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버스에서 내리기가 왜 그리 귀찮았는지

그건 사실 애정이었는지도

by 이생원

최근 기차와 버스를 오랫동안 타게 될 일이 있었다.

(사실 어제 오늘 일이다)


SRT를 타고 울산을 가게 되었는데, 울산역은 울산 시내와는 매우 동떨어져있기 때문에 자차가 없다면 버스를 타야 한다.


울산이 광역시가 된 이후로는 처음이었기에 모든 게 신기했는데, 역에 리무진 버스가 있는 것도 그랬다.

급행버스라고 보면 되는데 버스비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울산의 외곽에서 시내, 그리고 다시 외곽을 이어주는 꽤나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이틀 동안 역에서, 그리고 역으로 돌아올 때 이용했다.


대략 목적지까지, 그리고 목적지에서 출발해서 역으로 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바깥 풍경을 보면서 멍을 때리게 되는데 문득 옛날과 지금, 나의 다른 점에 대해서 떠올렸다.


어릴 때, 그러니까 청소년기에는 자동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목적지에서 내리는 것을 매우 귀찮아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데 그렇게 싫다는 느낌을 받는 적이 없는 내가 싫다고 생각할 정도니 꽤나 귀찮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러지는 않지만 왜 그랬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일단 어릴 때는 버스에 타거나 하면 무조건 잤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시내버스에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중학교 때 전세버스로 학교에서 어디 갔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도 타자마자 잠들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속에서 짜증이 일었던 때가 이었다.


갓난쟁이 잠투정도 아니고 10대 청소년이 말이다.


그건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는데, 어쨌든 타면 일단 잠이 쉽게 들었다.

어릴 때는 도로사정이나 자동차가 승차감이 좋았더 것도 아닌데, 성장기가 길었더 것일까.

분명 고등학생 때까지는 등교할 때도 시내버스에서 졸긴 했다.


잘 졸지 않게 된 것은 확실히 군대 다녀와서이고 대학 신입생 때도 잠이 오지 않았다.

급 노화가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장시간이 아닌 이상 이제 버스 안에서 잘 자지 못한다.

그래서 덕분에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귀찮음과 짜증을 겪지 않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아쉬움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승차하는 곳이 출발지, 그리고 하차하는 곳이 목적지인데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뭔가 끝나버린 느낌이 들었다는 얘기다.


그 아쉬움이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는 점인지 아니면 여정이 끝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아쉬움은 하차한 목적지가 다시 출발지가 되면서 금방 없어졌던 것 같다.


지금도 사실 버스에서 내리기 아쉬운 건 여전히 있다.

물론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다거나 하면 전혀 그렇지 않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이거나 어딘가 이동할 때면 유독 버스에서의 시간을 나는 붙잡으려 한다.


버스 안에서 시간과 공간의 방 반대 버전이라도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

울산의 급행버스가 목적지까지 한 시간이 넘게 가는데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고,

내려야 할 시간이 오자 나는 무척 아쉬우 감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기차나 지하철보다 버스를 선호하는 것이.

아주 어릴 때부터 기차를 많이 이용했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유년기부터 버스파였다.


지금도 시내버스가 지하철보다 편하고 좋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 모르지만.


쓰다보니 갑자기 버스에 대한 애정을 밝히게 되었는데...?


누군가는 교통수단으로 자가용을 선호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자전거를 선호할 수도 있고

다른 이는 지하철을 선호할 수도 있지만

나한테 편안하게 다가오는 교통수단이 버스라는 점 어릴 때는 몰랐지만

그렇게 내리기 귀찮았던 이유가 혹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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