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드디어 2018년부터 쓰기 시작한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책이 오는 6월 8일에 발간됩니다. 전국 서점에서 아래 표지의 책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에는 이런저런 소소한 행사도 있을 겁니다. 그건 또 따로 공지할게요.
무엇보다 사회적 참사 당사자로서 증언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일을 소명으로 여기며 글을 쓰기도 했지만, 제가 겪어낸 시간들이 지금 이 시간 불행의 늪에 빠져 있는 분들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습니다. 내가 겪은 불행이 누군가에게 도움이라도 된다면 적어도 그런 의미라도 있다면 이 모든 일들을 그래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돌이켜보니 저를 가장 아프게 했던 감정은 다름 아닌 “절대 고독”이었어요. 깜깜한 사막 한가운데 등불 하나 없이 던져진 기분, 이 시절에 저는 수 없이 많은 날들 아무 책이나 펴고 닥치는 대로 뛰어들었어요. 김영하 작가 말대로 유명한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은 대체로 기구하잖아요. 심지어 카프카의 소설 주인공은 자고 일어났는데 느닷없이 바퀴벌레가 되기도 하죠. 그렇게 저 역시 힘든 시절 남의 불행한 얘기에 코를 박고 살았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현실이 너무 힘겹거든 어깨에 짊어진 짐 잠시 내려놓으시고, 따뜻한 차 한잔 준비해 책 속으로 풍덩 뛰어드시길 바랄게요. 물론 제 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 책이면 더 좋겠죠. (은근히 드러내는 속마음ㅎ)
아마 브런치 구독자분들의 응원 아니었으면 한 페이지도 못 나왔을 책입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여기에 와서 혼자가 아님을 떠올렸거든요. 그러고 보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또 하나의 기쁜 소식!!! 저 우수 콘텐츠 상도 받았습니다. 제가 맨날 출판사에 복주 사료값 하소연했더니, 담당 편집자님께서 심적 부담감을 크게 느끼셔서 이런저런 응모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주셨는데 덜컥 “선정” 되었네요.
그. 리. 하. 여 최종 표지에는 책 이마에 금딱지가 떡하니 붙어나갈 예정입니다. 또 책 출간이 코 앞이라 삼풍 관련 에피소드는 몇 개만 두고 브런치에서 내릴 예정입니다.
브런치에 올린 글은 책으로 만들기에 페이지 수가 모자라 에피소드를 더 넣은 데다 퇴고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수정했기에, 책과 브런치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내린 결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모든 게 저 역시 실감 안 나요. 다만 3년이란 시간 동안 열심히 했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이제 제 원고는 제 손을 떠났으니 스스로 많은 분들께 가 닿기를 바라야지요. (책임회피 좋아하는 편)
그럼 이 글의 본론, (강아지) 복주 이야기 2를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복주는 견생 7개월 차인데 그간 가족이 여러 번 바뀐 경험이 있어 분리불안이 아주 심하답니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거의 패닉 상태가 됩니다. 마치 공황장애 앓는 환자처럼 까무러쳐요. 분리불안 교육을 매뉴얼대로 꾸준히 하는데 쉽지 않네요. 해서 요즘은 어딜 가도 그냥 같이 다닙니다. 복주가 차멀미를 하는 게 문제지만, 혼자 있는 거보다 멀미가 나을 것 같아서 함께 다닙니다. (복주 의견 아니고 제 생각), 업무 미팅을 해도, 친구를 만나도 늘 함께.....
행복하게 해 주려고 데려왔으니,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마음만큼 잘 안 되네요, 그리고 어린 생명을 직접 내 손으로 키워보기 전에는 매일매일 복주 똥 상태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되는 게 보호자의 일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덕분에 강아지가 아니라 작은 인간들을 돌보는 세상의 모든 양육자들을 더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전에 보육원에 봉사 활동 좀 다녔다고 애 보는 거 좀 안다고 함부로 떠들고 다녔던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정도예요. 왜냐면 보육원 봉사는 말 그대로 봉사니까 내가 아프면 안 가도 그만이잖아요. 베이비시터 역시 마찬가지예요. 주말도 쉬고, 휴가도 있잖아요. 여차하면 퇴직도 할 수 있고, 하지만 하나의 죄 없는 생명의 책임이 오롯이 내 손에 달려있다는 건 전혀 다른 행복이자 행복이며 행복이네요? 허허
덕분에 요즘 전보다 엄마 생각을 많이 합니다. 초등학교 육 학년 때 족히 40킬로를 넘겼던 시절이었는데 철없이 담벼락에서 뛰어내려 발목을 삐끗해 한 여름에 엄마 등에 업혀 한의원에 한동안 침 맞으러 다녔거든요. 다른 건 잘 기억 안 나고 엄마가 하도 힘드시니까 중간중간 나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시던 그 모습은 생생하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저희 엄마는 그 고생을 하면서도 왜 까불다 다쳐 이 고생을 시키느냐 타박 한 마디 안 하셨어요.
