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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ul 09. 2022

CAS

#CAS


CAS (Close Air Support  근접항공지원)

200622


갑자기 아파트 앞 하늘에 전투기가 쌩하고 날아간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다니, 소리도 엄청 크다. 전방에서도 이런 모습은 자주 보지 못했다. 특히 민간인이 많은 후방지역에서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마치 항공기가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듯 하다.


'CAS(Close Air Support  근접항공지원)'


지상부대의 요청에 따라서 항공기가 폭격을 해주는 전투 개념이다. 육군으로서는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의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전투수행 방법이다. 전장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이 급강하 퐄격기 슈튜카를 이용해 자신보다 많은 수를 가진 연합군 전차부대를 상대로 펼친 전격전도 이를 활용한 것이다. 그 이후 625 전쟁, 월남전 등에서 보여 준 미군의 항공기 폭격이 바로 CAS이다. 무더운 초여름 점심 식사 후 단잠을 깨운 전투기 굉음은 CAS라는 단어를 매개로 추억을 꺼네 주었다.


강원도 최동북단의 해안경계를 담당하고 있던 중대장 때였다. 625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고 이승만, 김일성 별장이 있었고 명태,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곳이었다. 너무 북쪽이어서 그랬는지 민가는 드물고 해안은 낭떨어지 등으로 차량 순찰이 불가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병사들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순찰로를 따라 매일 밤 무거운 총, 탄약, 야간 감시장비들을 들고 땀과 함께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무장공비가 해안으로 침투해 유유히 월북하기도 했고 전마선이 밤새 떠 내려와 수제선에 좌초되어 경계를 책임지던 지휘관들이 문책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긴장감과 험한 지형탓인지 자살, 자해사건, 안전사고도 많은 지역이었다. 이렇게 취약한 곳을 책임지려다 보니 1주에 한 번은 링거 주사를 맞으며 부족한 잠과 체력을 보충했다.


사고없이 경계작전을 하는 것은 상급부대에서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경계에만 집중하라! 한마리 잡아 집에 가자!' 등 구호가 일상 속에서 같이 했다. 그러나 군대의 특성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무언가 잘되는 부대, 개인에게는 추가적인 임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군단에서는 연대를 대상으로 CAS 능력을 분기별로 평가했다. 연대가 3회인지 4회인지 연달아 꼴찌를 했다. 경계작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예비 대대에서 차출했으나 신통치 않은 결과였다. 연대 작전장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 사고 많은 곳에 잘 해 주어 고마워! 힘든 지역이라 해안 투입 직전에 김대위에게 맡기기로 한거니 이해해!"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용한 밤 바다 보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거기는 매 부대가 한 건씩 한 곳이니 조심하고"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요"


"근데 이번에 군단에서 CAS 능력 평가가 있는데 좀 나가줄 수 있어? 연대장님께서 매번 꼴찌만 해서 입장이 난감해. 작전과장님께서 너를 보내라 하셨고 대대에는 이야기할거니 걱정말고 꼴찌만 안하고 오면 되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그 동안 제일 싫어하던 군대 격언도 생각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중간만 해라'

동시에 여러 생각이 떠 올랐다. '오죽 급했으면 나를 찾았을까? 그래도 인정해주니 고맙기도, 경계에 전념하라면서 부가 임무를 주고, 측정 준비를 하려면 가뜩이나 부족한 잠을 더 줄여야 하고, 그렇다고 순찰을 안할 수도 없고... 피곤하게 생겼다. 정말 과로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 시간도 최악이다. 오전 10:00이다. 운전병이 졸음 운전할 수도 있어 소초에 가서 쉬게 하고 통신병과 따라 도보 순찰을 했다. 바닷가라지만 절벽길을 걸으니 온몸은 땀에 흠뻑 졌었다. 오징어배 불빛을 보며 걷다가 밀어내기조, 초소 고정조를 만나면 사탕 하나씩 주며 수고하라고 격려했다. 소초장들은 걱정스런 눈치다.


