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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로 가는 남자
by
Faust Lucas
Jun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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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로 가는 남자 20201129
지나간 이별을 그리워마라!
Don't forget to remember!
그와의 1년은 길듯했다. 추위가 기성을 부리던 한 겨울에 만났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았다. 우리말이 어렵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무슨?'
'아~~ 우리 만나, nice to meet you!'
'저도요, 어려워요~~ 한국말 쉽지 않습니다!''
''저도 우리말, 한국말 어려워요!''
둘은 그저 웃는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가 학교 생활과 한국문화에 잘 적응하게 도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사랑은 싹뜨기 시작했다.
오고가는 길가에서 마주칠 때면 반갑고 정겨운 눈빛을 나누었다.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손을 들어 인사하고 가까이 다가와 손끝으로 따스한 온기를 나누었다.
가끔있는 저녁 식사자리에서는 술을 대신 마셔주기도 했다.
'술 많이 먹지마!'
그러면서 눈가볼새라 얼른 소주 잔을 비우고 빈잔에 물을 채워주기도 했다. 밤과 낮을 기준으로 우리의 입장은 바뀌었다. 좀 더 정확히는 술을 마시느냐? 취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매번 '술 많이 마시지마'
'말 줄여! 취했어요!'
고마운 사람이었다. 과음으로 머리가 아플 때면 그의 나라에서 가져 온 작은 케이스에 들어있는 약으로 마사지를 해 주었다. 그 손길, 전해지는 체온이 참 편하고 좋았다.
가끔은 마사지를 받으며 잠시 자기도 했다. 다시 눈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이 맑아졌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아주 오래 푹 휴식을 가진듯했다.
우리의 만남도 그런 것 같다. 인생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는 비행기에 있다. 어제인가? 마지막 식사를 할 때 그는 말했다.
'저는 이제 떠납니다. 즐겁고 슬프고 가슴도 아픕니다. 다시 딸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헤어짐을 슬픕니다. 그래서 가슴 아픕니다.제 말 이해해요?'
그저 웃기만했다.
작은 잔을 들어 부딪혔다. 빈잔을 티슈 위에 거꾸로 얹었다. 잔을 다 비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잔을 들어 불빛에 비추어보니 작은 방울이 남아 있다.
'이렇게 해도 남아 있는 몇 방울처럼 당신이 떠나도 내 가슴에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남을거야!
알아 들었다는 듯 그의 눈망울에 작은 이슬이 맺힌다.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것을 또 바라보는 내 마음을 아는 듯하다.
그렇게 하노이로 떠날 준비를 했고 보낼 준비를 했다.
이별을 찾아 떠나지 말라!
Don't cry for me!
한 남자가 홀로 공항에 내렸다. 베트남어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간다. 알아 듣지 못하는 말인데도 정겹다.
한국말도 들린다. 다들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렇다. 이제 몇 분 후면 하노이를 향해 떠날 것이다.
주변에는 헤어지는 모습들이 눈에 뜨인다. 아쉬움, 서운함 같은 인간의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들이다. 다시 만날 때를 기약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그와 같은 듯 다른 것 같다. 지나간 추억을 찾아 떠나는 것이지만 또 얼마 후에는 이별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의 헤어짐을 보며 글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겠죠?
인간사 회자정리 거자필반
이라 하지 않나요.
결코 슬퍼할 일만은 아닐진데!!
또다른 만남의 기쁨을 생각하면 더 즐겁지 않나요 ?
가끔 짖굿은 장난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뜨겁고 끈끈한 정을 나누고자 한 몸부림이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가슴속 사랑을 모두 나누고 베풀지 못한 아쉬움, 따뜻한 마음을 평생토록 잊지 못할 인연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헤어짐 보다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그 날의 설레임을 간직하고 살아 간다면 어떨까요?'
하노이로 그는 떠난다. 오래된 이별을 찾아 가는건지, 반가운 재회를 위해 가는건지, 또 그 후의 이별을 찾아 가는건지? 그도 헷갈리는 것은 아닐까?
하노이로 가는 목적은 분명하다. 그를 마나고 함께 한 시간을 되새기고 또 다른 추억으로 옛 기억을 덮기 위한 것이다.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짧았던 그와의 만남! 그것으로 지나간 긴 시간을 지울 것이다.
그렇게 그는 하노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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