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달리고 달려 동해로 내닫는다. 어느덧 동해의 떠오른 태양이 머리 위에서 따사로이 이글거린다. 가끔 산 능선 사이로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별하기도 어려운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좋은 풍경을 온몸으로 가득 느끼고 싶어 창문을 조금 열어 보았다. 짠 내음이 살짝 코 끝을 스친다. 그건 아마 진짜 바다 냄새는 아닐 것이다. 마치 사관생도 시절 휴가를 받아 전세 열차를 타고 가던 때가 오버랩된다. 삼랑진인지 왜관인지 정확히 기억도 못하지만 늦은 밤 열차 속으로 들어온 그 짠 냄새가 떠오른다.
'아 이제 다 왔구나!'
코 끝으로 들어온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냄새는 가슴속으로 들어와 왠지 모를 설렘을 준다. 마치 첫사랑 소녀를 만나러 갈 때 머릿속에서 솟구치던 호르몬이 재생되는 것일까?
도로 좌우측이 푸르러지면서 흰색과 파란색이 노란 모래와 어우러진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차 속에서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금방 온 것 같다. 마치 추억으로 가는 차를 타고 잠시 시간 여행을 갔다 온 듯하다.
내리막을 내려오다 보니 수평선이 시선 위에 있다. 하늘색과 파란색의 구분이 명확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눈부신 태양! 두 눈으로 가득 담는다. 지루함을 떨치려 듣는 노래 가사가 정겹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지금 우리들의 희뿌연 머리 위에도 햇살이 눈부시다. 어릴 적 못 느끼던 가을의 정취에 취한 탓일까? 콧노래는 절로 나오고 발걸음은 가볍다. 나이가 들건 어리 건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