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 성서의 땅을 걷다, 마안

광야를 지나며

by 오름

요르단 암만과 아즐룬 탐방을 마친 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요르단에서 가장 유명한 마안 (Ma'an). 마안은 요르단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과거부터 순례자들과 상인들이 지나다니던 중요한 길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바로 마안에는 요르단 하면 들어봤을 붉은 사막 와디럼과 고대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였던 페트라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요르단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 바로 "페트라도 가?"였다. 그런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생각하며 암만에서 차로 5시간을 달려 마안에 도착했다.


'달의 계곡' 와디럼에 도착했어요 @ 요르단 마안


마안에서의 첫 여행지는 와디럼 (Wadi Rum).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와디럼은 붉은색 사암 바위들과 광활한 사막의 풍경이 유명한 곳으로, 붉은색이 마치 화성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라 여러 영화들의 촬영장소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알라딘>도 여기서 찍었다니, 내적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느낌(?). 그러나 그 무엇보다 와디럼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 여정과 관련된 중요한 지리적 배경으로 여겨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출애굽기에서 가장 큰 사건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냈던 40년 광야 생활의 배경에 내가 서있다니, 비현실적인 느낌.


돌바위에 올라가 바라보는 와디럼의 풍경 @ 요르단 마안


와디럼에서의 첫 액티비티는 사막투어. 3시간 정도 지프차를 타고 달리며 중간중간 내려서 맨발로 모래언덕도 밟아보고, 돌바위에 올라가 와디럼의 사막 풍경을 한껏 즐겼다. 요르단 여행을 하기 일 년 전 이집트를 여행하며 바하리야 사막을 여행했었는데, 바하리야 사막은 석회암 바위들이 가득해 온통 하얀 느낌이었는데 와디럼은 붉은 모래로 인해 온통 붉은 느낌이라 두 사막의 색 대비가 재밌는 부분이었다. 미리 플레이리스트로 담아 온 히즈윌의 <광야를 지나며>를 들으며 달리는 와디럼 붉은 사막에서의 시간은 참 의미 있었던 시간.


성경에 나오는 로뎀나무가 바로 이 나무라니 @ 요르단 마안


사막투어 중간에는 20분 정도 골짜기 트레킹을 했는데, 신기한 사실은 와디럼은 원래 바다였는데 침식과 융기를 거치며 산과 협곡이 생겨나고, 모래사막이 되었다고 한다. 고요한 골짜기를 걸어가며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광야를 걸었을까 조용히 묵상하며 걷는 중 로뎀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붉은 모래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는 로뎀나무는 성경 속에서는 엘리야 선지자에게 그늘이 되어줬던 나무였다. 그늘을 만들어줬다고 알고 있었기에 풍성한 나뭇잎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로뎀나무는 앙상해서 사람이 숨기에는 턱없이 작아 보였다. 로뎀나무 아래의 엘리야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부어주신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며 나무 아래서 사진도 찍어보고, 마지막으로 일몰까지 감상하며 사막투어 끝.


붉은 사막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낭만적 @ 요르단 마안


사막투어가 끝나고 도착한 우리들의 오늘 숙소는 와디럼 사막 안에 있는 곳이었다.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모래바람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사막에서 보냈던 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숙소 근처의 높은 바위로 올라가 바라본 일출이 붉은 사막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던 그 순간은 여행지에서의 추억 중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낭만적이었던 와디럼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우리가 향한 곳은 요르단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던 페트라. 와디럼에서 페트라는 약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했다. 페트라로 향하는 길의 이름은 킹스 하이웨이, 즉 '왕의 대로'로 이 길 또한 성경 속 출애굽 여정의 한 곳으로 나왔던 곳이라니 왠지 감동적.


협곡을 걸어 들어가요 @ 요르단 마안


그렇게 와디럼을 떠나 우리가 도착한 다음 장소는 페트라 (Petra). 요르단의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페트라는 기원전 4세기경 아랍계 유목민인 나바테아 인들이 건설한 왕국의 수도로 페트라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바위'라는 뜻이라고 한다. 페트라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 입구에서 우리는 현지 가이드 분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시는 덕분에 약 1.2km 길이의 시크 협곡을 구석구석 구경하며 재미있게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시크 협곡 (As-Siq)은 나바테아 인들이 거주하던 페트라 유적지 중심부로 이어지는 길로 천연 협곡이라고 한다. 협곡의 양 옆에는 거대한 바위 절벽이 솟아있었고 이곳저곳 숨겨져 있는 나바테인들의 지혜에 감탄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협곡의 끝에 다다르게 되었다.


협곡의 끝에 마주한 페트라의 보물 @ 요르단 마안


시크 협곡의 끝에 드디어 마주하게 된 페트라의 보물, 알 카즈네 (Al-Khazneh).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의 촬영지로 유명한 알 카즈네는 내가 페트라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알 카즈네 보는 거야?"라고 했을 정도로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 사암 절벽이 통째로 조각되어 있는 알 카즈네는 외부의 장식과 조각이 너무나도 정교해서 그때 당시 어떻게 이렇게 멋진 건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저 신기했다. 알 카즈네는 아랍어로 '보물창고'라는 뜻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건물의 2층 항아리 안에 파라오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와 도굴꾼들이 많이 드나들었던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나바테아 국왕 아레타스 4세의 영묘로 추정되는 곳이라고 한다. 역시나 페트라의 가장 유명한 장소답게 관광객이 정말 많았던 곳이어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인증 사진만 빨리 찍고 다음 장소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당나귀들 @ 요르단 마안


알 카즈네까지 동행한 가이드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 후 다음으로 향한 장소는 High Place of Sacrifice. 아랍어로는 알 마드바(Al-Madhbah) 불리는 곳으로, 쉽게 말하면 높은 곳에 제단이 있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나바테아 인들이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사를 드리려고 만들어 놓은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로, 이곳은 해발 1,035m의 제벨 마드바(Jebel al-Madhbah)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그 말인즉슨, 그곳은 경사가 급하고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만 한다는 것. 이미 시크 협곡부터 너무나 많이 걸어서 더 이상 걸어 올라갈 힘이 없던 사람들은 당나귀를 타기로 했는데, 쫄보인 나는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왠지 무서워 혼자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저 멀리 어딘가에 아론의 무덤이 @ 요르단 마안


그렇게 올라온 High Place of Sacrifice에서는 나바테아의 거대한 제단을 만날 수 있었고, 정상에 올라서니 페트라의 전경과 와디 무사의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곳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아론의 무덤이다. 모세의 형이자 이스라엘의 첫 대제사장이었던 아론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호르산(Mount Hor)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데, 바로 그 호르산이 이곳 자발 하룬 (Jabal Haroun)이라고 한다. 아론의 무덤은 페트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직접 가기에는 어렵다고 하기에 멀리서나마 눈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렇게 페트라의 전경을 눈에 가득 담고 내려와 왕가의 무덤군까지 찍고 알 카즈네와 시크 협곡을 걸어 나오는 것으로 길었던 페트라 구경 종료. 떠나기 전 기념품 샵에서 마음에 드는 요르단 자석까지 구매하는 것으로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요르단 마안 탐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페트라의 하이라이트 왕가의 무덤군 @ 요르단 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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