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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Dec 17. 2020

지난겨울_이스라엘에서

오늘은 곧 있을 성탄을 축하하며, 지난겨울 이스라엘 성지 순례 갔던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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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에 저는 마일리지를 털기 위해 ( 안 쓰면 소멸 예정이라) 이스라엘에 갔습니다.


왜 굳이 이스라엘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안 가 본 데를 가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주변에서 우리 수녀님들이 이스라엘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셔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해서 장장 보름의 일정으로 저는 이스라엘로 떠났습니다. 사실 성지순례보다는 수도원에 머물면서 기도하고 홀로 침묵하려고 맨날 하는 건데 했으나, 결국 여행이 되었습니다.

텔아비브 예술인 거리

텔아비브(3) - 예루살렘(7) - 하이파(5) 일정이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이왕 간 김에 이집트, 요르단까지 갈 걸 그랬어요. 코로나로 이렇게 하늘 길 뱃길 모두 막힐 줄이야.


참고로 이스라엘은 강원도보다 조금 크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에서 보름. 있을 일은 아니었다는

많이도 먹었던 에그인 헬

일단 이스라엘에는 개인 여행자가 많이 없습니다. 해서 인터넷에 여행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우선 분쟁지역이라 치안문제도 문제인 데다, 의외로 영어가 많이 안 통해서 더 합니다.


이스라엘 특히 예루살렘은 중동 지역의 여러 민족들이 어울려 살고 있기에 거의 대부분 히브리어를 합니다.


가령 길에서 택시를 잡으면, 사람을 태울 땐 영어로 태우고 내릴 땐 히브리어로 말하면서 바가지를 씌웁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다들 개인 여행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단체여행이 낫기에 단체여행가는 거더라고요. 무식하고 용감하면 고생이 더블 차지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아비브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지만, 시골로 갈수록 영어와 GPS 교란으로 인한 구글 지도는 무쓸모였습니다.

흔한 이스라엘 풍경

게다가 저는 "숙소 사기"까지 당했습니다. 한국에서 알아보고 간 수도원은 예루살렘 올드시티에 있었는데 알고 보니, 수도원과는 전혀 먼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아랍인들이 그냥 돈벌이 혹은 사기 수단으로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수도원이라고 생긴 데를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갔는데, 문 열자마자 약에 취한 듯 보이는 무슬림들이 히잡을 쓰고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해서 눈치 백 단인 저는 자연스러운 백스텝으로 얼른 내뺐습니다.


그 후 예루살렘 도심에 다 쓰러져가는 숙소를 겨우 구했으나,  이로 인해 일정이 전부 꼬여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의 삼단 콤보 대장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일단 수도원에 못 있게 되었으니, 어쨌든 아침에 눈을 뜨면 호텔에서는 무조건 나와야 하잖아요? 밥도 제가 알아서 먹어야 하고, 해서 예정에 없던 고생을 아주 짤짤 하게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마스크를 안 썼구나

무엇보다 물가가 좀 비싸야죠. 예루살렘에서는 생수 한 병이 4천 원 정도였거든요. 그러니 매일 아침 물도 끓여서 나와야 했고요. 교통비도 허벌나게 비싸서 어지간하면 걸었어요. 거의 매일 오후 2시에 만보를 달성하는 기록을


또 관광지답게 어찌나 사기꾼 시정잡배가 들끓던지요, 상황이 이러니 도저히 지도를 꺼내 볼 수 없었습니다. 지도를 본다는 건 오만 사람한테  "나 관광 왔다" 홍보하는 꼴이라서요, 해서 아침에 눈으로 외우고 나온 대로 대충 다녀야 했습니다.


매일같이 잔뜩 긴장한 상태라 어딜 가도 맘이 편치 않아, 뭘 제대로 즐기지를 못하겠더라고요. 해서 생각했습니다. 내 팔자 내가 꼬는구나


사실 제가 성격이 좀 지랄 맞아서 , 별나서, 4인 인상 단체여행과 패키지여행을 잘 못 가요. 단체라는 게 내 맘에 드는 사람들로 구성될 리 만무하잖아요. 시간 약속 잘 지키는 사람 못 지키는 사람 섞여있고, 그럼 저는 꼭 그분들하고 싸우더라고요. 트러블을 일으키더라고요.


해서 떠난 자유여행이었는데, 그 대가가 참으로 혹독했다는 ㅠㅠㅠ

사막 한가운데 있어, 물이 귀하기에 식물들을 이렇게 키우더라고요. 기다란 튜브로 정확한 지점에 물을 공금해 주면서,

참고로 이스라엘은 새마을운동의 대부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에 그렇게나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이해되더라고요. 이분들 국민성이 우리네 조선하고 얼추 비슷하다고 할까요.


