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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Aug 09. 2022

비와 소녀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 이야기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비와 소녀 4

소녀는 그 남학생에 대해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걸 가끔 들어있다. 방과 후 친구들과 축구하는 것도 보았었다. 하굣길에 즐겁게 웃으며 잠시 돌아보다 눈도 마주친 기억이 있었다.
소년은 여자 친구가 없다고 한다. 같은 교회 다닌다는 아이들도 잘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냥 인사만 하고 같이 분식집을 가거나 제과점을 가본 아이들도 없는 것 같다.

국민학교를 같이 다닌 아이들 말로는 여자 아이들과 사귀거나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착한 아이 정도로만 기억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아이가 방송반이란 말을 들었다. 아~~ 그럼 목소리도 좋다는 건가? 자꾸만 환상이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드디어 소문의 출처를 알게 되었다. 그 방송반에 남동생을 둔 친구가 있었다. 역시 동생 있는 건 부러운 일이다. 그런데 가아는 이런 걸 말도 안 해주나? 참 나쁜 아아라 생각되었다. 1, 2학년 때 같은 반이기도 했었다. 사랑 앞에서는 우정도 별 의미가 없는 듯했다. 소녀는 이미 짝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사서 선생님이 누구랑 통화하셨다. 아마도 옆 학교 사서 선생님인 것 같았다. 요즘 학생들 책 잘 안 읽고... 도서관이 한산하다는...  근데 한 학생은 입학고사가 3학년인데도 꾸준히 책을 읽는다고..   그 아이  중학교 졸업 전 목표 가운데 하나가 학교 도서관에 있는 한국 단편은 다 읽는 거라는 등 대단하다 하셨다. 참 별난 녀석이라 생각되었다. 소녀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었다. 자기는 건강한 소녀이고 주인공 남자아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 수다는 계속되었다. 3학년이고 방송반이란다. 귀가 전화 통화를 향해 곤두섰다. 그러면 방송반 동생을 둔 친구는 알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티 안네고 알아낼까? 더 이상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참 고등학교 입학시험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나도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괜히 엄마에게 화가 난다.

그리 가지 않을 것만 같던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끝났다. 이제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그 아이를 볼 수가 없다. 용기를 내어 같은 교회 다니는 친구들에게 교회 가고 싶다 말했다. 거기서라도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말도 한 번 해 본 적 없는 아이를 좋아하다니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음을 먹고 나니 일요일이 기다려졌다. 시간이 정말로 더디게 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교회 한 번 갈 걸 하는 후회도 되었다. 왜 갑자기 교회 가려냐고 친구들이 묻는다 고등학교 가서 공부 잘하게 해 달라고 둘러 대었다. 말을 해 놓고도 어색했다.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눈 빛이다.

그리 길게만 느껴지던 한 주가 다 지났다. 교회 앞에서 같이 갈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그 아이가 저기서 온다. 여러 명이 같이 오는데 유독 눈에 띄윘다. 모두가 쳐다본다.

말이 라도 걸면 뭐라 할까? 애들은 왜 이리 늦는지? 아직  약속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어찌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그 긴 눈 맞춤! 짧은 눈인사! 그들은 뭐라 하는지 웃으며 지나갔다. 그중에 한 명은 뒤돌아 다시 쳐다본다.

이후 소녀는 한 참을 참았던 긴 숨을 내 쉬었다. 얼굴도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덥다. 땀도 나는 것 같았다. 혹 빨개진 얼굴을 보고 비웃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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