의 목적지는 엘리야 선지자의 고향으로 알려진 유적지인 텔 마르 엘리아스.
제라시를 지나 텔 마르 엘리아스로 향하는 길에 만나게 된 곳은 바로 얍복강 (Jabbok River). 얍복강은 현재 자르카 강 (Zarqa River)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요단강의 동쪽 지류로 갈릴리 바다와 사해 사이 중간 지점에서 요단강과 만난다고 한다. 요르단에서 두 번째로 큰 지류로 유명한 자르카 강이 기독교인들에게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구약 성경에서 야곱이 천사와 밤새 씨름했던 '얍복 나루'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형 에서를 20년 만에 다시 만나러 귀향하던 중 이곳에서 씨름이 벌어졌고, 이후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된다. 늘 성경을 읽으며 얍복 나루를 떠올렸을 때는 시냇물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로 만나게 된 얍복강은 그냥 이름 그대로 강(?)의 느낌.
흥미로웠던 얍복강 구경을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오늘의 목적지인 텔 마르 엘리아스 (Tell Mar Elias). 텔 마르 엘리아스는 해발 약 900m의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길르앗 산지의 360도 풍경과 함께 저 멀리는 팔레스타인에 위치한 에브라임 산지까지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텔 마르 엘리아스의 뜻은 '엘리야의 산'이란 뜻으로, 이곳이 바로 성경 속 엘리야 선지자의 고향으로 알려진 디셉(Tishbe)으로 추정되는 곳이라고 한다. 성경에서 엘리야 선지자가 처음 소개될 때 '길르앗에 거하는 디셉 사람 엘리야'라고 소개되는데, 그 디셉이 바로 이곳이라니 성경에서 읽고 들었었던 곳들에 실제로 와보는 재미가 얼마나 큰지.
저 멀리 올리브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리스티브 (Listib).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서있는 텔 마르 엘리아스는 엘리야를 기념하는 장소이고, 리스티브 마을을 엘리야 선지자가 태어나고 자란 실제 거주지로 본다고 한다. 리스티브 마을 주변에 빼곡히 자라고 있는 올리브 나무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아즐룬은 요르단 최대 올리브 산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품종의 중심지라고 한다. 저기에서 자라고 있는 고대 올리브 나무들은 엘리야 선지자가 살았던 시대 보다 더 오래전부터 자라왔다는데, 그 오래된 시간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텔 마르 엘리아스 안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이 나무들은 '상수리나무'로 성경에서는 압살롬의 머리카락이 걸렸던 그 나무! 여러 상수리나무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양한 색의 천 조각들이 달려있는 상수리나무였는데, 이 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소원의 나무'. 나무에 달려있는 천 조각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망을 담아 묶어 두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상수리나무 주변으로는 도토리들이 떨어져 있었는데,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한국의 도토리 보다 요르단의 도토리는 길쭉하고 날렵한 형태여서 도토리를 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텔 마르 엘리아스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바로 이곳이 교황청에서 공식 지정한 요르단의 5대 기독교 성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은 6-7세기에 요르단 최대 규모의 비잔틴 교회가 세워졌던 곳으로, 우리가 갔을 때는 교회터 주변이 보호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다른 시기에 지어진 대교회와 소교회, 두 개의 교회가 있었는데 이곳이 성지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소교회 옆에 대교회가 세워지면서 교회가 두 곳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 교회터 주변을 돌아보다 나무 모양의 모자이크를 보게 되었는데, 이 모자이크는 무려 6~7세기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로 영원한 생명과 축복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라고. 그렇게 의미 있는 모자이크를 만나는 것으로 텔 마르 엘리아스 구경을 마무리했다.
요르단 아즐룬 탐방을 마치고 만나러 간 우리의 저녁 메뉴는 바로 에서가 야곱에게 장자권을 팔게 만든 주범인 '팥죽'! 요르단 이름은 슈르밧 아다스(Shorbat Adas)라고 불리는데, 성경에는 팥죽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그 팥죽의 정체는 바로 렌틸콩죽이다. 히브리어 성경과 영어 번역본에는 정확히 Pottage of Lentils로 되어있는데, 한국어로 번역이 되며 한국 문화와 가장 비슷한 붉은색 '팥'으로 의역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경 읽을 때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장자권을 팔 정도였을까 궁금했었는데, 따끈하고 고소한 맛이 그럴만했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건 비밀로 남겨두며. 얍복강을 보고 온 후라 더욱 의미 있던 렌틸콩죽 체험과 함께 요르단 아즐룬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