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로 산티고의 시작점에 서다
파리에서부터 야간버스로 이동하여 바욘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온 길고 길었던 종착지 끝은 바로 까미노 프랑스 길의 첫 시작, 생장 피에드포르 (St. Jean-Pied-de-Port). 프랑스 길 (Camino Frances)의 첫 시작점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순례자 등록을 위한 순례자 사무소 찾아가기! 다행히 생장에 도착한 모든 사람들이 처음 찾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고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순례자 사무소에 도착하여 간단한 인적사항을 체크하고 나면 순례자 여권인 ‘끄레덴시알 델 페레그리노 (Credencial del Peregrino), 그리고 까미노 프랑스 길의 마을/고도 등의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받게 된다. 그 후에는 가장 기대하던 순서, 바로 순례자임을 나타내는 조개껍데기를 고르기! 다양한 조개껍데기 중 가장 예쁜 것으로 고른 후 가방에 달고 나니 드디어 공식적인(?) 순례자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공식적인 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 마을, 생장에서 묵을 알베르게로 향했다.
나와 언니가 고른 우리의 첫 알베르게는 ‘55번 공립 알베르게’로 유명한 알베르게! 늘 인기가 많아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생장에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아 무사히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야간버스의 피곤함을 풀기 위해 낮잠을 조금 즐긴 후 본격적으로 마을 구경하러 출발! 알베르게에서 생겼었던 웃픈 일 하나. 언니가 샤워 후에 침대 옆에 한국에서 가져온 때밀이타월을 말리려고 걸어놨었는데 그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때밀이타월을 누가 가져갔는지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기에 산티아고를 걷는 내내 시원하게(?) 씻지 못했다는 후문.
산티아고의 첫 시작점인 생장 피에드포르는 작은 마을이지만 까미노 프랑스길을 위해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인해 활기찼다. 알베르게에서 마을 중심으로 가는 길은 하나의 길이었는데, 지나가며 39번 순례자 사무소도 볼 수 있었고 양 옆으로 조롱박, 나무 지팡이 등 까미노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기념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인지라 물욕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순례자의 가방은 최대한 가벼워야 하므로, 물욕을 누르며 마을 구경에 집중! 아기자기한 마을을 구경하고, 저녁과 다음 날 간단한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장도 보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저녁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준비하면서 내일 점심까지 준비해 놓고 언니와 생장의 마지막 풍경을 즐기러 뒷마당으로! 뒷마당에서 생장의 풍경과 샌드위치를 즐기며 언니와 함께 앞으로 한 달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위한 전의를(?) 다져보았다. ”갈래요?“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 산티아고 순례길,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의미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자고 다짐하며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 :) - 2015.06.27. in St. Jean-Pied-de-Port,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