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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Jan 08. 2021

[근황 및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회적인 고립은 인간을 병들게 하기에  좋은 장치인데, 언택트 시대, 코로나 시국,  다들 어찌 지내시는지 걱정이네요.  마음을 공감해 주고, 나를 지지해 주는 집단과 자주 어울려야 정신건강에 좋은데 상황이 이러니,,,


뭐 어째요. 급한 대로 나라도 나를 잘 보살피고 응원해주는 수밖에, 그래서 저는 요즘 저를 잘 재우고 잘 먹이고 있습니다. 사실 너무 잘 먹이다가 지난 연말에는 꽤 오래 배앓이를 했습니다. 살은 안 빠짐

과식을 하면 행복한데, 행복한 대신에 몸이 자꾸 아프네요, 먹다가 분명 중간에 멈춰야 하는 걸 아는데, 그게 참 힘드네요, 운동이요? 불행히도 저는 그리 독한 사람이 아닙니다.

갖가지 고명을 올린 떡국을 먹으며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전엔 몰랐는데 고명에 따라 떡국 맛이 바뀌네요. 역시 칼로리 높고, 손 많이 가는 음식은 늘 맛있지, 이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절대불변의 법칙 중 하나 같아요.

기존 브레네 브라운의 테드 강의는  백번 들었는데 Shame Researcher  그의 강연이 넷플릭스에도 올라왔네요. 러닝타임 내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봤습니다. 춫천bbbb


그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용기는 수치, 결핍, 나약함, 두려움 등의 감정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공감합니다. 저 역시 제가 아프고 나약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남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순간, 확실히 전보다 용감해졌으니까요.

동네에 밥 잘 안 먹는다는 어린이가 있어, 간만에 꼬물꼬물 부지런 좀 떨어 봤습니다. 다행히 세 살짜리 꼬맹이가 아주 잘 먹어줬습니다. 이러려고 그 비싼 돈 들여 입시미술 했나

그런데 되로 주고 말로 받았습니다. 꼬맹이 도시락 보고 감동받은 그 집 할머니가 손수 만두를 빚어 주셨거든요. 생지 만두라니, 보기만 해도 심장이 도키도키, 얼른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따뜻한 만둣국 끓여 먹을 생각하니 벌써 심장이 뜨끈하네요.

친구 아들내미가 수줍게 건넨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꽃까지 접어 주는 센스, 귀여워라. 스윗가이 당첨, 그래 살다 보니 사람은 다정한 게 최고더라, 이모는 망했지만 꼬맹아 넌 잘해보렴.

시국이 시국인지라 지난해 2월부터 저는 성심원에  갔어요. 아이들  많이 보고 싶네요. 가끔 사람들이 물어요. 요즘 같은 시절에 자원봉사자 없이, 수녀님들끼리 어떻게 아이들 보냐고, 그럼 대답합니다. "울리는 거죠 " 수녀님이나 복지사 선생님이나 시설에 배정된 인력은 한정되어있는데,  손이 부족하면, 그만큼 우는 애들이 많아질 수밖에요. 이건 어쩔  없는 현실.


 생각하면 문득문득 마음이   좋습니다. 사랑을  없이 받고 자라도 모자란 시기에 아이들 혼자 울다 지쳐 잠드는 시간이 많아 질까 봐서요. 그러니 어서 빨리 코로나 시대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정인이  

 며칠 정인이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네요, 마음 약해서 " 그것이 알고 싶다" 차마 끝까지  보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진짜.


생각해보니 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의 법률 개선  제도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남의 아이를  아이처럼 생각하는  국민의 감시자 역할도 필요한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성심원에도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선행의 상징,  '트로피' 데려가려고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우리 수녀님들은 그때마다 윤리적인 고민에 빠집니다. 트로피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반 가정집에 보내는  나을까. 그냥  모자라더라도 보육원에서 키우는  나을까, 이는 정말 어렵고 힘든 판단입니다.  사람의 인생, 하나의 세상이 걸린 문제니 까요.


다행히도, 저희 수녀님들은    동안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길렀고,  기도하며 사시는 분들이라, 그나마 사람을  식별해 내십니다. 그렇대도 이런  생기면 혹시나 싶어  걱정이죠 , 그러니 입양  아동학대 관련해서 국가 차원의 제도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겠지요?


