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Feb 03. 2022

군대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22.2.15.예미출판사) 중 발췌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22.2.15.예미출판사) 중 발췌


'군대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이게 군대냐? 개판이네, 군대가 실업 구제소냐? 하라는 훈련은 안하고...  그걸 대책이랍시고, 또 쇼하네....  그냥 중간만 해라, 괜히 애들이나 잡겠네'


'군복입고 다니는 간부 봤냐? 지휘관이라 쓰고 유치원장이라 읽는다! 군기 잡지마라 데스노트 오른다! 빡센 훈련 민원 유발, 전투는 장차작전, 민원은 현행작전,'


군대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군 안팎의 말들이다. 곧이어 '살다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며 평가도 따른다.


군에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사건사고는 과거에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처럼 유사한 문제가 여기 저기서 생중계처럼 제보되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현상의 본질은 MZ세대들이 군복무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라 할 수 있다. 기성 세대들이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감내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참았던 것과는 비교된다. 당시 젊은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단도 없었다.


MZ세대는 이럴 때 어떤 생각을 가질까?


휴대전화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접부대 친구와도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다시 사회로 보낼 수가 있게 되었다. 또한 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한민국 군대 그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약간의 시간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에는 알게 된다. 이처럼 병영 환경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젊은이들일수록 변화를 빠르고 쉽게 받아 들인다. 태어나 보니 핸드전화는 원래부터 있던 것! 기성세대들이 과거로부터 빠져 나오는 시간 동안 그들은 스폰지처럼 현재를 받아 들인다. 그들의 상관들이 군대와 군인이 변해야 할 것과 변하면 안될 것을 구분하는 동안, 그들은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하는 것 같다.


기존 국방정책은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발전하고 있지만 그 기준과 판단은 과거이다. 매년 '달라지는 병영, 발전하는 국방, 선진화 병영문화 혁신' 등 말잔치가 난무했다. 방송과 매스컴에서는 홍보용 보도자료를 기초로 그럴싸하게 옛날 군대보다 좋아졌다고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도 2차세계 대전 때 사용하던 형태의 것들을 사용한다. 여기서 반면교사로 경찰의 예를 들어보자. 어느 해 흉악범의 차량 도주를 놓친 적이 있었다. 그 무능력에 국민적인 질타와 함께 신뢰는 계속 실추되었다.


어떻게 대처했을까?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도주하는 범죄자를 체포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했다.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어 양지로 꺼넨 것이다. 범죄차량에 대한 효과적인 추적을 위해 순찰차와 무선 통신망 자체를 새로 도입하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3교대 이상이 되도록 인원을 확충했다.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한다.'


갓 도입된 최신 장비와 시설 등이 전부인냥 알려서는 안된다. 2000년대부터 교체되기 시작한 침대형 생활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리 군도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초급간부 모집시에 공무원이나 일반직장에 비해 조금 좋은 몇 가지를 유인책으로 쓰기보다는 어렵고 힘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열악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 주어야 한다.


저자가 TV나 영화로 보던 사관생도와 장교들의 모습은 멋졌다. 깔끔한 제복을 입고 화려한 파티를 하며 전쟁터에서는 용감하고 자신있게 지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 육사 입교 후 체감은 달랐다. 훈육장교들과 선배들은 과거에 비해 복지와 시설, 학교문화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태어나 처음 접하는 위계질서와 강압적인 분위기는 하루하루를 인내와 갈등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사실과 괴리가 있는 뉴스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군대의 일들을 감추거나, 숨길 수도 없다. 병영생활 저변의 일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외부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개선하거나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할 군대 문화에 대해 직업 군인들은 말을 아낀다. 왜일까? 과학기술의 발전과 첨단화에 따라 전투력은 향상되고 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저자는 여기에 책임이 없다며 선배들을 비판만 했다. 돌이켜보면 군인정신과 소신을 가지고 희생하거나 헌신하지는 않았다. 생계형 장교가 우려하는 인사상 불이익, 몸 담았던 조직에 대한 얄팍한 의리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반성한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있는 그대로 책에 담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군대'로 거듭나는데,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군대와 군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준엽,  MZ세대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알려준 동민, 민석, 그리고 승환 등 전우들에게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