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지금까지 여행과 관련한 글을 올릴 때는 늘 ‘지도 없는 항해일지‘ 매거진에 올렸는데, 문득 하나의 장소를 추억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들어 본 새로운 매거진, ‘항해의 조각들’. (이미 첫 글이 올라갔지만) 새로운 매거진을 만든 기념으로, 그리고 요즘 나의 최애 프로그램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9화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나와서(?) 겸사겸사 기념하여 써보는 무려 10년도 더 지난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방문기.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거쳐 도착한 바르셀로나에서 보내는 본격적인 첫날,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Antoni Gaudi)의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 다른 도시에도 있긴 하지만 특히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첫 시작을 그가 남은 생을 바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탄생의 파사드’에 바로 압도되어 버렸다. 계속 지어지고 있는 다른 파사드들도 너무나 멋있었지만, 역시 가우디가 건축한 ‘탄생의 파사드 (Nativity Façade)’를 이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답게 관광객이 엄청 많아 예약한 티켓과 오디오 가이드를 받기 위한 줄이 길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파사드에 새겨진 조각들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아보며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입장할 시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하자마자 자연스럽게 나와버린 탄성. 내가 지금까지 봤었던 성당들과는 다르게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대성당과의 첫 만남.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하느님이 만든 선이다.“라고 말했던 가우디는 자신의 생각 그대로를 성당에 구현해 냈는데, 들어가는 순간 차갑고 어둡다는 느낌이 드는 다른 성당들과는 달리 무언가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성당 안에 가득 찬 다양한 빛들로 인해 포근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숲 속을 걷는듯한 느낌을 주도록 내부를 설계했다는 가우디의 의도가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에게는 제대로 통해버린 듯했다.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기둥들은 나무를 표현한다고 한다. 각 나무 기둥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 천장에 닿아 잎사귀와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대성당의 천장을 바라보니 거대한 야자수의 잎사귀 아래 서있는 기분이 들었고, 또 시선을 아래로 두니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색의 빛들로 인해 숲을 걸을 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든 곳들이 너무나도 좋았지만, 그중 내가 한참을 서서 바라봤던 곳은 바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와 성당을 가득 채우고 물들이던 무지개색의 빛. 동쪽 스테인드 글라스의 연두색, 파란색은 희망과 탄생을 나타내고, 서쪽 스테인드 글라스는 노란색, 주홍색, 빨간색으로 죽음과 순교를 상징한다고 한다. 해가 떠오르는 오전에는 동쪽의 싱그러운 푸른 햇살의 빛이 가득 차고, 해가 서서히 지는 오후에는 서쪽에서 따뜻한 주황색 햇살의 빛으로 가득 차던 대성당의 내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구경을 다 마치고 마지막으로 중앙 제단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바라본 대성당의 중심. 중앙 제단 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이 있고, 제단을 둘러싼 색이 다른 4개의 기둥이 있는데 자주색의 이 기둥은 네 명의 사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이 배치해 놓은 것이 없는 가우디의 역작.
가우디의 묘소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방문했던 당일에 가지는 못하고, 다음 날 저녁에 방문했었다. 저녁 미사가 드려지는 대성당의 지하로 내려가 만날 수 있었던 가우디의 묘소. 가우디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건축하는 것에 자신의 40년을 쏟아냈다. 그가 세상을 떠난 1926년 6월 10일, 가우디는 저녁 미사를 드리고 자신의 숙소였던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돌아오는 길 전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였다고 한다. 허름한 차림이었던 가우디를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하늘의 별이 된 가우디. 그때의 아쉬운 사고가 아니었더라면, 주민들 중 누군가 가우디를 알아보았더라면,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아쉬움만 가득.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갔다 와서 내가 다이어리에 남겼었던 한 줄, “빛의 색채와 곡선, 모든 것의 조화와 아름다움. 내가 지금까지 가봤던 성당 중 가장 아름다웠던 성당”. 늘 여행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곳을 보면 가족과 다시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그런 장소 중 하나였다. 내가 지금까지 가봤던 유럽의 성당들 중 가장 아름다웠기에 구경을 마무리하고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떠나야 했던 것이 너무 아쉬웠을 정도.
1882년 가우디로부터 시작되어 2025년 현재까지도 후배 건축가들로 이어지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착공일로부터 144년이 되는 내년,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자 대성당의 완공이 예정되어 있는 2026년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나오면서 완공이 되는 2026년 전에는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바람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덧 11년이나 흘러버렸다. 2026년, 내년에는 다시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