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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May 07. 2022

체력검정

체력검정. 군대에서는?


체력검정(1-2)   190522

간부 체력검정은 주로 4~6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시행된다.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3km 뜀걸음 등 3가지 종목을 하는데, 그 중 가장 부담을 가지는 것이 3km 뜀걸음이다. 2009년까지는 1.5km였다.  

기초체력이라면 나름 자신있어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3km 뜀걸음은 조금 부담스럽다.

최근에는 뛰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대장으로서 병사들과 동일한 기준(12분30초) 으로 뜀걸음 포함해서 전체를 특급 받았던 기억도 가물거릴 정도이다.

그래도 나름 관록이 있다고 측정을 앞두고 오십에 접어든  또래들과 농담도 즐긴다. 하기야 우리는 합격만 하면 되고 간혹 어느 누가 무리해서 않좋은 불상사가 있었다는 소식도 해마다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 결과에 초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으면 여유긴 있다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된다.

반면 아직 어리게 보이는 젊은 친구들은 잔뜩 긴장을 하는 눈치다. 결과에 따라 장기니 진급이니 하는 것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 곳은 예전에 측정이 상당히 문란했다 한다. 대리 측정, 기록 위조 등 비도덕적 행위로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측정과정도 헤이해서 팔을 제대로 안 굽혀도 되고 윗몸 일으키기도 어깨를 바닥에 완전히 밀착하지 않고, 파도 풀며 까닥까닥해도 되었다나...

특히, 3km는 약 500m 남짓이 내리막 코스였다고 한다. 올해는 이 곳 코스와 측정이 까다롭다고 소문이나서 다른 곳을 찾는다는 소문도 들린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이러면 안되는 것이다. 국가방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장병들의 체력, 그것도 간부들의 체력에 대한 의식이 이 정도면 큰일이다.

이런 모습은 과거의 역사가 증명한다. 조선이 그 명을 다해 가던 1890년 평안도 지역의 아이진(阿耳鎭)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의 활쏘기와 조총 사격 결과가 좋은 예이다.

《아이진시사방득중성책(阿耳鎭試射放得中成冊)》에는 중대장급인 기총(旗摠), 소대장급인 대장(隊長) 등 장교가 포함된 총 102명이 모두 불합격이었다고 한다.

당시 군인의 활쏘기와 조총사격 능력과 지금 체력에 대한 간부들의 안일한 태도를 연관하면 과도한 비약일까?

단지 사람이면 누구나 그러는 것처럼 편하게 노력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을 바라는 본성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냥 체력단련에 대한 요즘 병영분위기를 좋은 표현으로 '경제관념이 투철하다' 또는 다르게 표현해 '도둑놈 심보'라고 애둘러 말하고 싶다.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자존심이 있는데, 오늘 젊은 여성들과 강제로 조편성 되는 수모를 당했다. 젊은 남성 친구들과 편성되어 보조를 맞출 자신이 없었다.

같이 뛰게될 여성들에게 이리저리 물어서 목표 기록에 근사치인 한 명을 알아내었다. 페이스메이커 삼아 달려야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근데 웬걸 출발지에서부터 따라 가다가 500m도 못가 포기하고 오버페이스 후유증으로 힘만 들었다. 최초로 여성들에게 추월 당하기까지 했다. 이 무슨 망신인가! 물론 좀더 무리해서라도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시간도 더 줄일 수 있었지만 심장 등에 무리가 갈까? 무릎관절이 약해지면 안되는데..   뛰는 중 온갖 이유를 찾으며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길 바라며 전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후유증으로 하루 종일 집중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몸에도 불편함을 알리는 정비 신호가 감지된다. 음식을 씹을 때 치통으로  주기적인 잇몸 치료를 받고, 팔꿈치 통증은 아직도 남아있다. 눈은 어떤가? 문서를 볼 때 안경없이는 불편하다.

체력단련 보다 건강관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평소 조금씩 어질어질한 증상이 있었는데, 올 봄 건강검진 때는 빈혈기가 있다는 소견까지 받았다.

누군가는 기계도 한 오십년 사용하면 수리하면서 일부 부품 교체도 해야 한다며 놀린다. 맞는 말이다.

그 전에는 식사만 잘하면 건강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은? 눈에 좋다는 알약, 임산모들이 먹는 빈혈약, 장날이면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것이 건강약재이다. 몸이 알아서 반응하고, 머리와 입이 스스로 음식, 약을 선택하는 것 같다.

회식 메뉴도 삽겹살 등 돼지 고기, 육류 등은 피하려 한다. 한 때는 동료들과의 회식 기본메뉴들이 이제는 서서히 멀어지는 상태이다. 집에서의 식사도 나물 등 단백한 것을 선호한다. 어머니도 눈치 채신 듯 반찬을 내 놓으신다.

모는 것이 푸르고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길가의 이름 모를 풀 한포기,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녹색이던 나뭇잎들도 신록의 절정을 보여준다.

가끔씩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부럽다. 그들이 사람이라면 지금이 20대 정도될까? 영원히 지금 같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된다고 전해 주고 싶다.

몸은 하드웨어이니 성능 개량은 어렵겠지만 관리라도 잘해서 현 상태를 최대한 길게 유지해야 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그러면 남은 정신은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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