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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May 11. 2023

주는 것보다 더 크게 받는다



주는 것보다 더 크게 받는다

좋아하는 한참 후배가 전해 준 글이다.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돼(1.8리터)로 주고 말(18리터)로 받다




욕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 또한 욕을 들으면 그 대상이 선배이거나 연장자이거나 심지어 상급자라도 할지라도 기분이 좋지 않게 된다.

앞에서는 어쩔 수없이 웃으며 아무렇지도 안은 척 연극을 하겠지만 마음속에서는 가득 찬 울분을 토하며 욕을 한 바가지로 할 것이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데 그렇게 장수하고 싶을까?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컨디션이 다운되어 있을 때, 체내에 알코올만 흡수되면 습관적으로 거칠어지는 입을 가진 사람은 불쌍하다. 야! 인마?! 이 xx야, 나 힘세, 싸움 잘해! 등 가득 찬 허세로 주변을 괴롭힌다. 그러는 순간부터 외형적 강자에서 약자로, 갑에서 을로 순식간에 변할 수 있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




오랜만에 그런 사람을 발견했다. 나이가 많다, 상급자다, 계급이 높네, 때로는 주먹을 쥐며 자신의 잣대로 작아 보이는 주변에 무례하게 막대한다. 심지어 어깨를 툭툭 친다. 주의를 기분 나쁘지 않게 해주기도 했다. 뭔가를 하고 있길래 어깨를 만지며 뭐 하냐 물으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선배님이셨네요? 전 또 조그만 게 후배인 줄 알고... 죄송합니다.'
'야! 보면 모르냐? 에이 씨'
'에이~ 선배님! 후배인 줄 알고 그랬다고, 죄송하다 했잖아요. 선배인 줄 모르고 그랬다 했잖아요' 웃으며 대답했다.(아랫사람이라 할지라도 친하다며 함부로 몸에 손을 대면 안 된다)

'알았어'
'선배님! 그거 알아요?'
'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말이 도시의 몇 배나 될 것 같아요?
'몰라!'
'열 배! 되는 1.8리터, 말은 18리터!'
요즘 제가 우리 속담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의를 준 것이다.

선배이니 나름 배려해서 부드럽게 표현했다. '잘 설명했으니 알아 들어겠지'라 생각했다.

'제 버릇 개 못준다'
그 후 얼마간 만나질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먼발치서 보게 되었다. 후배로 보이는 사람을 툭툭 치며 말을 거칠게 하는 듯 보였다.

한때 언론을 도배한 반려견 보도가 떠올랐다.
'한번 사람 문 개는 또 물어' 반려견 행동 전문가의 짧은 당부도 있었다. '주인을 향해 으르렁 대거나 통제가 안 된다면 초기에 예절 교육을 해야 한다. 많은 견주가 초기 신호를 무시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번 사람을 물었던 개는 반드시 또 물게 된다. 교육을 받더라도 모든 반려견은 본능에 따라 언제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개는 개답게 키우고 사람은 사람답게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나 싶었다.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다른 모임이지만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거의 매일 계속되는 회식으로 과음을 자제했다. 바람도 쐴 겸, 술도 피할 겸 해서 오지도 않은 전화를 받는 것처럼 하며 밖으로 나왔다.

자주 가던 곳이어서 그런지 키우는 개들이 아는 체를 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반면 내게는 다가오며 반갑게 맞아 준다.

'개들이 좋아하네. 넌 개들도 좋아한다? 새끼 인기는 있단 말이야!'
'앗! 네~~ 알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은 개들도 싫어하네요? 하하하'
가게 입구 옆 의자에 앉아있던 선배와 스치며 짧게 대화하고 들어왔다. 다들 취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알코올의 힘을 빌어 얻은 즐거움은 공허하다. 식사를 시키니 다들 따라 한다. 면, 된장, 공깃밥 등 먹지도 못할 양을 많이도 시킨다. 한두 숟가락 뜨고 나와서 기다리니 또 한 참이다.

많이 먹은 사람들은 차를 타고 조금 먹은 우리들은 대화도 할 겸 걸어서 갔다. 숙소 앞에 도착해 앉아 시골 하늘의 많은 별들을 보고 있는데 갈지자로 오가는 모습들 중 눈에 익은 모습이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보인다. 모른 척하려니 부른다.

이 아름다운 밤하늘 감상을 방해하다니 큰소리에 주변 개들도 짖기 시작한다.

갑 : 어이, 야 인마
을 :...(무시)
갑 : 이제  못 듣는 척하네? 이 xx가!
을 :... 예? 편히 쉬십시오(깍듯하게 일어나 인사하며)
갑 : 이리 와 봐 인마! 아까 뭐랬어?

장난기가 급 발동한다.

을 : 야 인마? 이 xx가 너! 욕하지 마! xx야!? 조그만 놈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잘 들어! 누군가를 욕 할 때는 너도 욕먹을 생각하고 누군가를 때릴 때는 맞을 생각도 해야 해! 알았어? 멍청한 xx!
갑 :...(깜짝 놀라며) 야! 내일 술 깨고 보자! 취한 것 같다.
을 : 이 새끼 아직 정신 못 차렸네. 네가 취하니 다 취한 것처럼 보이지? 이리 와봐!

줄행랑이다. 옆에 있던 사람에 못 이기는 척 피해 간다.

다음 날, 여럿이 있는데 함께 만났다.
'야 너 술좀 조심해야겠다'
'예? 선배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너무 심하더라.'
'심해요? 제가 어제 상황 재현 한번 더 해드릴까요?
(옆으로 조용히 가서 귓속말로)
'야 인마! 이 xx가 그렇게  이야기해도 말귀를 못 알아먹네'

(다시 자리로 돌아온 후)
'선배님은 안 취했는데 그리 욕을 하십니까? 심하던데. 징계받아야 되겠네!

모두가 웃는다.
'오늘도 저 때문에 많이 배우시죠?'

후배 글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말들이 있었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세상이 원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예의이다.' (괴테)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누가복음 6장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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