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ust Lucas Sep 10. 2024
2. 와인(누워있는 사람)
충격적인 답신이다.
그는 주로 누워있다.
그는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누워있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내 눈엔 누워있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어쩌란 말인가.
서있는 모습은 그의 친구들이나 볼 것이다.
이렇게 팩트만을 말해도 그는 억울할까.
입이 짧은 그를 위해 매일 아침을 챙긴다.
얼음 가득 채운 커피, 샌드위치나 토스트, 과일, 계란, 홍삼 등.
아침밥을 안 먹는 그를 위해 영양학적 요소를 고려해 다채롭게 챙기건만 고작 '커피 한 잔, 계란프라이'라니...
나는 매사 팩트가 아닌 그의 왜곡된 전달에 억울하다.
한편으론 이젠 그러려니 하면서도...
와인, 지금도 그는 누워있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그는 항상 누워있다.
난 잠이 없는 편이다.
잘 때나 눕는다. 누우면 5분 안에 잠든다.
낮잠도 거의 없지만 자더라도 5분 내외다.
그 짧은 순간 한두 번 보고는 자는 사람 취급이다.
와인 눈엔 와인만 보이는 걸까.
암튼 그가 다음 생에도 함께하고 싶단다. 진심 같진 않지만 답은 해야 할 것 같다.
내게 다음 생이 있다면 '와인'은 마시기만 할 것이다.
큰 일이다. 늘 그대로 곁에 있을 것 같은 아내가 다음 생에는 아니란다. 지금도 이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될까? 한 때는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긴장해야 된다는 둥, 삼식이는 쫓겨난다는 둥 하는 이야기를 귀등으로 들었다.
요즘 간편식, 밀키트 등 혼자 사는 사람들, 1인 세대를 위한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다는 말을 의지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다. 어떻게든 껌딱지가 되어야 한다. 돌아갈 항구가 없는 배는 되기 싫다.
어찌 보면 나는 사실 좀 멍청하기도 하다. 이번 생에 버린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비약이 좀 심했던 것은 아닌가?