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하루
론세스예바스 알베르게 옆침대 친구들과 함께 걷기로 한 다섯 번째 날, 새벽을 깨우며 순례길을 걸을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론세스예바스 알베르게를 떠나기 전 앞에서 오늘의 순례길을 함께 걸을 영국친구들 수잔, 조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스페인에서의 본격적인 순례길 시작! 동행들과 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론세스예바스에서 22km 거리에 떨어져 있는 다음 마을인 주비리 (Zubiri).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순례자들은 아마 “Buen Camino!”라고 말할 것이다. Buen Camino, 부엔까미노를 직역하자면 ‘좋은 길’이라는 뜻인데, '당신의 여행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7월, 해가 쨍쨍한 한여름의 까미노를 열심히 걸으며 만나는 페레그리노들과 “Buen Camino!”로 인사하면서 응원을 보내다 보면 가끔 지쳐있다가도 신기하게 힘이 났다. 그렇게 지나오며 인사를 보내다 보니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순례자라는 내적 친밀감이 있어 그런가, 만나면 그저 반가운 친구들. 친구들과 안부도 묻고 장난도 치며 그렇게 열심히 까미노를 걷다 보니 우리의 목적지인 주비리에 도착!
산티아고 순례길은 보면 보통 하루에 20km 정도를 걷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정으로 본다고 한다. 까미노 초반이어서 그랬을까, 오후 3시에 주비리에 도착했는데 무언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언니에게 이야기하니 “너도? 나도!”라는 반응이 나왔고, 우리 둘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냉철한 판단력을 잃고(?) 조금 더 걷기로 결정했다. 수잔과 조앤은 주비리에서 묵기로 하여 다음 날에 만나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정된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주비리에서 6km 정도 더 가면 나오는 마을인 라라소아나 (Larrasoaña).
라라소아나로 가는 길. TMI이지만 나는 산티아고를 걸을 때 모든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신나게 노래를 듣기도 하고 심지어 부르고 다녔는데 - 물론 아무도 없는 길에서만 - 라라소아나로 가는 길에도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디즈니 노래를 불렀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페레그리노가 엄지척을 해줬던 부끄러운 기억이 글을 쓰다 보니 떠오른다. 그렇게 주비리에서부터 열심히 걸은 언니와 나는 최종 목적지인 라라소아나에 오후 6시가 다 되어 도착할 수 있었다.
라라소아나에 오후 6시에 도착하다 보니 알베르게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라라소아나에 공립 알베르게가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우리는 사립 알베르게에서 묵게 되었다. 4인 1실로 2층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방에 짐을 내려놓고, 허기가 진 우리 둘은 씻기 전 우선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우리가 묵은 알베르게에는 부엌이 있었기에 근처 슈퍼에서 간단하게 파스타와 샐러드 재료를 사와서 빠르게 저녁 준비! 언니표 파스타는 꿀맛이었고, 이후 올리브가 잔뜩 들어간 샐러드는 우리의 필수 저녁 메뉴가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 씻고 자기 전에 가방을 정리하는데, 옆침대에 묵는 순례자들이 방에 들어왔다. 이때 만난 옆침대 사람들은 폴란드 친구들이었는데 우리가 나중에 이모와 삼촌으로 부르며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되었다. 그렇게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다음 날 새벽을 깨우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려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2015.06.29 in Larrasoañ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