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 용서의 언덕을 지나, 푸엔테 라 레이나

용서의 언덕을 지나 여왕의 다리를 건너

by 오름

어느덧 까미노 7일 차,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여왕의 다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푸엔테 라 레이나 (Puente La Reina). 팜플로나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 까지는 24.6km를 걸어야 했기에 단단히 준비하고 오늘의 동행인 수잔, 조와 함께 길을 나섰다. 팜플로나를 벗어나기 전 베이커리에 잠시 들려 산페르노 축제를 기념하는 황소 모양의 페르니난드 쿠키로 당을 채우고, 까미노에 오기 전 미리 신청해 둔 대학인 순례자 여권을 픽업하기 위해 나바라 대학교에 들렸다. 사무실을 찾느라 잠시 캠퍼스를 헤매기도 했지만 무사히 여권을 픽업하고 본격적으로 푸엔테 라 레이나를 향하여 출발!


펼쳐진 노란 밀밭, 고흐의 그림이 떠올랐다 @ 2015 산티아고


팜플로나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로 향하는 길은 노란빛의 밀밭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태양이 작열하는 7월의 스페인과 노란빛의 밀밭이 참 잘 어울렸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내내 내가 참 좋아하는 화가인 반고흐의 그림을 떠올렸다. 광활한 밀밭을 지나다 보니 어느 순간 오르막길이 나왔고, 그 길을 열심히 올라 드디어 알토 델 페르돈 (Alto del Perdon)에 도착하였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용서의 언덕 @ 2015 산티아고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다는 ‘용서의 언덕’. 해발 700m에 위치한 알토 데 페르돈 언덕에 올라서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오기 전부터 사진으로 많이 봤었던 순례자들의 모습을 형상화 한 조형물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늘의 동행들과 함께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찍으려던 그 순간 바람이 불어 모자가 뒤집어지고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어버려 오히려 덕분에 사진에 다 같이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그 시간을 한껏 즐겼다.


용서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림 @ 2015 산티아고


용서의 언덕에서 한참 시간을 보낸 뒤, 다시 푸엔테 라 레이나를 향해 힘차게 출발! 가는 길, 오르막을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했는데, 길이 다 자갈밭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내려오자마자 당이 떨어진 우리는 언니의 가방 앞에 고이 꽂아온 바게트에 살라미와 치즈를 넣어 점심을 해결하였다. 사실 처음 우리가 목표했던 곳은 그전에 있는 마을이었는데, 걷다가 동행들과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푸엔테 라 레이나로 정했던 거 같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힘을 내 한 마을을 더 넘어 우리들은 7명 남은 알베르게를 선점할 수 있었다. 푸엔테 라 레이나의 공립 알베르게는 그냥 평범한 알베르게였음에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양 떼가 지나가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떼들이 종을 달고 지나가는 귀여운 순간 포착 @ 2015 산티아고


푸엔테 라 레이나의 알베르게가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까미노의 또 다른 동행이 되어준 프란시스코, 비안카, 안토니와 코리를 만난 곳이기 때문! 사실 마주치며 인사를 몇 번 했던 사이였는데, 그중 안토니가 우리 보고 계속 같은 자리에 있다며 장난을 걸어왔었던 적이 있었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한참 대화를 나눈 후, 언니와 샐러드와 파스타를 만들어 배 터지게 먹고 후식으로 납작 복숭아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사실 그때 먹었던 샐러드 사진을 올려볼까 하여 봤었는데 샐러드치고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부끄러워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하며- 까미노 7일 차 기록은 여기서 마무리!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하다. 위를 보고 걸으면 지칠 뿐. 빨리, 앞서 걸으려는 욕심에 주변에 많은 걸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 2014.07.01 in Puente Leina, Spai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섯 : 처음 만난 대도시, 팜플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