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 안녕 나의 까미노 가족들, 에스텔라

산티아고를 함께한 까미노 가족들을 만난 곳

by 오름

상쾌하게 시작한 까미노 8일 차,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별’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에스텔라 (Estella).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텔라까지는 거리가 23km 정도라 비교적 준수한(?) 거리였기에 여유를 가지고 출발! 오늘은 오랜만에 동행하는 친구들 없이 언니랑 둘이서만 걷는 하루였기에 시작부터 서로의 사진을 많이 찍어주며 까미노를 시작했다.


십자가에 담긴 마음들을 바라보며 @ 2015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가리비 표시와 함께 노란 화살표로 페레그리노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까미노 비석, 그리고 십자가이다. 아무래도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순례길이다 보니 다양한 십자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가장 유명한 ‘철의 십자가’ 외에도 길을 걷다 보면 순례자들이 나무나 돌 등으로 만들어 놓은 십자가를 종종 마주치게 된다. 에스텔라로 가는 길에서도 어김없이 만난 철망에 걸린 십자가. 철망에 빽빽이 달려있는 십자가들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의 마음, 그리고 그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산티아고는 풍경 맛집 @ 2015 산티아고


오늘도 광활한 산티아고 순례길.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을 때는 이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다양한 인생의 고민들에 대해 생각하며 길의 끝에서는 그 답들을 찾고 완주하겠다는 굉장히 야심 가득찬(?)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까미노 순례길을 걸어보니 반은 풍경 구경, 그리고 걷는 힘듦을 잊기 위해 여러 특이한(?) 행동들을 하는 것이 반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에스텔라로 가는 길은 대부분이 평지였기 때문에 다행히(?) 특이한 행동 없이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면서 걸을 수 있었다.


에스텔라로 가는 길에서 일어난 한 가지 재밌었던 일. 걷는 길 중간, 잠시 들렀던 Bar에서 한국말을 잘하시던 아저씨를 만났었다. 마침 그 Bar의 벽에 세계 지도가 걸려 있었는데, 그 지도를 보면서 아저씨랑 나랑 “동해는 당연히 East Sea 지!” 라며 급작스런 공감대를 형성했던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순례자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반가운 표시 @ 2015 산티아고


열심히 걷고 걸어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도착지, 에스텔라. 오늘 우리가 정한 숙소는 에스텔라 공립 알베르게로 그곳에서 안토니, 코리, 프란시스코, 비안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에스텔라를 시작으로 이 친구들은 우리가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까지 끈끈하게 지낸 가족 같은 친구들. 다시 만난 반가움을 가지고 친구들과 에스텔라 알베르게 앞에서 즐거운 수다 한바탕을 벌였다. 그리고 다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친구들이 나의 ‘브이‘ 포즈를 좋아해 주어 다 같이 브이로 단체 사진도 남겼다.


까미노 하면 납작복숭아 @ 2015 산티아고


신나는 수다 한바탕 후 언니와 저녁 준비 시작! 산티아고를 걸을 때 언니랑 나는 주로 슈퍼에서 재료를 구매해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약간 고정 메뉴처럼 우리의 점심은 바게트, 저녁은 참치나 뽈뽀를 잔뜩 넣은 샐러드와 과일을 먹곤 했었다. 메뉴만 들으면 되게 건강하게 먹은 것 같지만, 건강한 만큼 아주 많이(!) 챙겨 먹었다는 웃픈 사실. 에스텔라에서 우리는 저녁으로 샐러드를 무려 4차까지 달렸으며,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인 커플이 나눠준 계란프라이와 납작 복숭아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던 건가, 800km를 걸었음에도 언니와 나는 더욱 건강해졌던 것이. 여러모로 재미있는 추억이 있었던 까미노 8일 차 이야기는 여기서 끝!


가는 길에 걸린 수많은 십자가들은 주님을 간절하게 만나길 원했던 순례자들의 표시.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 2015.07.02 in Estell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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