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로 가는 남자 20201129
지나간 이별을 그리워마라!
Don't forget to remember!
그와의 1년은 길듯했다. 추위가 기성을 부리던 한 겨울에 만났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았다. 우리말이 어렵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무슨?'
'아~~ 우리 만나, nice to meet you!'
'저도요, 어려워요~~ 한국말 쉽지 않습니다!''
''저도 우리말, 한국말 어려워요!''
둘은 그저 웃는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가 학교 생활과 한국문화에 잘 적응하게 도우려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사랑은 싹 뜨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길가에서 마주칠 때면 반갑고 정겨운 눈빛을 나누었다.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손을 들어 인사하고 가까이 다가와 손끝으로 따스한 온기를 나누었다.
가끔 있는 저녁 식사자리에서는 술을 대신 마셔주기도 했다.
'술 많이 먹지 마!'
그러면서 눈가 볼세라 얼른 소주잔을 비우고 빈 잔에 물을 채워주기도 했다. 밤과 낮을 기준으로 우리의 입장은 바뀌었다. 좀 더 정확히는 술을 마시느냐? 취했느냐? 에 따라 달라졌다.
매번 '술 많이 마시지 마'
'말 줄여! 취했어요!'
고마운 사람이었다. 과음으로 머리가 아플 때면 그의 나라에서 가져온 작은 케이스에 들어있는 약으로 마사지를 해 주었다. 그 손길, 전해지는 체온이 참 편하고 좋았다.
가끔은 마사지를 받으며 잠시 자기도 했다. 다시 눈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이 맑아졌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아주 오래 푹 휴식을 가진듯했다.
우리의 만남도 그런 것 같다. 인생에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는 비행기에 있다. 어제인가? 마지막 식사를 할 때 그는 말했다.
'저는 이제 떠납니다. 즐겁고 슬프고 가슴도 아픕니다. 다시 딸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헤어짐을 슬픕니다. 그래서 가슴 아픕니다. 제 말 이해해요?'
그저 웃기만 했다.
작은 잔을 들어 부딪혔다. 빈 잔을 티슈 위에 거꾸로 얹었다. 잔을 다 비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잔을 들어 불빛에 비추어보니 작은 방울이 남아 있다.
'이렇게 해도 남아 있는 몇 방울처럼 당신이 떠나도 내 가슴에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남을 거야!
알아 들었다는 듯 그의 눈망울에 작은 이슬이 맺힌다.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것을 또 바라보는 내 마음을 아는 듯하다.
그렇게 하노이로 떠날 준비를 했고 보낼 준비를 했다.
#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예미출판사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청원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