악마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답니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달콤한 말을 하는데,  누가  속을까요. 그들이 환한 미소로 아이를 안아갔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갓난애는 몰라도 8개월 넘는 애들은 이상한 사람 기막히게 알아봐요. 어른들 눈에 좋은 사람 같은데 왜 저렇게 애들이 안 따르나, 싶어서 보면 다 따로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러니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인이가 양부모를 평소에   따랐다는 , 아마 말은  해도 처음부터 아이가 알고 있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봅니다.


해서 꿈같은 얘기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입양할 때 어른이 아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아이가 어른을 골라 갔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인터넷에서 도는 정인이 양모라는 사람의 카톡입니다. 입이 열개라도  말이 없어야 마땅한 상황인데, 보세요. 진실은 따로 있다. 본인은 억울하다.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자신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같습니다.


전에 제가 말했죠. 죄를 지은 인간이 제대로 참회하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사람을 죽이고도  말이 있는  인간이라고, 진짜예요, 가까운 교도소에 가서   물어보세요. 억울하지 않은 사람 없을 테니까


해서 저는  글을 보며 잠깐 분개했으나,  편으로는 안심했습니다. 다행이다. 너를 위한 천국은 없겠구나, 정인이는 이제  따위와 영원히 마주칠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누구 말마따나, 정인이의 짧았던 이 세상 시절이 정인이가 다른 세상에서 꾼 악몽이기를, 정인이가 돌아간 그 별에서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에서 차고 넘치게 사랑받으며 살기를 바라봅니다.

저는 요즘 나름  일을 이해해 보려고, 정인이 또래 애들 사진을 자꾸 찾아보고 있어요. 대체 요맘때 애들이  싫을지 생각해 보는 거지요. 한데 진짜 모르겠어요. 다른 어떤  보다 이게 가장 미칠  같습니다.


만약 입양한 아이가 싫으면 도로 시설에 데려다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을까요? 그건 아마도 체면이었겠죠. 세상에 떠들썩하게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에요. 하며 입양을 했는데, 막상 파양 하자니 자기 자신을  천하에 부정하는 꼴이 되니까, 그건 죽었다 깨도 못하겠었나 봐요.


그렇다고 그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열 번을 스무 번을 양보해도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러니 다들 이 생에서도 반드시 죗값 제대로 치르기를

그리고    독일에서 아동학대가 사회 이슈가 되니까, 이런 슬로건이 곳곳에 나붙었다고 하더라고요. " 남의 가정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십시오" 그러니 우리 앞으로 '오지라퍼'라고 욕을  먹어도, 적극적으로 수상한 남의 가정사에 개입합시다.

최근 제 마음에 들어온 사진. jpg

일본 동요대회 은상 수상자의 무대예요, 세 살이라는데, 이 친구 정말 무대에서 최선을 다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 하는 것, 그 태도 그 자세,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해서 매일 봅니다. 마음 정화를 위해

영상 참조는 ✔아래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8sbnfcbJojg&feature=youtu.be

정인이랑 비슷한 또래라 영상 보면서 정인이 생각도 나고 ㅠ


끝으로 코비드 시절에 위로가   있는 말씀 하나 올릴게요.


밀란 쿤데라는 불멸이라는 책에서 사람을  분류,  더하는 사람과 빼는 사람으로 구분한  있습니다. 세상에는 더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람과, 빼기를 통해 자신의 실존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고요.


생각해보니 저는  빼기의 기술을 통해  자신을 찾아간  같습니다. 생에 무언가가 더해질   몰랐어요. 통장에 잔고가 늘고, 취직을 하고, 차가 생기고, 친구들이 많아지고, 다녀  여행지가 늘고, 이런  언제나 당연하게 생각했지, 감사하게 생각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누리던 것들을 하나씩 뺏기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그간 내게 주어져 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러니 여러분도  시기를 지나가면서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시고, 지금  순간에도 아직  손에 남아있는 것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헤아려 보세요. 그러면 조금은 아주 조금은 전보다  행복해집니다.


그럼 저는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 새해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추신: 2021년도에는 필요 이상으로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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