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ust Lucas Sep 3. 2024
비가 온다. 오늘 그이와 만나기로 한 날인데 비 오는 날 어떤 옷이 좋을까 무슨 색 우산을 쓰지 어떻게 화장을 할까 분주하다. 그이한테 문자가 온다. 오늘 약속 알죠? 알지만 속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노랑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이 무색하게 밝은 아이보리 롱치마와 흰색 셔츠에 노란색 가디건을 입는다. 잘못된 선택이다. 빗방울이 옷으로 튀어 옷은 점점 점박이 옷이 되어간다. 약속시간에 맞춰 장소에 가보니 그이가 없다. 비가 와서 실내에 들어갔나? 전화를 걸어 본다. 밖인 것 같다. 어디냐고 물었다. 짜증 섞인 목소리다. 뭐가 잘 못됐나. 비는 굵어지고 옷은 점점 젓는다. 상황이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고 난 점점 예민해졌다. 그이가 내 앞에 왔다. 비 맞은 생쥐 꼴이다. 환상이 깨지며 그렇게 나의 첫 썸남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