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무릎은 여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가도 걷기 힘들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라 병원에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대학교 2학년으로 복학을 했고 가끔씩 다리를 절뚝거릴 정도로 아플 때도 있었지만 참을 만했다. 이때까지 나는 왜 아픈지에 대해서는 딱히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그냥 군대에서 무리를 해서 그런가 했을 뿐이다.
그렇게 휴학없이 다이렉트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취업을 위해서 선택한 길이었다. 원래 그나마 잘하는 것이 시험을 보는 일이었으니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한다면 하는 성격이었으니 집에서 공부하는 게 편했지만 당시 실연의 상처로 인해 도서관을 다니게 되었다.
마음의 상처도 점점 나아지고 있던 2011년 여름날이었다.
이제는 드문드문 기억만 남아있지만 아침에 눈을 떴는데 뭔가 이상했다.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보니 눈이 충혈되어있었다.
뭐지? 하지만 딱히 아픔은 없었고 공부를 해야 하니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도 눈이 왜 그러냐고 한 마디씩을 했고, 시간이 지나도 차도가 보이지 않자 안과를 가보기로 했다. 당일날 간 것인지 다음 날에 간 것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단순히 충혈만 되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랬다면 아마 무시하지 않았을 까.
병원을 가게 된 것은 눈이 좀 뿌연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는 안과가 없기 때문에 멀지 않은 번화가에 있는 안과를 찾아갔다. 살면서 어지간해서 병원에 오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묘하게 긴장이 되었다.
진료가 시작되자 원장님이 빛을 내뿜는 기구와 함께 눈을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말씀하셨다.
홍채염이라고.
말 그대로 홍채에 염증이 생겼다는 말인데,
이때는 잘 몰랐지만 홍채, 모양체, 맥락막을 포도막 조직이라고 해서 보통은 포도막염이라고 부른다.
눈에 염증이 생겼으니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그전에도 일정한 스케줄대로 공부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딱히 무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따로 설명은 없었다. 그리고 처방받은 것은 스테로이드제의 경구약 3일치와 눈에 넣는 안약이었다. 안약은 눈에 넣다가 식도로 넘어가는 모양인지 가끔씩 쓴맛이 느껴졌다.
홍채염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단순히 1회성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크게 신경쓰지 않고 평소대로 활동하면서 약을 먹었더니 3일 뒤 병원에서 괜찮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를 괴롭히는 포도막염(홍채염)과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이후 가끔씩 눈이 충혈되고 뿌연 현상이 일어날 때마다 안과에 방문했고, 원장 선생님은 으레 그렇듯이 스테로이드와 안약을 처방해주셨다. 그래도 초반에는 그 주기가 꽤 길었기 때문에 가끔씩 살다보면 일어나는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다. 어쨌든 약을 먹고 나면 낫긴 하니까 말이다. 사실 그 약이 무슨 약인지도 찾아보지 않았던 것 보면 젊었을 때는 몸에 관심이 없긴 한 것 같다.
가끔 주위 친구들이 안과에 갈때마다 물어보면 나는 홍채염이라고 대답했는데 다들 그게 무엇인지 잘 몰라했다. 솔직히 나도 몰랐으니까, 그냥 홍채에 염증이 생겨서 약 먹고 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겨울이 오면 감기에 잘 걸리듯이 그냥 그렇게 말이다.
아직 공부 중이던 20대 때에는 그렇게 재발이 잦지도 않았고 말이다. 나중에 시험에 합격했을 때까지 이게 귀찮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그정도로 가끔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무릎의 불편함처럼 눈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를 옥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