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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un 26. 2023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200407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200407


꼰대가 서울 가는 길!

최근 2 ~3년 사이 안양, 충청도, 강원도, 다시 충청도에서 살게 되었다. 이곳곹은 지방을 전전하더라도 가끔은 서울에 갔다. 세 시간 남짓 운전을 해야 하는 짧지 않은 거리이다. 요즘 같이 봄풀도 낮잠자기 좋은 시기에는 지루함도 시간만큼이나 더욱 그렇다.


게다가 고속도로 1차선, 추월차선에서 뒷차들을 길게 줄세우며 느릿느릿가는 운전매너는 또 무엇인가? 입속에서 무심결에 '아유~~ 금뱅이 같은 놈'이라는 말이 나온다. 도로주행 상태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저속으로 혼자 고집대로 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고속으로 뒤따라 오는 운전자가 잠시나마나 졸기라도 하면 통계상으로 최소 둘 중 한 명은 사망이다.


빨리가려고 과속하느라 집중하다보니 피곤도 하고 잠깐 졸음도 오려길래 쉼터에 차를 세오고 내렸다. 도로변 만개한 벚꽃에서 날리는 꽃잎들을 보며 화무십일홍이니 오늘이 우리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니 하는 말들을 떠올리며 집에서 내린 커피와 엄마가 먼길 간다며 준비해 주신 삶은 계란과 감자를 먹는데 호주머니 속 진동과 함께 귀에서 전화 신호가 들린다.


친구다. 반갑다. 10여 년 전부터 가끔 짧게 통화하다가 요즘은 횟수도 시간도 부쩍 늘어난 친구다. 예전에는 통화는 짧게 했었다. 친구와도 그랬고 업무도 그랬다. 길어야 1분, 짧으면 20~30초면 용건을 충분히 나누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통화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핸드폰과 불루투스라는 전자기술의 발전때문일까? 오래 통화해도 핸드폰이 열이나거나 뜨거위지지 않고 손으로 들고 귀에 바짝 붙이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기술들은 더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변에서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여성호르몬 탓일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시기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이와 관련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하루속히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일까?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여자는 말이 많고 수다스럽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여자들은 하루종일 통화하고 중요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지만 남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그것도 중년이라는 나이도 무거운 남자들은 특히!


우리의 잡담과 수다는 시시꼴콜한 일상사, 예전 어릴 때 이야기, 사랑 이야기 등 이런저런 주제들로 다양하다. 가끔은 시사적인 것들도 포함된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도, 인생의 본질이나 인간으로서의 본능에 관한 것도 편하게 이야기하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얼마 전부터는 군대 이야기도 당골 소재로 등장했다. 아들이 부사관으로 임관한 후로는 부쩍 늘었다. 대부분의 민간 지인들이나 동창들은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 짧은 경험으로 때로는 허풍으로, 때로는 어디선가 본 영화 속의 주인공과 헷갈려하며 떠들어들 댄다.


특히나 술이나 한 잔 들어가면 월남전에 스키부대로 참전했는데 그 해는 눈이 안와 고생했다는70~80대 어른들의 그것과 버금갈 정도의 뻥도 친다. 방위병 출신이 낙하산을 탔다거나 총을 잃어버려서 휴가 때 부산항에서 러시아 선원에게 100달러를 주고 사서 몰래 채웠다는 말도 안되고팩트를 검증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마치 서울 가본 사람과 안가본 사람이 싸우면 안가 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기도 한다. 말 끝에는 언제나 내게 동의를 구한다. '내말 맞째?' 맞장구를 안쳐주면 '장교들은 우리 밑바닥 쫄들 생활 잘 모른다. 니도 그을~레! 하며 삐지기도 잘한다.


이쯤되면 가끔은 곧 군에 가거나 입대한지 얼마 안되는 아이를 둔 사람의 황당한 청탁?이 쇄도하기도 한다.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군대이야기가 나오면 화제를 돌리거나 슬쩍 자리를 잠시 뜬다.


