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라 왕국의 수도에서 중세 스페인 느끼기
2015년 산티아고에서의 우리들의 하루는 그 누구보다 일찍 시작이 되었다. 여섯 번째 날, 우리들의 목적지는 순례길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첫 대도시인 팜플로나 (Pamplona). 알베르게 옆침대에 묵었던 폴란드 이모삼촌과 인사를 나누고 언니와 오늘도 씩씩하게 출발! 전날 주비리에서 라라소아나까지 미리(?) 걸어둔 덕에 오늘은 비교적 짧은 18km를 걷게 되어 주변 풍경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팜플로나로 가는 길, 아침을 든든히 먹기 위해 Bar에 들어갔다. 문 앞 귀여운 애옹이들에게 영업 당해(?) 들어가게 된 Bar에서 스페인 국민 핫초코 ‘콜라카오 (Cola Cao)’와 스페인 감자 오믈렛 ‘또르띠야 데 파타타 (Tortilla de Patata)’을 맛보게 되었고 한동안 우리의 아침 메뉴가 되었다.
2015년 7월의 산티아고는 선선한 새벽이 지나면 온도가 훅 올라갔기에 언니와 나는 전날 마르지 않은 빨래가 있다면 가방에 달고서 순례길을 걸었다. 이때가 아마 첫 시작이었던 거 같은데, 이때 언니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면 수건과 양말들이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렇게 마르지 않은 빨래들을 가방에 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여러 마을들을 지나 열심히 걷다 보니 어느덧 팜플로나. 오후 1시 도착!
구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웅장하고 거대한 성벽을 지나 다리를 건너 성문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팜플로나.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알베르게는 순례자라면 알고 있는 팜플로나의 공립 알베르게 Albergue Jesus Y Maria. 오래된 옛 성당 건물을 개조해 알베르게로 만들어 놓은 곳이라 들어갈 때부터 뭔가 해리포터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알베르게 중 한 곳이다. 규모가 상당이 큰 데다 이층 침대들이 줄지어 놓여있어 100명 이상이 묵을 수 있는 알베르게라 길에서 한 번씩은 마주쳤었던 페레그리노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중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제임스 아저씨가 있었는데, 남쪽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금방 친해져 신나게 대화했던 기억이 있다.
무사히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낮잠을 조금 즐긴 후 언니와 함께 팜플로나 구경에 나섰다. 팜플로나는 대도시라 그런지 볼 것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7월 초에 있을 산페르민 (San Fermín) 축제로 인해 거리가 북적였다. 1324년부터 시작된 산페르민 축제는 팜플로나의 유서 깊은 축제이고 특별히 소몰이 행사인 엔시에로 (Encierro)가 하이라이트라고 하던데, 소들이 내달리는 그때 없어서 내심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쫄보. 팜플로나를 돌아다니며 대성당도 구경하고 시청 광장에서 유명한 시청 청사도 구경한 후, 주비리에서 헤어졌었던 수잔과 조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으로 순례자들 답게(?) 순례자 메뉴를 선택!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알차게 먹고 든든하게 마무리.
공립 알베르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묵는 수잔과 조와 내일 또 함께 걷기로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 분들을 길에서 만나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 후 다음 날 먹을 점심을 사가지고 숙소에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그러고 보니 언니의 가방은 탄성로프가 되어있는 가방이었기에 점심용으로 챙겨 다니던 바게트는 늘 언니의 몫이었다. 언니와 언니의 가방 덕분에 나는 가방 무겁지 않게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고 이 글을 읽고 있을 언니에게 아주 늦은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언니 Gracias!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나. 단순해지자! - 2015.06.30. in Pamplon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