오랜 세월 나라 없이 떠돈 짬바가 있어 그런가, 이분들 집중력 진짜 어마 무시합니다. 그러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막에서 꽃을 피웠겠죠. 아마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의 산업화 세대가 이들을 동경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태극기 부대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하지만 저는 자타공인 빨갱이 아니겠어요? (천주님 사상이 빨가니까요?) 해서 홀로코스트로 감성 팔이하며 팔레스타인 점령에 타당성을 부여하려는 유대민족을 도저히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겠더라고요. 아니 그렇잖아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리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주변 강대국이 침략해와서는 이천 년 전 종이 쪼가리 하나 내밀면서 이곳이 원래 우리 땅이었으니 너희들은 당장 이곳에서 짐 싸서 나가라, 하면 '아 그래' 하고 단박에 나가 지나요?


우리는 지난 시절 일제 침략 36년의 세월도 치욕으로 여기고 사는데 말입니다. 해서 저는 그다지

성지순례 중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은 그간 해왔던 피 터지는 종교전쟁 덕분에 그 코딱지만 한 데를 로만 가톨릭, 아르메니안, 무슬림, 유대교가 땅따먹기 하듯 서로 골고루 나눠 가졌더라고요.


해서 생각했습니다. 여기가 이 지경이어서, 예수님께서 굳이 이곳에서 돌아가셨구나.


당신 돌아가시고 나서도 끝없이 싸울 걸 미리 아시고, 제발 싸우지 말라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눈을 감으셨구나.

헤롯왕의 피난처 마사다

홀로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은,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원데이 투어 신청해서 갔습니다. 마사다, 사해, 여러 군데를 외국인들 사이에 섞여 영어로 설명 들으니까, 더 그레잇 헤롯 킹이라는 얘기만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법) 아마 성경에는 헤로데왕이었던 듯


해서 관광지만 가면 한국에서 신부님과 함께 성지순례 온 팀 찾아 조용히 따라붙어 설명을 훔쳐 듣곤 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게 무슨 고생인지;;;

Dead Sea 사해입니다.

사해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어요. 성경에서 볼 땐 젖과 꿀이 흐르는 밀키 한 느낌일 거 같았는데, 제가 본 사해는 그냥 약간 크고 따뜻한 식염수 호수 느낌이었습니다. 그니까 말 그대로 소금 바다였어요. 해서 상처나 눈에 저 물이 들어가면 바로 눈 앞에 지옥도가 펼쳐진다고 할 수 있죠.

이스라엘 음식은 제 기준에서 전체적으로 맛있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정보가 취약했기에 더했죠. ) 오며 가며 베이커리에서 엄청 신중하게 골라 산 과자나 빵은 전부 눅눅하고 머리가 아프도록 달기만 했고요.

wester wall

이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통곡의 벽'입니다. (다시 보니 교차 감염 어쩌나요, 아찔 합니다) 아무튼 요즘 같은 시절에도 이곳은 여전히 남녀 0 세 부동석이라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서 기도를 하더라고요.


다들 정말 벽에 손을 대고 뭔가를 간절하게 빌던데,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이스라엘에서 사기 콤보를 오지게 당한 저는 마음이 심하게 삐뚤어져서 " 흥, 기도하며 참회하지 말고요, 평소에 들 잘합시다." 하며 콧 방귀를 뀌었습니다.


아 진짜 시장에 있는 상인들도 어찌나 돈을 줬다 뺐다 하면서 사람을 속이던지요.  

그래도 성지 순례는 성지 순례라고 예수님 발자취 따라 자꾸 걸으니까, 나중에는 성경 내용이 전보다 쉽게 머리에 들어오긴 했어요.

흘러 흘러 중세시대 카타콤부에도 갔습니다. 성당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요. 이곳에서 예로니모 성인께서 성서를 번역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땐 몰랐는데 이제 와 보니까, 저 되게 수도사처럼 하고 다녔네요;;

하루에 한 끼는 포식을

예루살렘을 벗어나면 물가가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하루 한 끼는 이런 식으로 제대로 먹었지만 막판엔 너무나도 김치에 돼지고기가 먹고 싶었어요 ㅠㅠㅠ 오 마이 소울푸드 ㅠㅠㅠ


이스라엘은 율법에 먹어도 되는 음식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온 국민이 편식을 오지게 하더라고요. 코셔라고 성서에 나와 있는 음식만 먹는 분들입니다. 정말 이 사람들 안식일 같은 율법들 끝내주게 지키고 살아요. 그런데 왜째서 남의 땅은 차지하고 있는가

이곳은 무려 갈릴리 호수입니다. 양수리 아니고 청평 아니고, 예, 갈릴리 맞습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다는 그곳, 그리고 갈릴리 지방은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 정도 되나 봐요. 음식 맛있기로 유명하더라고요. 오죽하면 갈릴리에서는 풀도 맛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일행이 없던 저는 아쉽게도 별로 못 먹고 다녔네요....