문득 이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전화해 이 일 기억하냐고 물으니, 세상에나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런 걸 기억하냐면서 당신께서는 기억 안 난다 하시네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 자식이 아프면 부모는 뭐든 한다.” 였어요. 뭉클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래도 업보인가 봐요. 복주도 입이 짧아요. 사료를 잘 안 먹어요. 저도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밥을 하도 안 먹어서 봄이면 얼굴에 마른버짐이 피고, 영양실조도 종종 걸렸어요. 물론 현재 제 풍채를 보면 상상이 안 되시겠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덕분에 부모님 속 어지간히 썩였지요. 이제와 복주가 사료를 안 먹어도 애가 타는데 울 엄마 속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드네요, 뿌리고 거두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다시 한번 잘 살아야겠다. 각오!!!!
복주 보고 있으면 행복합니다. 이 작은 생명이 주는 온기, 또 이 친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전과는 다르거든요. 복주를 키우기 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길,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 산에 사는 새나 고양이들의 멋지고 우아한 자태, 그 모든 게 복주의 선물 같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재택 하시는 분들!!!! 반려동물이 잘 때 대체 어떻게 일 하세요? 저는 정말 매일 복주 옆에 눕고 싶어요. 머리는 알아요. 복주가 잘 때 내가 일을 해야 복주 사료값을 번다. 하지만 얘 자는 거 보면 저도 너무 졸려요. 그나마 요즘은 커피로 어찌어찌 버텨보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이지만 복주 즈이 집에 오고 나서는 표정이 많이 밝아진 거 같아요. 아직도 미간에 근심 줄이 있어 억울 미가 있긴 하나 (제눈엔) 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
솔직히 우리 복주 7개월 치고는 노안이죠. 대신 생긴 것처럼 점잖기는 해요. 개도 사람도 외모가 무슨 상관입니까 성격이 좋아야지요 희희
이 사진은 복주 뽀시래기 시절이에요. 몰랐는데 이때부터 한 고집하셨다네요. 하지만 우리 복주 고집 제가 꺾었습니다. 나이 그냥 먹은 거 아니더라고요. 제가 사십여 년 차의 내공이 있는 고집불통이라 복주는 저 못 이겨요..(복주야 사실 엄마는 꼰대야)
날 좋은 어느 봄날엔, 복주랑 복주 형제들 유기되어 있는 거 구조하고 입양까지 보내 준 천사 같은 언니들하고 언니들이 키우는 갱얼쥐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만나 신나게 놀았어요.
복주가 아깽이 시절 자기 임보 해줬던 언니들 알아봐서 얼마나 뭉클했게요. 언니들과 2개월 같이 지냈고, 2개월 저랑 지냈는데, 잊지 않고 언니들한테 먼저 귀 접고 다가가서 꼬리 치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고 놀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백 프로 행복충전!!!
그나저나 요즘 때아닌 이른 장마로 비가 많이 오네요. 전에는 비 오면 비 오나보다 했는데, 복주 똥책 아니 산책 때문에 계절에 민감해져 버렸네요? 뭐 이 또한 좋은 현상이겠죠?
이 짤은 제가 지독히도 힘들던 시절 자주 보던 짤이에요. 특히 저 수달의 힘찬 발차기 후의 뒷다리 자세가 너무 좋았어요. 그때 저도 이 녀석처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이라는 부표 잡고 춥고 어두운 물속을 벗어나 육지로 환하게 뛰어오르고 싶었거든요.
현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때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자잘한 불행들이 여전히 발목에서 찰랑이긴 하죠. 인생이 즐겁기만 하다면 그게 무슨 인생이에요. 꿈이고 환상이지.
아무튼 또 소식 전하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다들 건강한 여름 맞으세요:) 저도 복주랑 잘 지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