그런데 이 친구는 특이하다. 입대 사실을 뒤늦게 알려 주었거니와 어쩌다 군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들 면회갈 때 같이 갈까? 잘하고 있는지 알아볼까?' 해도 손 사레를 친다. 여태 것 부담은 커녕 도리어 도움을 준다. 그 또래 병사들의 사고방식, 변화된 군대 문화 등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다.


오늘은 병원가는 김에 서울로 나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여의치 않다고 전화를 준 것이다. 아들녀석이 일요일 당직 후 일이 있어 늦게 퇴근하고 좀 쉬다가 서울로 친구 생일 파티를 가야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으니 다음에 보자는 것이다.


하사 아들이 차를 가지고 다닌다. 하기야 사업장이 집 근처에 있어 걸어디니니 딱히 차가 필요없을 것이다. 이해된다. 하지만 '초급간부가 집에서 차를 운전해서 출퇴근한다?' 참 군대문화도 많이 바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소위때전방생활이 잠시 떠 올랐다.


전라도 광주 상무대, 지금은 상무지구라는 명칭의 아파트단지로 바꼈다는 곳에서 초군반 교육을 받고 간 첫 임지가 강원도 최동북단 금강산 자락의 계곡에 위치해서 철책을 지키는 경계부대였다.


금남로, 도청앞 레온싸인이 눈에 아르거리게 하는 곳, 낮에는 산과 하늘, 밤에는 하늘의 별만 보이는 곳이었다. 전방 경계부대이니 출퇴근은 할 수도 없수도 없었고 휴가도 전방에서 가까운 버스 정거장까지 나오는데 반나절이 걸리던 곳이었다.


또 당시에는 초급간부가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다. 당직근무는 어찌나 많은 지 1주에 최소 두번, 많을 때는 네번까지 되기도 했다. 농담반 진단번으로 당직사관  완장을 전투복에 박음질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당직 후 휴식보장은 어떠했는가? 소대장으로서 매복, 수색정찰, 교육훈련으로 거의 오침을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군 생활 오래한 영관장교나 주임원사 등은 예전에는 당직근무를 1주 동안 전담하는 주번사관도 했다는 말을 하며 요즘 군생활 좋아졌다고도 했다.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하니 당직 때 자고 불침번 등 병사들도 따라자고 군대가 엉망이 된 것'이다며 불합리한 사고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운전하는 동안 언제나 정겨운 목소리와 대화를 하니 졸리지도 않고 옛 일도 떠올리며 좋았다. 심술굳은 봄바람이 되었건 쌩쌩거리며 달리는 자동차에 의해서건 날리는 꽃잎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살짝 아쉽기도 하다. 저 날리는 꽃잎도 방금 전까지 나무가지에 붙어 이쁜 생명력을 내뿝었을 것이다.


한창 때인 그 아이도 밤샘의 피로를 짧은 오침으로 회복하고 친구들과 노니러 간단다. 마치 날리는 꽃잎처럼 즐겁게 날아 갈 것이다.


또 느림보 차 한대가 앞을 막고 소신 껏 간다. 조금 전 교통문화를 들먹이며 투덜거렸다는 여유의 부족이 부끄럽다. 친구의 차를 아들 녀석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 우리때는 꿈도 못 꾸었는데 좋은 시절에 살아 좋겠다는 생각도 부끄럽다. 차창 밖 날리는 한얀 벚꽃들이 너무 이쁘다. 다른 더 좋은 적절한 어휘가 분명 있을 것인데...


조용히 따라가기만 하는데 앞차가 알아서 차선을 변경한다. 앞이 틔인다. 그냥 실웃음이 나온다. 내 모습이 완전 꼰대다. 예전과 비교하기를 자주하고 참을성도 부족하고 버럭 화를 내었다. 뭐가 그리 급하게 했을까?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임과 동시에 가장 늙은 날임을 알아야겠다.


"라떼 이즈 홀스(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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