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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Jun 10. 2021

책 출간 그리고 복주 이야기 3

드디어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책이 출간됐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5043

책을 쓴 계기 등에 관해 채널예스와 7문 7 답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책이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편집자님께서 생애 첫 책이라고 꼼꼼한  책 나오는 과정도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저 오늘 꼬꼬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이번에 나옵니다. (6/10목 SBS 밤 10시 30분) 제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동네방네 소문냈는데 말이죠.


마스크 벗고 모자이크 없이 공중파 진출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만, 용기를 낸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과 희생자를 조롱하고 모욕하지 말라. 비난하지 말라. 세상에 그깟 돈 얼마에 맞바꿀만한 목숨은 없다. 인간은 돈 보다 존엄하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요.


꼬꼬무 측에서는 워낙 무게감 있는 주제니, 제 실명으로 시나리오 쓰겠다 하셨지만, 거절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실제의 저는 예나 지금이나 속 좁고 형편없는 사람이지만 대중 앞에서 말하는 산만 언니는 저보다 나은 사람이라서요.


음....

인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이라고나 할까요?

https://youtu.be/5S3SIQGXm9Q

https://www.youtube.com/watch?v=f3o3CIAAbqo

알쓸범잡에서도 삼풍백화점 사고가 다뤄지네요?   장항준 감독이 나오시는데, 우연이겠죠? 참고로 저는  감독님 얼굴  뵀어요. 팬인데 ,,,,,

다른 스튜디오에서 촬영했거든요.

암튼 우리 독자님들의  많은 시청 바랄게요.

왜냐!!!!

시청률이 잘 나오면, 화제성이 높아지고, 화제성이 높아지면, 책이 잘 팔릴 거고, 책이 잘 팔리면 저 부자 되나요?

는 아니고요.

인세라고 쓰고 코딱지만큼이라고 부르는 돈 들어오면, 4.16 참사 유가족 협의회에 일정 금액 기부할 생각이라서요, 상처를 전시하고 불행을 팔아 버는 돈인데 그 돈을 어떻게 씁니까?

아마 잘 쓰겠지요.

다들 아시잖아요, 돈은 벌기가 어렵지 쓰기는 쉽잖아요?

 농담이고


글 쓰는 내내, 이건 나 혼자 쓰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쓰는 거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느 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이들을 보고 깊이 빡쳐 분노해 담벼락에 대자보 하나 부쳤을 뿐인데, 그걸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시고, 사진 찍어 방방곡곡에 다시 붙여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마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작품이죠, 저는 그냥 글쓰기 노동자였을 뿐


그래서 결론?

책 많이 사달라 /뻔뻔/  이로 인해 들어오는 수익은 좋은데 쓰도록 노력할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가난하므로, 수익금의 일부는 인 마이포켓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최근에 소고기 좋아하는 딸린 식구까지 생겨서요. 요점은 이해 부탁 dream 미다.

그럼 이 글의 진짜 주인공 복주 이야기할게요

얼마 전 복주는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근데 희한하죠?

복주를 위한 일이라 굳게 여기고 병원에 갔는데 의외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인간이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반려견을 키우고 또 이들의 본능까지 제거하는 게 옳은가 싶어서요. 근데 복주는 이미 야생성을 잃었고, 더는 들개가 아니기에 수술을 했죠. 크기만 컸지 이미 사람 손을 너무 타 버린 복주,,, 함께 별 탈 없이 오래 살려면 수술을 할 수밖에 /눈물/

편찮으신 와중에도 보호자에게 애교 서비스를 하사하시는 복주입니다. 참 신기하죠. 내가 얘를 병원에 데려가 아프게 했는데, 이 친구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쓰더라고요. 수술실에서 나오면서도 저 보고 꼬리 치더라고 ㅠ

산책이 주 업무인 복주는 회복기간 동안 밖에 나가 제대로 놀지 못했고, 그 스트레스를 제 애착 인형인 나무늘보에게 풀었더라고요, 어느 날 새벽 제가 잠든 사이 나무늘보는 복주에게 베란다로 끌려가 손발을 다 뜯기는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요즘은 눈알 적출 시도하네요 ㅠ (이서님 예상 적중)


하긴 네가 혼자 밤에 티브이를 보겠냐 명상을 하겠냐. 심심할  생각 못하고, 인형을  치운 내가 죄인이지.

