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조각모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만언니 Nov 29. 2020

착한 재능, Give and Take 이론 그리고

1. Give and Take 이론과 내 친구 A 이야기

미국의 유명한 교수이자, 작가 아담 그랜트에 따르면 사람은 크게 Giver, Matcher, Taker로 나뉠 수 있다고 하고, Giver는 조건 없이 주는 사람, Matcher는 주고받는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는 사람, Taker는 빼앗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이 가설의 놀라운 점은 전 세계 하위 1프로의 가난한 사람과, 상위 1프로의 부자 모두 Giver라는 사실이다. 언뜻 생각하면 절대 손해 안 보고 사는 Matcher가 부자가 될 것 같은데 아니었다. 의외였다. ( *TED 강연 참고) https://www.ted.com/talks/adam_grant_are_you_a_giver_or_a_taker?language=ko

그렇다. 착한 건 재능이다. 한데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착한 걸, 무능함과 결부시켜 생각한다. 하지만 돈 버는 능력과 도덕성은 별개의 문제다. 착하다고 다 손해 보고 사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다 잇속 챙기고 사는 거 아니다.


사실 나는 전부터 착한걸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애덤 그랜트까지 갈 것도 없다. 고등학교 때 친구 A가 그렇다. 그는 정말이지 착하다. 라떼는  점심에 도시락을 막었는데, 이 친구는 당시 반에 형편 어렵던 친구 도시락까지 직접 자기가 하나 더 싸왔다. 또 A에게 도시락을 받아먹던 아이 B는 여고생 자존심에 평소에도 어려운 티를 전혀 안 냈기에, 같은 반 친구들도 몰랐다. 그러다 B가 결국 자퇴하고 종적을 감추고 나서야 알았다. 할머니와 둘이 살던 B가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방황했었다는 걸, 또 그런 그를 물심양면 A가 도왔다는 것도


현재 그는 시내 모처에 체인을 여럿 거느린 유명 음식점의 사장이다. 이와 관련해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언제 한 번 그녀의 가게에 놀러 간 적 있는데, 처음 보는 식당 매니저가 일을 너무 성실하게 잘하는

거다. 속으로 나는 내가 모르는 남편  친척인가 다 했다. 한데 친구가 아니란다. 채용 공고내고 면접보고 뽑은 친구란다. 해서 요즘도 저렇게 자기 일처럼 하는 친구가 있냐고 하니,  친구 웃으며 하는 말이 "그럼, 얼마를 주는데"였다. 얼마를 주냐고 물으니 대기업 평균 연봉을 준단다. 그러면서 본인이 조금  가져가는  사람 때문에  썩는 것보다 나아서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뿐인가 그는 매해 겨울이면 출퇴근 길에 직원들 춥다고  백만  넘는 패딩도 척척  혔다. 그렇게 마음을 쓰니, 직원들 사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가게 분위기가 좋으니, 장사가   라야    없었다.


 친구 관련해서 인상적인 일이 하나  있다. 전에 한참 절에 다닐 때였다. 그때 나는 그를 꼬셔서 경북 청도의 암자에 데려갔다. 한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사월 초파일이라 오나가나 기도도량에 사람이 넘쳐 났다. 해서 나는 밤잠 아껴가며 일찌감치 법당 안에 자리를 맡아 놓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추운데 밖에 나가 새벽 예불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한데  친구는 내가 어렵사리 맡은 자리를 자꾸 남한테 양보했다. 해서 내가  일로 툴툴거리자 그가 말했다. 기도도 기도지만 노인네들 밖에 있는  마음 불편해서 싫다고


얼결에 친구 따라 나도 그때 처음으로 마당에 깔린 돗자리에서 예불을 드렸는데, 세상에, 밖이 얼마나 좋던지, 맑고 찬 공기, 깜깜한 밤하늘에 가로등처럼 홀로 떠있던 달 , 바람결에 풀잎 스치는 소리, 풍경 소리, 들은 정말이지 지금까지도 뇌리에 생생하리만큼 감동적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 친구는 평생 기도 안 하고 살아도 되겠구나, 기도는 나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구나.


