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ust Lucas Sep 3. 2024
비 오는 날이다. 비가 오면 나가기 귀찮고 그저 창문 바라보며 빗소리를 즐기는 게 다였던 나인데 어느 때부턴가 날씨는 항상 맑다.오늘은 시원하겠네. 비 오는 날 한 우산 안에서 같이 걸으면 구름 위를 걷는 거 같겠지. 부품 기대를 안고 핸드폰을 든다. 답이 없다. 문자를 남긴다. 오늘 약속 잊지 않았지. 그래도 답이 없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무작정 약속장소로 나간다. 5분이 지났을까 저기서 노란 우산 하나가 다가온다. 설렌다. 회색빛 거리에 노란 우산이 마치 그녀 같다. 그냥 지나친다. 이름을 불러본다. 잠시 주춤이더니 돌아본다. 기다린 것에 대한 긴장감은 사라지고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그녀가 아니다. 난 그렇게 1시간을 기다린다. 난 순애보였던가 그렇게 보낸 1시간 동안 전화할 생각을 안 한다. 그래도 재촉이지 말고 기다리면 더 멋져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점점 빗줄기는 굵어지고 난 그 뒤로 30분을 더 기다린다. 나의 설렘은 어느덧 실망감으로 나의 순애보는 그냥 바보로 느껴지며 비가 맞고 싶다. 우산을 접고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냥 걷는다. 바람맞은 처량한 사람처럼 이 순간도 스스로 멋있다고 위로하며 걷는다. 전화 진동 시 느껴진다. 그녀다.비가 온다. 오늘 그이와 만나기로 한 날인데 비 오는 날 어떤 옷이 좋을까 무슨 색 우산을 쓰지 어떻게 화장을 할까 분주하다. 그이한테 문자가 온다. 오늘 약속 알죠? 알지만 속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노랑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이 무색하게 밝은 톤의 아이보리 롱치마와 흰색 셔츠에 노란색 카디건을 입는다. 잘못된 선택이다. 빗방울이 옷으로 튀어 옷은 점점 점박이 옷이 되어간다. 약속시간에 맞춰 장소에 가보니 그이가 없다. 비가 와서 실내에 들어갔나? 전화를 걸어 본다. 밖인 거 같다. 어디냐고 물었다. 짜증 섞인 목소리다. 뭐가 잘 못됐나. 비는 굵어지고 옷은 점점 젓는다. 상황이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고 난 점점 예민해졌다. 그이가 내 앞에 왔다. 비 맞은 생쥐 꼴이다. 환상이 깨지며 그렇게 나의 첫 썸남은 사라졌다.어디냐고 묻는다. 되려 왜 이제 연락하냐고 묻는다. 아울 준비 한다고 핸드폰을 못 봤다고 한다. 더 화가 난다. 준비하는데 5분이면 되지 몇 시간씩 준비하냐고 따져 묻는다. 그녀는 대답이 없다. 몇 초가 지났을까 어디냐고 다시 묻는다. 1시간 반 기다리다 비. 비맞으며 강조하며 걷고 있다고 말한다. 화가 난 듯 또 멋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약속시간인데... 무슨 소리야... 생각해 보니 약속시간 늦지 않으려고 1시간 반전 시간을 약속시간으로 적었다. 아차하고 뛰었다. 비 맞은 생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썸녀는 갔다.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