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찾아온 코로나는 가장 큰 변수였다

코로나는 계획에 없었는데

by 이생원

전염병이 창궐했다, 라는 말은 현대에서는 쓸 일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잠깐 마스크 쓰고 조심하면 당연히 메르스처럼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줄 줄은.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퇴직하자마자 갑자기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쳐 바깥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통제하게 되는 사태가 일어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평온했던 2019년을 돌이켜보면 이건 노스트라다무스가 살아있었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미래를 알지 못했던 나는 2020년 1월 1일자로 의원면직하여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그리고 백수 신세가 되었다. 정말로 공무원의 신분에서 벗어나고 나니 현실이 실감나면서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부담감과 함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의욕이 앞섰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내가 수입을 얻기 위해 택한 방향은 결국 개인사업이었다. 휴직기간 동안 여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생각해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중에서 하나라도 성공하면 머고는 살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운명은 알 수 없는 일이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모토로 의욕에 찬 나는 1월 1일 휴일이 지난 1월 2일 바로 세무서를 찾아 사업자등록을 했다. 이 당시 세무서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었다. 아직까지 코로나 사태가 크게 확산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한 달 뒤 서울에 올라갈 때는 마스크를 쓰고 가야했으니 그 짧은 사이에 얼마나 상황이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Screenshot 2022-03-13 at 16.05.42.jpg



2022년인 지금 생각해봐도 참 어이없는 일이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시도하려고 했더니 아주 기열차게 사업하면 망하기 딱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도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없었다면 준비와 함께 여러 시도를 함께 했을 것이다. 그게 안되니 그냥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발버둥치는 일밖에 되지 못했다.


사업이라고 말해도 어떤 거창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팔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준비되어야 하고 그 다음은 판매경로가 있어야 하며, 또 이를 홍보할 마케팅이 필요한데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바로 홍보부분이었다. 물론 코로나를 신경쓰지 않고 진행할 수도 있기는 했지만 내가 마땅치 않았다. 가뜩이나 사람들을 모이게 하지 못하고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이 권장되는 시기가 길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가 하려는 사업활동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했는데 코로나 사태에서는 도무지 잘 될 것 같지 않았다.


당시에는 비대면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에 내 계획은 당연히 대면활동이었다. 처음에는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준비활동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코로나가 장기화될 상황이 보이면서 이 또한 더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어이가 없다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시대에도 창업의 열기는 그렇게 식지 않은 것 같지만 나는 쫄보라서 그렇게는 못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창업 후 1년 내 폐업하는 개인사업자의 수가 부지기수인데, 가능선 낮은 일에 도전하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코로나 종식에 대해 희망회로를 돌렸지만 벌써 2022년까지 오게 되었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시기는 코로나 백신을 대부분 접종하게 된다는 2021년 9월 경이었다. 사실 작년 3월부터 백신을 맞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점점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전혀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익숙하다. 어쨌든 오미크론인지 뭔지 전염성이 끝내주는 코로나 변이로 인해 2022년 현재는 최고의 확진자수를 보이며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코로나고 뭐고 이미 노답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미약한 생존력은 다행히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면서부터 사람을 만나고 모아야 하는 사업활동은 뒤로 미루고 그 외에 비대면으로 가능한 일에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코로나에 확진된 적은 없지만 거의 자가격리라고 할 정도로 외부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없이 활동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코로나가 터진 시기가 웃기긴 하다.

물론 나뿐만 아니더라도 2020년 시작하자마자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은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갔을테니 더 심한 손해를 입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자영업자 분도 업종이 다른 카페를 하나 더 하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코로나 시대라도 잘되는 곳은 엄청 잘되기도 하니 꼭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잘되더라도 어느 순간 가게가 사라져있는 걸 보면 자영업의 길은 험난하다. 내가 하려는 일은 자영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서비스업이기는 해도 본연의 성질은 비슷할테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정말 내가 상상했던 퇴직 후의 삶과 엄청나게 다른 상황을 2년 동안 유지 중이다. 이제는 익숙하기는 하지만 때때로 생각한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잘 될거라 생각했던 사업이 망했을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뭐가 됐든 결과는 나왔을 텐데 지금은 성적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점점 이 코로나 상황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비대면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잘 되는게 문제지만.


어쨌든 2022년은 그래도 코로나의 끝이 보이겠지? 하는 기대감이 없지는 않다. 대선도 끝났고 앞으로 정부의 코로나 대처와 여러 제한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게 될지 모르니 어느 정도 대비는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돈을 번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나는 아니니까 그냥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감기처럼 되든지 어떻게든 말이다.



공무원에서 개인사업자가 된 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코로나가 없었더라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좌충우돌하는 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업자등록만 되어있지 매출도 거의 나오지 않는 상태로 2년을 버티다니.

사막 위에 혼자 떨어지면 그대로 말라 비틀어질 빈약한 생존력의 소유자가 말이다.

물론 지나간 일은 지나간 과거이니 흘려보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제발 코로나가 끝나고 내가 하는 일이 잘되는, 누가봐도 해피엔딩급의 미래를 기대해도 될까나.

(아, 그렇게 끝나면 안되니 엔딩은 아니고 전개라고 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