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 영원한 것을 위하여, 환기미술관

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예술 세계

by 오름

2024년 환기미술관 재개관 특별전으로 진행된 전시 <영원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 1992년 김환기 화백의 아내 김향안 여사가 화백의 작품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설립하고 개관한 환기미술관. 2024년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12월부터 시작된 특별전은 연장 끝 2025년 7월 27일, 전시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환기미술관 특별전 <영원한 것들>의 종료를 기념하며 날씨가 따뜻했던 5월, 종로구 부암동의 언덕에 위치한 환기미술관 나들이 추억하기.


부암동 언덕에 위치한 환기미술관 @ 대한민국 서울


2023년에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에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푸른색의 전면점화를 보며 김환기 화백의 다른 작품들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래서 작품을 만나러 미술관에 가보려 했는데, 리노베이션 중이라 아쉽게 방문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날씨가 좋았던 2025년 5월의 어느 날, 다시 문을 연 환기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관람료가 꽤 비싸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입장료 수익의 일부가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미술관의 예술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의미 있는 방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 대한민국 서울


환기미술관의 전시실은 본관, 별관, 그리고 달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재개관 특별전 <영원한 것들>은 본관에서 진행 중. 별관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알려주신 전시 방향을 따라 본관으로 향했다. 환기미술관 본관에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작품은 비트라유 (Vitrail, 채색 유리창)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김향안 여사가 프랑스 공방에 의뢰하여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작품이다. 참고로 환기미술관은 전시장 내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후 핸드폰은 고이 가방에 넣어두고 관람 시작!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 @ 대한민국 서울


’대한민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 화백. 그의 작품은 한국의 산천과 하늘, 달과 구름, 백자와 전통무늬 등 매우 한국적인 소재들을 추상화시켜 점, 선, 면 등으로 나타내는 전면점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캔버스의 질감이 퍼지는 물의 표현 같기도 하고 울려 퍼지는 ’산울림‘ 같아서 눈을 사로잡았던 김환기 화백의 작품. 영원토록 그대로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자연이라는 주제를 자신의 예술세계를 통해 사유한 김환기 화백. 늘 말하듯 현대미술을 어려워하기에 화백의 작품에 담긴 뜻을 혹여나 놓칠까 한 작품 한 작품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꽃의 개념이 생기기 전, 꽃이란 이름이 있기 전을 생각해 보다. 막연한 추상일 뿐이다. (1973)


섬의 달밤 , 1959, Oil on Canvas @ Whanki Foundation


김환기 화백의 여러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 <섬의 달밤>.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 반고흐인데, 반고흐의 작품을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작품에 두껍게 올라간 유화물감이 꾸덕함이다. 그리고 그 다른 느낌의 꾸덕함을 김환기 화백의 <섬의 달밤> 작품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실 화백의 작품의 물감은 ’꾸덕‘이라기보다 ‘도톰’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물감의 도톰함이 그림 위 반짝임으로 보여 한동안 발길을 뗄 수 없었다.


하늘을 보아도 산천을 바라봐도 태양까지도 모두가 무심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 (…) 오, 삶의 즐거움이여, 아름다움을 바라고 의식하는 진실로 사람됨이여. (1952)


달관/수향산방에서 진행되는 The Duet @ 대한민국 서울


본관에서의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넘어간 달관/수향산방. 이곳에서는 <The Duet 듀엣>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미술관 재개관을 기념해 김환기 화백의 예술 생애 전반을 타임라인으로 연출한 전시라고 한다. 이곳의 전시를 구경하며 묵묵히 김환기 화백의 뒤에서 예술세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헌신한 김향안 여사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만나는 김환기 화백의 그림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였을까, 1974년 화백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해가 드는” 좋은 날 완성했다는 작품 <Duet>이 김환기 화백과 김향안 여사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듯했다.


”내일의 기쁜 꿈을 꾸었다. 어제 산 빛깔, 분필로 산에 가서 그림 그리다. 늦기는 했으나 자신은 만만.“


뉴욕 스튜디오를 재현한 예술가의 방 @ 대한민국 서울


달관/수향산방의 작은방에는 김환기 화백의 뉴욕 스튜디오를 재현한 ‘예술가의 방’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김환기 화백의 전시 포스터들과 사용했던 악기, 책상과 의자, 미술도구 등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중간의 큰 테피스트리. 이 테피스트리 또한 김환기 화백이 생전에 본인이 디자인한 테피스트리를 짜고 싶어 한 것을 기억하여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달관/수향산방 또한 김환기 화백이 생전에 구상했던 아틀리에 형태를 반영하여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는데, 정말 김향안 여사는 일생의 반려를 넘어 화백과 같이 꿈을 꾸는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처럼 찬란한 마음을 가져본 것이 없다. 그러나 내 마음은 항상 뜨거운 것을 잃지 않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1963)


날씨 선선해지면 또 오고 싶은 곳 @ 대한민국 서울


“화창한 봄인가 가을인가 싶도록 다사로운 깊은 겨울”을 지나며 사계절 작품에 내내 몰두했던 김환기 화백은 1974년 7월 25일, 너무나도 안타깝고 허망하게 떠났다. 이때쯤 썼던 그의 일기 속 한 구절, “죽을 날도 가까워 왔는데 무슨 생각을 해야 되나.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 화백의 무한했던 꿈들이 더 많은 캔버스에 담겼다면 좋았겠지만, 그의 말대로 너무나 모자랐던 세월. 그럼에도 김환기 화백이 삶을 바쳐 그려냈던 그의 꿈이 담긴 점들은 여러 세월을 통해 지금도 우리와 연결되고 있다. 어느 다사로운 날 부암동에 가게 된다면, 환기미술관에 담겨 있는 그의 무한했던 꿈을 만나보시기를 바라며 미술관 방문기는 여기서 마무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대한민국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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