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 집요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갓난 아기는 그 부모에게, 또 노인들은 그 자녀에게 부양을 받음과 동시에 건강보험료도 의지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는 내가 내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내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건강보험료의 굴레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은퇴 이후에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단지 은퇴를 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의문이 듭니다.
정말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없는걸까? 하고 말이죠.
건강보험은 강제가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상을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거주는 주소나 거소를 의미하는데 주민등록법 상 주소가 없더라도 국내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상당히 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외에 체류하더라도 현행법상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아예 건강보험 적용이 제외되려면 외국에 정주할 의사를 가지고 해외이주신고서를 하고 생활의 근거가 외국에 있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12. 4. 27. 선고 2011구합42840 판결)
여기까지만 보면 건강보험을 벗어날 방법은 없겠구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건강보험법에서는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은 가입자가 되지만 여기서 제외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입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라고 하면 보통 기초생활수급자 중 의료급여를 수급하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실 텐데요. 물론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인 사람 중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선정하지만 꼭 이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의료급여는 1종과 2종으로 구분되는데 종별마다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에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아닌가 하면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대신 의료급여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의료급여란 수급권자가 일정한 본인 부담금액을 내고 병원을 이용하는 것인데 사실 건강보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도 보험료를 납부하고 병원을 이용할 때 혜택을 보는 것이니까요.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외래의 경우 1천원에서 2천원 정도의 금액을 납부합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1차 의료급여기관인 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보다 상급병원으로는 의뢰서를 받아 진행해야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외에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분들이 계시는데 바로 독립유공자법,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의료지원을 받는 소위 의료보호대상자들입니다. 유공자 관련 법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두 가지 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만 해당됩니다.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는 의료급여제도를 이용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와는 다르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제약이 존재하나, 비용의 부담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건소나 보훈병원 같은 곳을 이용할 수 있는데 거주하고 있는 곳에 보훈병원 등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와는 달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해달라고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도록 한 것으로 반대의 상황의 경우, 그러니까 원래 건강보험 가입자였다가 유공자가 되어 의료지원을 받게 되는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때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해달라고 신청을 따로 해야 됩니다.
즉, 결과적으로 이분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어쨌든 의료급여 수급권자나 유공자등 의료보호대상자 모두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건강보험료도 납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를 안 내는 사람도 있느냐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