병원 가기 전에 좋아하는 풀 냄새 원 없이 맡으라고 서울식물원 데려 갔는데, 새랑 청설모 덕후인 녀석은 식물원에 움직이는 게 별로 없어 많이 실망했다고 합니다.

복주는 무조건 산이 좋데요, 그러니 어째요 가야지 덕분에 저도 같이 매일 만보 크리

여전히 고양이는 무섭데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낯선 생명체에 대한 경계인지, 그냥 세상 모든 게 다 무서운지, 새나 청설모도 쫓는데 집중하지 잡지는 않아요. 아니 못 잡아요


사실 복주가 혼자 있는 걸 너무 싫어해서 담에 이사 가면 고양이 한 마리 들일까 생각했는데 힘들듯.....

이 친구 보면 행복이 진짜 별 개 아니구나 싶어요. 어제는 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손에 쥔 것에 만족하는 것 그게 행복이구나 싶습니다.

어린애들과 동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만히 있어도 입가에 웃음이 왜 일어나는지 알 거 같아요. 이 친구들은 매일 같은 길을 가도 매일 새로워하고, 기꺼이 즐거워하니까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요. 어른들은 안 그러잖아요. 이곳에 있어도 늘 다른 곳을 보고, 남들은 어디 가 있나 열심히 비교하고. 물론 저 역시 그래요. 욕심이죠. 채우기도 비우기도 힘든.

전에 한 번은 복주 쪼꼬미 때 함께 지내던 율무 오빠 만났어요. 재밌는 건 그때보다 복주 덩치가 이렇게나 커졌는데 율무 오빠에게는 복주가 여전히 하찮더라고요.  재밌어요. 개들이 지키는 서열, 인간의 언어로는 장유유서

분리불안이 심한 이 친구는 요즘도 늘 저랑 붙어 다녀요. 심지어 누구 잠깐 만나야 했는데, 도저히 얘 혼자 두고 나가지 못해 지하철 입구에서 잠깐 만나 얘기하고 헤어진 적도 있어요. 관련 교육은 꾸준히 하는데 쉽지 않네요.

산에 자주 가다 보니, 전에는 안 보이던 쓰레기가 유독 많이 보이네요, 우리 개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먹어서 위험하거나 밟아서 안 되는 것 들은 온 김에 슬슬 줍고 다니는 편인데 (자주는 아님)


가끔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에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무거운 것도 아닌데 다시 가져가는 게 왜 힘든지, 물티슈 한 장도 담배필터도 썩는데 몇백 년이 걸리는데, 그걸 왜 못 가져가시는지 싶어서요.

점점 좋아지겠죠? 요즘 절므니들은 확실히 자기 쓰레기 잘 챙겨 다니니까요. (이 글을 태극기 부대가 싫어합니다)

근데 또 세상이 또 그리 나쁜 것만 같지는 않아요, 동네 어르신 한 분은 아무도 안 시켰는데 지난 수 십 년간 이 산에 묘목을 사다 심으셨다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심은 묘목들을 자꾸 누가 건드린데요. 해서 제가 여기 자주 오니깐 나무 누가 건드리나 잘 볼게요. 했더니 제 풍채를 보고는 굉장히 든든 해 하셨어요.


아휴 근데 하나 걱정은, 곧 이 야산을 서울시에서 매입해 "근린공원"으로 만든다는 거죠. 어르신이 이 사실 아실까요? 모르시겠죠? 끝까지 모르시는 게 낫겠죠?

그러게요.

그럼 저는 이만, 느닷없이 바이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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