 "중대장님! 평가가 오늘이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맡기시고 좀 쉬십시요"


"내가 쉬면 너희도 중대도 다 쉴거잖아"

말은 그리해도 고마웠다. 병장들도 만나면 같은 소리다. 중대장이 연대를 대표해 평가를 받는다는 소식을 다 아는 모양이다. 오전에 평가가 있으니 순찰을 대충할 것이라 예상하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항 속에 금붕어'와 같은 신세이다.


평가장소에 도착하니 약 60여명이 벌써 와 있었다. 모두가 G-FAC 카드 예문을 읽고 암기하고 있었다. 아침 수제선 정밀정찰을 끝내고 오다 보니 겨우 평가 직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한번씩 쳐다본다. 혼자만이 X반도에 방탄헬멧, K-1소총, 휴대용 무전기를 들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평가는 상황을 부여받고 아군 항공기를 유도해서 ㅇ번 도로상 교량을 파괴함으로써 적의 남하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브리핑 카드를 작성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열심히 뭔가를 쓰고 있었다. 먼저 내려니 머쓱하기도 해 몇 분 기다리다 결국 1번으로 제출했다. 공군 중령분이 저쪽 가서 무전기를 잡으란다. 바로 실기평가가 이어졌다.


머릿속에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무전기 감도 체크, 타겟 위치와 성질 설명, 항공기 유도 등을 순서대로 조종사 또는 A-FAC과 주고 받으면 된다.


"eagle 12!  섬강 12!  over!" (G-FAC)


"섬강 12! eagle 12! roger! "(A-FAC)


"How me over?" (G-FAC)

"...."

이상하다. radio chek를 해야 할 차례인데 말이 없다. 다시 호출하니 잡음에 무전기 키 잡는 소리만 들린다.


"stand by! Let me check radio, just a moment" (G-FAC)


무전기를 확인해도 이상은 없다. 다시 호출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 중령분께 가서 뭔가 이상하다고 이야기 했다.


"제 무전기는 정상 작동하는데 A-FAC 무전기가 이상합니다."


"문제 없으니 다시 해 봐!"


돌아와서 해 보니 이번에는 감도가 너무 않좋다.


"Your voice is 1 by 2, stand by, I'll check volume button" (G-FAC)


볼륨을 내렸다 올렸다 한 후 다시 시도하니 정상적으로 되었다. 실기는 망쳤다는 느낌이 왔다.


"평가 끝났으니 복귀하겠습니다."


"왜 단독군장을 하고 있어?"


"해안경계작전 중에 왔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충성!"


돌아오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었건 평가는 끝났고 빨리 가서 자고 싶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연대 본부 앞 중국집에서 짬뽕 한그릇씩 먹었다. 참 맛있게 먹는 운전병이 부러웠다. 복귀하자 마자 해수욕장 개장 준비토의에 바로 참석했다. 가는 길에 연대, 대대에서 평가 중요한데 잘 봤냐며 물어 온다.  


무전기 때문에 망쳤다는 말 대신에 '필기 제일 먼저 내고 실기도 첫번째로 보았다'며 얼버무렸다. 다음 날 연대별 결과가 들렸다. 꼴찌를 면했다는 것이다. '휴, 다행이다, 창피는 면하겠다'라 생각되었다. 마음이 편했다. 지금까지 꼴찌 였는데 중간 수준으로 올라 갔으니... 같이 간 동료들에게 전화해서 고맙다고도 했다.


며칠 후 다른 이야기가 들렸다. 일등을 해서 군단장 표창을 받는다는 것이다. 좀 이상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 평가관에게 전화했다.


"고마워 할 필요없어. 자네가 제일 실전적으로 한거야, 나머지는 감도 체크도 엉터리고 감도가 1 by 2라 하는데도 무시하고암기한대로 하고.... 전쟁이 시나리오대로 될까?"


맞는 말이다. 서양의 한 전쟁사 연구가는 말했다.


'전쟁계획은 첫 총성과 함께 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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