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 미피의 고향 방문기, 미피 박물관

어린 시절 나의 친구 미피를 만나러

by 오름

네덜란드 잔세스칸스 항해일지를 위해 사진을 고르다 보니 풍차와 나막신만큼이나 존재감을 뽐내는 친구가 있었으니, 내 또래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용해 봤을 향기 나는 볼펜과 형광펜 세트에 그려져 있던 친구. 향기 나는 볼펜과 형광펜에 그려져 있던 엑스자 입의 하얀 꼬마 토끼가 기억난다면 반가울 오늘의 주인공을 만난 장소, 바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위치해 있는 ‘미피 박물관’.


네덜란드 전통옷을 입은 미피 @ 네덜란드 잔세스칸스


요즘 대한민국 국내 지역 한정판 에디션으로 귀여움을 뽐내고 있는 미피는 디즈니 캐릭터들만큼이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해 왔던 캐릭터이다. 어린 시절 나의 책장에는 미피 동화책 시리즈가 꽂혀있기도 했고, 향기 나는 미피펜과 형광펜은 늘 필통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를 오기 전까지 미피가 네덜란드 캐릭터였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미피인형을 보며 자연스럽게 미피의 출생지를(?) 알게 되었다. 한 번쯤은 미피의 고향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시간이 생겨 바로 위트레흐트로 출발!


미피를 만나러 방문한 미피박물관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미피 박물관은 위트레흐트 중앙박물관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고, 입장권을 중앙박물관에서 구매해야 한다. 방문기를 본격적으로 써보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는데, 내가 미피 박물관을 방문했던 당시에는 아직 박물관이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 당시에는 미피 박물관이 ‘딕 브루너 하우스 (Dick Bruna Huis)’로 불리던 때였기에, 리모델링된 후의 미피 박물관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며. 리모델링 후의 박물관 사진을 보니 내가 갔었을 때는 딕 부르너 아저씨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서 아저씨의 작업 내용이나 다른 작품들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더 미피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들 교육공간으로 바뀐 것 같던데 어떨지 궁금하다.


지금은 사라졌을 황금동상 나인체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귀여운 꼬마토끼 미피를 만날 수 있는 미피 박물관 (Nijntje)은 미피의 아버지인 딕 브루너 (Dick Bruna)의 고향인 위트레흐트에 위치해 있다. 2017년 딕 브루너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 미피 그림을 작업하셨다고 하는데, 운이 좋으면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위트레흐트를 다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주자면, 네덜란드에서 미피를 찾으려면 미피가 아닌 ‘나인체 (Nijntje)’를 찾아야 한다는 것! 미피의 본명인 나인체는 작은 토끼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konijntje에서 유래되었는데, 이후 미피가 다른 나라에 알려지게 되면서 발음이 조금 더 쉬운 미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미피 동화책 컬렉션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황금동상 미피를 지나 다음으로 나온 곳은 미피 동화책 컬렉션! 미피와 미피의 친구 보리스, 멜라니, 바바라까지 반가운 캐릭터들이 가득했던 곳이다. 다양한 언어로 지금까지 나온 동화책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한글로 된 책을 찾아보며 어린 시절 내 방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이 생각나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동화책을 구경하다 보니 한 가지 감동적이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미피 동화책의 사이즈이다. 미피 동화책은 여느 동화책들과 달리 정사각형인데, 아이들이 책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고려한 사이즈라고 한다. 또한 미피는 ‘브루너 컬러’라고 해서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그리고 갈색과 회색까지 약 6가지의 색상만이 사용되는데, 이 또한 아이들이 선호하는 색상들로 딕 브루너의 세심함이 느껴지던 부분.


아기자기한 미피의 집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동화책 구경을 마치고 들어간 다음 방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 곳이었다. 벽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Welcome to Miffy House”가 써져 있었는데 번역기를 돌린 것인지 한글은 “미피, 우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아주 정직하게(?) 써져 있었다. 놀이공간의 다양한 장소 중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동화책에서 나온 것만 같은 미피의 작은 집. 마침 박물관 마감시간 전에 들어간 덕분에 아이들이 없어 미피의 집에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미피의 침대와 책상으로 꽉 차있어서 마음만큼은 아직 어린아이지만(?) 사이즈가 너무나 커져버린 어른은 금방 나와야만 했다고 한다.


귀여운 뽀삐의 공간. 너무 귀여워!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놀이공간을 지나 올라간 2층에서는 미피가 딕 브루너의 손에서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볼 수 있는 스케치들을 볼 수 있었다. 미피의 얼굴 곡선이 점차 부드러워지고 동그래지며 점점 우리가 아는 지금의 미피의 얼굴이 되어가는 것이 귀여웠던 부분. 딕 브루너는 매번 미피를 직접 그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자세히 보면 미피의 얼굴 모양이 항상 똑같지 않고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미피 그림 외에도 딕 브루너의 다른 캐릭터와 그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미피가 태어나기 전 작품인 탐정소설의 캐릭터인 블랙베어 (Zwarte Beertjes), 그리고 그가 참여했던 광고 그림 등을 만나 볼 수 있어 흥미로웠던 시간.


우유광고가 이렇게 귀여울 일인가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사실 미피는 선과 색만으로 이루어져 단순해 보이지만 딕 브루너의 작업 과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밑그림부터 색지를 오려서 채워 넣는 마지막 작업까지 세밀한 작업 과정을 거쳐 나온다. 전혀 단순하지 않은 작업 과정을 반복하며 미피의 그림에 ’최소한‘을 남겨 아이들이 더 많은 상상이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딕 브루너의 ‘단순함’. 최소한의 선과 색을 통해 딕 브루너의 손에서 태어난 미피는 오랫동안 전 세계 아이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고 그가 떠난 지금까지도 모두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어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미피 박물관 방문기는 여기서 끝!


"나는 언제나 오랫동안 해답을 찾으며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많은 것을 버린다. 줄이고 또 줄여서 본질적인 것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쓸모없는 선은 없다. 모든 형태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나는 그 상상이 펼쳐질 수 있도록 많은 공간을 남긴다. 그것이 생략의 기술, 단순함의 힘이다." - 딕 브루너


미피의 집에서 미피 찾기 @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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