아니나 달라, 이 친구는 지금 정말로 잘 산다. 돈은 얼마나 벌었는지 나한테 말 안 해줘서 잘 모르겠는데, 남한테 싫은 소리 안 하고, 안 듣고 잘 산다. 아마 나는 평생 노력해도 그의 반에 반도 못 따라갈 것이다.


회사 다닐 때도 느꼈고, 회사 그만두고도 느끼는 거지만, 착한 사람들을 세상이 참 만만하게 본다는 거다. 더러는 이들이 알고도 참아주는 걸, 역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 요즘 같은 세상에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


하지만 나는 이렇게 세상살이에 치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성실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내는 착한 사람들이야 말로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건 몇몇 대단한 선지자가 아니라, 이들처럼 조용히 행동하게 행동하는 이들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착한 사람들 의외로 많다. 이들이 요란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것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보인다. 매일같이 길 고양이들에게 밥과 물을 챙겨주는 캣맘들 (나 역시 이사 3년 차에 알았다) 택배 기사님께 항상 감사 인사를 전하는 분들, 날 궂은날 배달 음식 시킬 때 천천히 와도 좋으니 안전하게 와 달라고 타인을 배려하는 분들, 모두 다 착한 사람들이다.


2. 느닷없지만 최근 본 영화, Good Dinosaur

조카의 추천으로 봤다. 재밌다. 여기 나오는 꼬맹이도, 공룡도 모두 착하다. 맞다. 둘 다 Giver 다. 그러므로 해피엔딩:) 아직 안 보신 분 있으시다면 꼭 보시길 바란다. 선의는 언어가 달라도 빠짐없이 전달된다.  

3. 인터넷에서 찾은 뜻밖의 해답 (죄인이 용서받기 힘든 이유)

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거다. 사람을 죽이고도 회개만 하면 천국에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 아마 실제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면 천국에 가긴 할 거다. 하느님이 허튼소리 한 건 아닐 테니


하지만 제대로 된 회개는 정말 어려운 거다. 저 카툰처럼, 다들 입으로는 반성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저마다 그럴싸한 핑계 하나쯤은 갖고 있으니까,


또 실제로 주님 앞에서 회개한 사람이라면 어디 가서 '나 회개하고 용서받았소' 하고 떠벌리고 다니지 못한다. 진실로 속죄한 사람들은 레미제라블의 형사 자베르처럼 스스로를 벌했으면 벌 하지, 절대 그런 행동 못한다.


그러니 더는 남의 가슴 찢어 놓는 나쁜 놈들이 잘 먹고 잘 살다, 막판에 회개까지 해서 천국 갈까 하는 걱정은 하지 말기로 하자. (이 생각은 나만 하나)


4. Anyway, 우리 끝까지 잘 버텨 봅시다. 

2020년은 코로나가 통째로 해 막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는 집콕과 마스크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또 흡사 전쟁처럼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이 놈의 역병은 끝날 기미조차 안 보인다.


말해 무엇할까, 아마 많은 분들이 힘드시리라. 그래도 어떡해, 함께 버텨 보는 거지 모, 늘 그랬듯, 시작된 모든 일에 끝은 있으니까, 분명 이 일도 언젠가는 끝날 테니까, 그 사실 하나 믿고 오늘도 묵묵히 Just Keep Swimming:) 할 수밖에


아 그리고.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저를 떠 올리시기를 ' 아 그 여자도 어디선가 용기 내어 살고 있지' 이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시기를, 그러라고 이 글 쓰는 거니까


그럼 이만

연재 글도 커밍쑨:)


그럼 이만.

2020의 겨울, 산만 언니

매거진의 이전글 착한 사람들이 자꾸 죽어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