그러니까 여러분 오복이고 뭐고 사람은 성격 좋은 게 최고 같아요.

이 와중에 알음알음 성지순례 스폿은 잘 찍고 다녔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스라엘 매우 작아요. 보름은 비추입니다.


아무튼 예수님께서 산상수훈하신데도 가 보고,  베들레헴도 가고 올리브 동산과 십자가의 길도 걷고 그랬습니다.

아르미안 정교의 크리스마스트리

사실 이스라엘에 보름 동안 있으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용서'였습니다. 이때 한참 퇴사 이후로 맘이 잔뜩 상해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각 잡고 나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도저히 용서되지 않아서, 출국 전날까지 변호사들 찾아다니며 면담하고 다니다 떠나온 여행이었습니다.


이 무렵엔 그냥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제 소문을 나쁘게 퍼트린 친구들 잡아서 적어도 경찰서에서 조사라도 받게 하고 싶었어요. 또 이렇게 쉽게 그냥 물러서면 앞으로도 계속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되는 거 같아 그것도 싫었고요.

하이파에 있는 성전

그런데 희한하죠. 정작 서울에 와서는 이 생각이 갑자기 180도 바뀌었습니다.


느닷없지만 이 무렵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이 사도신경에 나오는 '본디오 빌라도' 였어요. 세상에 나쁜 놈들 이리 많은데 본디오 빌라도는 운도 오살하게 없지, 하필 예수님을 미워해서, 예수님이 돌아가시고도 이천 년을 전 세계 신앙인들에 의해 매일 같이 그 이름이 불려질까 싶었거든요.


그 생각을 하니까, 저 역시 살다가 어느 순간 본디오 빌라도도 될 수 있고, 베드로도, 유다도 될 수 있다는 뜨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여태 내가 미워한 사람이 선지자가 아니었을 뿐이었던 거라는 생각.


해서 계속 자문했습니다. 나는 살면서 이들과 같은 죄를 지은 적 없나. 그러고 보니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 역시 수많은 날 사람들 미워하고, 남들이 불행해 지기를 바랐으니까요.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여행 내내 하게 된 묵상 속에서 계속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군중들에게 갖은 조롱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하늘을 향해 "주님 저들을 용서하십시오. 저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한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그때 예수님께 돌 던진 사람들에게 장차 그분이 인류에게 어떤 존재가 될지 누가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그들이 감히 그런 짓을 했을까요? 아니요. 아닙니다. 다들 모르니까 그런 거지요.


해서 저 역시 이 일을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예수님 같은 고난과 모욕을 당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우리 동네에서 욕 좀 먹은 거뿐이니까, 나라는 하찮이는 이 일로 너무 속 끓이지 않은 게 상책 아닌가  싶더라고요.


지금 생각은 그래요. 그때 나를 미워했던 그들 역시 결국 세상에 하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나를 미워해서 이렇게 '나의 대기업 체험수기' 글에 그간의 행적이 낱낱이 남겨졌으니,  또한 이들에게  만큼   아닐까 ( 편으로는  점이 미안하기도 한데, 희한하게도 글은 내리고 싶지 않네요)


그러니까 말이죠. 지금 당장엔 상대가 아무리 나보다 못나 보여도 무조건 잘해주고 볼 일입니다. 누가 압니까, 나중에 당신이 그토록 미워했던 그 친구가 예수님이 될지, 부처님이 될지, 그도 아니라면 나 같은 글쟁이가 돼서 천지사방에 까발릴지, 이건 진짜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해서, 지난겨울 보름 동안 이스라엘에서 고생을 짤짤 하게 하긴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얻은 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그때 우연이라면 우연이었지만, 이스라엘 다녀오길 잘했다.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 멀리 보이는 바다는 지중해입니다

누가 제게 만약 기회가 되면 이스라엘에 다시 가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단호하게 그건 아니라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게 이스라엘은 평생에 한 번이면 충분하거든요.


마지막으로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께 마음을 담아 평화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평화를 빕니다"


특별히 저는 코로나로 힘든 분들, 질병 관리청과 의료계 종사자 분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곤란해진 이 땅의 모든 가정들의 고난도 함께 기억하는 십이월 보내도록 할게요. (어째 정치인 돋네요)


모쪼록 어렵고 힘든 시기 모두 모두 무탈하게 잘 지나가기를 바라보겠습니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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