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Apr 23. 2023

군인의 사기. 지휘관에게도 사기

전술훈련 군장 무게


군대 가서 전술훈련 때다. 그전에 소대장 군장을 통신병들이 싸놨었는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회의를 다녀오니 통신병이 내 군장을 싸놨다고 했다. 나는 평소에 내 주변 세팅?을 내가 하는 편이라 군장을 다시 만졌다. 근데 군장에서 야전삽이 2개가 나왔다. 통신병이 자기 삽을 내 군장에 넣어놓은 것이다. 소대장 길들이기 같은 걸 들어본 적이 있다. 소위라고 해봐야 실제 군생활 경력은 전무하다. 반면 일반 사병들 근무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위에서 떨어진 지휘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여하간 그런 맥락으로 통신병이 나한테 슬쩍 장난을 친 것이다. 그래서 어쩔까 하다가 삽 두 개를 통신병 군장에 넣어놨다. 통신병이 묘하게 힘들어했다. 삽이라고 해봐야 많이 무겁진 않지만 원래 행군할 때는 1g이 아쉽잖은가. 숙영지쯤 도착해서 진지 구축할 때 "어 왜 군장에 삽이 없지? 혼잣말을 하니 통신병 동공이 흔들렸다. 내 군장에 삽이 2개면 2개지 없으면 안 되잖아. 자기 것까지 넣어놨는데. 통신병이 "소대장님 바쁘시니 제가 찾아보겠습니다."하고 내 군장으로 오길래 나는 "어 그래~"비켜준 다음에 좀 있다 통신병 군장에서 삽을 꺼내 옆에서 조용히 삽질을 했다. 그 친구가 날 보고 당황하기에 삽을 하나 더 깨 너서 건넸다.  

 

그 친구가 정신교육 때 밝힌 전역 후 자기 목표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똥을 싸겠다."였다. ㅇㅇ 이거 돌아가면서 발표함. 옆에 있던 다른 애들 반응은 "아 진짜 미친놈 ㅋㅋㅋ"이런 반응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나름 구체적인 멋진 꿈이다. 아웃풋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풋이 있어야 하고 아웃풋을 위한 시간이 있어야 하니 세계를 수박 겉햝기 보다는 좀 더 묵직하게 누비고 싶다는 뜻이지 싶었다. 내가 이 말을 진지하게 했더니 마누라가 옆에서 절레절레 함.  끝.

작가의 이전글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