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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Sep 05. 2022

헤어질 결심과 말러 교향곡

Mahler Symphony No.5 Adagietto

최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꽤나 재밌게 봤다. 잔잔한 내용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았다. 평소 자극적인 연출이 많았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는 또 다른 자극이었다. 두 남녀 사이에 오고 가는 감정만으로 이렇게 긴장감을 이끌어 내다니 서서히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 속에 잠식되는 것 같았다. 영화에 나왔던 삽입곡들도 정말 좋았다. 그중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아름다우면서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 영화와 어울렸다.


말러(Gustav Mahler)는 후기 낭만파 작곡가로 1860년에 태어나 1911년에 사망했다. 말러에게 교향곡이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말러가 말년에 프로이트에게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말러는 19살 연하 알마 신틀러에게 이 곡을 선물하고 결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섯 살 난 자녀가 사망하자 둘 사이도 멀어졌다. 교향곡 5번은 죽음의 위기와 결혼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나타내는 듯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곡이 사랑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을 주는 걸까? 아니면 사랑이 너무 커 슬픔마저 느껴지는 걸까?


이 곡은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에 삽입된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박찬욱 감독은 평소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을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라 밝혔다. 강렬한 사랑과 죽음이라는 점이 어딘가 닮아있다.


"참 불쌍한 여자네"

"당신처럼 반듯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은 나와 결혼해주지 않으니까요. 당신하고 이야기라도 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쓸쓸하지만 무언가 갈망하는 듯한 눈빛의 그녀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가을이 맞닿은 요즘 다시 한번 봐도 좋을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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