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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May 14. 2021

[근황] 책 그리고 복주 이야기

안녕하세요. 제가 요즘 너무 뜸했죠. 브런치에 자주 못 오는 사이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두둥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드디어 6월 도서출판 푸른 숲에서 책이 나옵니다. 초고를 형편없이 썼기에, 그간 책상 앞에 붙어 퇴고를 죽어라 했습니다.


책은 본명이 아니라 '산만 언니'라는 필명으로 나옵니다. 물론  이름보다 산만언니라는 닉네임이 유명하기도 하지만,  속의 나와 글을 쓰는 나를 분리하기 위한 심산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보니  속의 제가 실제의  보다  괜찮은 사람이더라고요.  안에서 저는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하려 애쓰고 오늘보다 내일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애석하게도  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며 사소한 일에도 따지기 좋아하고, 매사 '그러려니'하고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라서요. 게다가 여태 밝히지 못한 부끄러운 속내도 새까맣게 고요. 이런 이유에서 책은 필명으로 나옵니다.


또 두 번째 소식은 지난 3월 제가 운명처럼 진도 믹스 한 마리를 입양했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 이름은 복주입니다. (복주를 구한 언니들이 지은 이름)

맨 왼쪽 아이가 우리 복주예요. 아가 때부터 이마에 근심 줄이 있는 꼬마 녀석이지요.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형제들과 함께 유기되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아 즈이 집에 온 녀석입니다.

실은 얘 데려오기 전에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복주 임보 기간 끝날 때까지 저 보다 더 환경 좋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 기대수명과 이 아이의 기대수명이 일치하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플랜 B로 조카 2호 백업요원으로 만들어 놓고 복주 데려왔습니다. 정말이지 복주 입양은 제겐 이십 년 다닌 회사 때려치우는 거보다 더 큰 결심이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매우 만족합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 녀석 때문에 전 보다 많이 걷고 자주 웃으니까요. 복주 성격은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상당히 깨 발랄합니다. 그런데 견생 6개월 동안 거처를 많이 옮겨서 그런지 첨에는 제게 곁을 잘 안 주더라고요, 잠도 식탁 밑이나 서랍장 밑에 들어가서 자고, 그러다 딱 3주 지나니까 제 발치에 와서 자더라고요. 그러더니 요즘은 제가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해합니다.

지금은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외에 모든 외출을 복주 눈치 보며 합니다. (보통 시집살이가 아니네요)


이 친구는 진도 믹스예요, 시고르 자브종(시골잡종) , 하지만 이 친구처럼 똑똑한 개 살면서 처음 봅니다. 본가에서 나름 품종견 여럿 키워봤는데 차원이 달라요. 6개월 차 강아지가 어지간한 의사소통이 됩니다. 정말 신기해요. 게다가 건강하고요. 역시 스트릿 출신은 뭔가 달라요.

이 녀석 오고 나서는 매일 아침저녁 강제로 산책을 2시간씩 총 네 시간을 집 근처 산으로 강으로 달립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던 제가 요즘 날마다 만보를 우습게 넘깁니다. 덕분에 밤에는 지쳐 쓰러져 자요ㅎ, (신경안정제도 전보다 덜 먹고요)


사실 복주가 잘 때 저는 일 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이 친구 사료값이라도 벌지요, 아 근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조만간 발란스 찾아서 복주도 잘 키우고 글도 열심히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겠습니다.

요즘 얘 보면서 이런 생각 합니다. "기적이 별거냐, 끝끝내 살아남은 너와 내가 함께 사는 게 기적이지."

12킬로짜리 생명이 주는 행복을 느끼며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김인육 시인의 시도 다시 한번 떠 올립니다. (feat. 드라마 도깨비)


하긴 가벼운 눈송이 하나에도 마음이 몽글거리는 게 사람인 것을, 우린 자주 잊고 사는 듯하네요.

복주는 이번 5월에 견생 7개월 차 접어들었고, 소위 말하는 개춘기가 시작됐습니다. 덕분에 매너교육 사회화 교육 빡세게 시키고 있습니다. 이 시기 잘못 넘겨 이웃에 민폐가 되는 개로 키울 수는 없으니까요.

더 많은 복주 이야기는 제 인스타에 있으니 다들 구경 오세요!!!

오는 6월부터는 다시 각 잡고 브런치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기존에 연재 중인 글도 전부 엎어 제대로 써 보려고 해요. 아마 앞으로도 저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우리가 마땅히 주목해야 하는 이야기들을 쓸 것 같습니다. 차마 쓰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이런, 어쩌다 근황 보고와 안부인사가 길어졌네요, 암튼 저는 이다음 푸른숲에서 나오는 책 디자인이 결정되고 예판 일 확정되면 다시 오겠습니다.


그동안 새 글도 못 올렸는데, 여전히 들려주셔서 마음 눌러 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것 늘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또 찾아올게요. 늘 건강하세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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